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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기 시인의 '실버들의 요가 시간 -아기 되기'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7-05-15 09:38:23최종 업데이트 : 2017-05-15 09:38:23 작성자 :   e수원뉴스
김진기 시인의 '실버들의 요가 시간 -아기 되기'
김진기 시인의 '실버들의 요가 시간 -아기 되기'_2


 
새로 나온 잎들은 모두 아기다. 오월은 연두에서 초록으로 넘어가는 신록에 기꺼이 홀리는 때. 계절의 여왕이라지만 꽃보다 날로 짙어지는 잎들의 초록 행진에 눈이 부시다. 나이 탓인가 하면서도 연초록 앞의 전율이 점점 커지는 것은 초록이 지닌 본연의 힘이 세기 때문이겠다.
 
그럴 즈음 버드내 연두물결은 얼마나 대단할까. 김진기(1937~) 시인도 비슷한 때 찾았던지 시에서 색다른 봄빛이 풍긴다. 시인은 201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시집 '차우차우'를 냈다. 나이를 짐작 못할 정도로 사회를 읽는 시선이나 핍진한 묘사력으로 심사위원(정호승)의 호평을 받았는데 그런 기조는 시집에도 유지되고 있다.
 
시에서 일부러 쓰는 실버는 속을 들여다보면 재미가 배가되는 표현이다. 노인을 표현하는 'silver'에 복수접미사 ''을 붙이면 'silver', 이것을 우리말로 하면 '실버들'('가는 버들') '세류(細柳)'가 되니 세류동[버드내]이라는 이름과 절묘하게 중첩되는 것이다. 게다가 세류동은 'silver''실버들'만큼 많은 동네라는 느낌과도 잘 맞으니 다양한 의미를 발현한다.
 
아무려나 버드내복지관에서는 노인들이 목하 아기로 거듭나는 중. 요가는 복지관 노인 강습에 딱 좋은 운동 같다. 요가는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심신수련 방법으로 인도는 명상이 중시되었다. 우리는 운동요법으로 효율을 높이나 싶지만 다이어트용으로도 활용이 늘고 있다. 유연성 기르기에는 요가가 최고니 몸의 명상에도 더할 나위가 없겠다.
 
요가 배우는 노인들의 '아기 되기'는 독자에게도 웃음을 물린다. 아기 되기에 열중인 모습에 웃음이 나오지만, 사실 온몸으로 따라야 가능한 자세니 노인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 아기처럼 '풋잠에 빠'진 채 '입을 오물거'리며 '옹알이'까지 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우습고 짠하다. 마침 창밖의 실버들도 뾰족뾰족 연초록 입술에 유연한 팔다리를 하늘거릴 때라면 아기 탄생으로는 더 이상 축복이 없으리라.
 
이러한 '실버들의 요가시간'은 여러 문제를 일깨운다. 늙으면 아기 된다는 사정과 노인복지 등을 복지관 요가에 접맥하며 노인문학 등을 다양하게 환기하는 것이다. 문학은 물론 사회며 문화 전반의 노인 소외와 방치가 얼마나 심각한가. 다양한 문화 복지와 실현에 대한 모색이 절실하고 본격적인 노인문학이 긴요한 까닭이다.
 
그래도 아기 노인들은 잠시나마 편안히 쉬겠다. 곧 깨어나 노인의 소외와 고독 속으로 가더라도 요가와 노니는 동안만은 편한 호흡을 할 수 있으려니. 모쪼록 더 따듯한 복지로 실버들의 복된 노후 함께 만드는 세상을 빌어본다

시해설 약력_ 정수자시인
김진기 시인의 '실버들의 요가 시간 -아기 되기'_3

김진기 시인, 실버들의 요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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