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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화성에 당도하여 지난봄에 임금의 행차를 모셨던 일을 회상하고 서글퍼서 짓다 '
'行次華城 恭憶春日陪扈之事悵然有作' 詩 해설 정수자시인
2017-09-18 10:17:25최종 업데이트 : 2017-09-18 10:15:42 작성자 :   e수원뉴스
다산 정약용의 '화성에 당도하여 지난봄에 임금의 행차를 모셨던 일을 회상하고 서글퍼서 짓다'

다산 정약용의 '화성에 당도하여 지난봄에 임금의 행차를 모셨던 일을 회상하고 서글퍼서 짓다'



수원 하늘에 '용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를 기리는 시간이 다시 온 것. 수원화성문화제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정조의 현륭원 행행(幸行)을 재연하는 정조대왕 능행차가 아닐까.

그런 왕의 행차를 그리워하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시는 우리를 다시 탄식하게 한다. 다산이 이 시를 쓴 때는 경신년(1800년)이라 정조가 서거한 1800년 6월 28일 이후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임금의 행차를 모셨던 일을 회상하고 서글퍼서 짓다'라고 굳이 쓸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다산은 정조의 사랑을 지극하게 받은 신하. 아니 두 인물은 군신(君臣)을 넘어 고담준론(高談峻論)의 학문적 벗 같았으니 빈자리가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된다. 게다가 정치적 보호를 잃게 된 다산으로서는 정조가 더 사무치게 생각났을 것이다. 그러니 '화성에 당도하여' 예전의 능행차를 되짚는 것은 지당하지만 구절마다 행간마다 다산의 상실감이 아프게 짚인다.

'자궁께서 내리신 술 모든 신하 목 적시고'를 보면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때 을묘년(1975년)을 그리는 것 같다. 그런데 '지난 봄'으로 써서 헷갈릴 법하지만, 몇 년이든 '지난' 것은 맞으니 시를 쓴 해 기준으로 정조 사후라 읽는다. '군주 타신 붉은 교자 능침 뵙고 돌아갔지/이곳을 지나간 게 엊그제 같거니' 뇌는 대목에도 그런 그리움이 깊디깊다.

'장안문 문 밖에는 용깃발을 세워두고' 그런 능행차를 재연하는 가을이 왔다. 여기저기 펄럭이는 깃발은 수원의 자부심을 일깨우는 상징적 표상이 되었다. 날조도 있지만 창조도 있는 전통이라는 것. 이번 능행차는 서울에서 출발해 수원을 거쳐 화성 융릉에 이르기까지 긴 여정을 공동으로 여는 전통의 재연이다. 형식도 관 주도를 벗어나 시민이 주체가 되는 식으로 다양한 표현의 진화를 하는 중이다.

장엄한 능행차는 수원의 추억이자 문화적 표정이다. 수원화성의 아름다움과 학예군주 정조의 높은 정신을 되새기며 더 새로운 한국적 운치의 잔치를 기대한다. '자궁께서 내리신 술'은 이제 없지만, 시민의 마른 목을 적셔줄 새로운 무엇도 나올 만하다. '다리 가의 수양버들'처럼 수원의 인문적 향유가 날로 무성해지길 바라듯.

푸르른 하늘에 펄럭이는 용깃발의 춤이 더없이 좋을 때다. 축제는 많은 이들이 즐길수록 판도 신명도 덩달아 커진다. 지금 이곳에 사는 맛과 멋도 함께 즐겨야 더 높아질지니!

시 해설 정수자 시인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다산 정약용, 화성, 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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