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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만 시인의 '푸른 염불'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4-28 12:19:07최종 업데이트 : 2017-04-28 12:19:07 작성자 :   e수원뉴스
박일만 시인의 '푸른 염불'
박일만 시인의 '푸른 염불'_2


꽃차례가 없어진 게 언제부터인가. 차례 지켜 피던 우리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고 진다. 라일락은 그래도 5월 고샅을 밝히는 꽃이려니 하다 벌써 지는 꽃을 보며 향기를 흠흠 당겨본다. 하다 보니 곧 '부처님 오신 날', 절집에서는 불두화도 서두르고 있겠다.
 
수원에서 자주 찾는 용주사. 박일만(1959~) 시인도 종종 갔던지 특별한 염불을 그려 보인다. 2005'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시인은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를 냈다.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평가 받는 시인은 문학모임 많은 이곳에서도 조용히 자신만의 시작에 전념하고 있는 듯하다.
 
용주사에는 느티나무가 특히 늠름하다. '느티 몇 그루/승천을 자주 시도했는지 뒤튼 이무기 같다'고 하듯. 그런 나무 사이를 거닐면 사도세자의 피 맺힌 속울음이 들리는 듯도 하고, 정조의 가슴 저린 탄식이 배어나오는 듯도 싶다. 사도세자의 원찰로 지은 용주사(854년 문성왕 16년 염거화상이 창건한 갈양사 터에 다시 창건)의 사연 때문일 것이다.
 
그 안팎에 '미꾸린가 개구린가 살 오르는 녀석들'도 함께 산다. 염불 울릴 때마다 '거품 게워내며 자손 번식 염불 따라 왼다'고 묘사할 만큼 저들의 소리로 함께 울기도 한다. 근처 모든 생명은 절집의 식솔이니 자비로운 마음 그늘에서 잘 살아갈 게다. '낮게 숙일수록 사람은 길과 가깝'다고 믿는 시인이 그런 마음 그늘을 아끼듯.
 
용주사에서는 '()'를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유교 이념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니 효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백행(百行)의 근본이자 으뜸으로 추앙됐다. 몇 년 전 사도세자 추모 때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같이 외는데 절로 눈물이 난 기억이 있다. 누구든 부모님 생각에 회한이 없을 수 없는 데다 같이 읊는 가락이 더 처연히 스며드는 것이었다.
 
한국문학사에도 이름 올린 절이 용주사니 감회가 덩달아 꽃핀다. 승무 소식에 열일 젖히고 달려온 조지훈의 열정과 승무 탄생 과정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춤의 선율을 언어로 고르느라 밤내 거닐었다는 뜰에 서면 시인의 모습이 선히 그려진다. 조지훈 '승무(僧舞)' 시비(詩碑) 앞에서 다시 숙이며 거기서는 늘 시를 읊조려본다.
 
효도 돌아보고 시도 읊어보고 신록도 만끽할 수 있는 용주사. 우리네 산이 그러했듯, 정신과 몸을 가다듬는 구도와 구원의 공간이자 위안처요 휴식처니 이래저래 절집의 노릇이 많다. 부처라는 깨달은 이를 모신 곳으로서만 아니라 중생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가 엎드리는 절은 그래서 미약한 마음을 언제든 의탁할 수도 있다.
 
신록 때는 더없이 좋은 용주사. 시의 배경은 여름의 '푸른 염불'이지만 신록 염불은 벌써부터 눈부시리라. 그 숨결 받들며 거닐자고 소풍 청하고 싶은 연초록 나날이다. 오늘도 봄꽃 지는 사이사이 꽃보다 곱다고 온갖 신록이 마구 번지려니!

정수자시인의 약력
박일만 시인의 '푸른 염불'_3

수원이 시, 시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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