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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시인의 '우만동 우거'
詩해설 정수자 시인
2016-10-20 16:28:04최종 업데이트 : 2016-10-20 16:28:04 작성자 :   e수원뉴스
김우영시인의 '우만동 우거'_2
김우영시인의 '우만동 우거'_2


가을, 부르면 먼저 들레는 바람. 콩이며 감이며 대추 등을 고루 익혀주는 바람이 늘 고맙다. 대상이 불분명한 그리움도 도져서 함께 분다. 눈부신 햇빛 속으로 바람을 만나러 혹은 더 부풀리러 나가는 것은 그런 설렘 때문이다. '우만동 우거'에도 새로 들어간 셋집의 바람이 조금 스산하게 들어 있다.
 
김우영(1957~) 시인은 1978'월간문학'으로 등단해 '겨울 수영리에서', '부석사 가는 길' 등의 시집과 공저를 여럿 냈다. 화성 출신이지만 수원의 학교를 마치며 정착한 후 수원의 문화예술에 대한 일을 다양하게 했다. 지역의 가 척박하던 시절의 문학과 문화 운동은 물론 언론 쪽에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 시에는 그런 초기의 풋풋하고 고뇌 어린 서정이 담겨 있다. '그땐 그랬지' 할 만한 시절의 얘기인데 당시 생활상이 손에 잡힐 듯 나타난다. 우만동이라는 또 다른 외곽으로 밀려간 자신의 삶을 통해 당시 젊은이들의 셋방살이 살림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겸손보다 자조 어린 비애가 더 느껴지는 '우거(寓居)', 담담한 진술과 묘사로 이루는 울림이 진솔하게 스민다.
 
대저 시인이란 변두리 삶에 더 주목하는 존재. 비슷한 처지 때문인지 결핍에 더 쏠리고 심지어는 결핍을 사랑하기조차 한다. 결핍이 시의 양식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 일찍이 '궁해진 뒤에 시가 더 좋아진다. 시는 능히 사람을 궁하게 한다(詩窮而後工 詩能窮人)'고 구양수도 이르지 않았던가. 시가 그런 사정의 안팎을 그릴 때 더 곡진해지며 더불어 울 수 있는 힘도 커진다.
 
이 시에서 먼저 흥미로운 것은 월세 같은 수치의 구체적 명시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만원'이나 '2.5톤 트럭에 어린 딸과 그대/농짝 하나 거느리고' 이사 다니던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의 셋방문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정도 월세를 '갚을 자신 있느냐'고 다그치는 아내는 아마 '임신 7개월'의 예민함에 더 그랬을 것이다. 과시용 소비가 많은 요즘과 다른 살림의 규모며 아내의 불안이 더 아프고 미덥다.
 
창룡문 아래쯤 '산업도로 옆'에 있던 셋집. 비탈을 한참 올라야 닿는 언덕바지였는데 화물차 소음이 대단해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이삿짐 풀 때는 모든 소리가 다 소음이지만 공사 차량 굉음이 날로 괴로움을 더했으리라. 여기쯤서 '점점 변두리 드디어는 겨울 가까운/이 동네까지 왔구나'라며 씁쓸히 담배를 물었을 시인의 어깨가 비치는 듯하다.

더불어 '울다가 새벽녘 겨우 잠든 그대 얼굴에 비친/초라한 눈물 하나/문득 내 눈물도 거기 보태고 싶다.'는 구절이 길게 겹친다. 그래도 '쪽문을 밀고 나서면' 가을이 가득히 피어 맞아 주었던 곳. 그때 시인에게 말없이 건넨 위안 같은 '코스모스꽃'이 지금 어디선가도 피고 지고 또 핀다.

저 사는 곳이 꽃자리라는 말이 있다. 살아 있으니 아프다는 말도 있다. 좀 아파도 살아 있어 가을을 다시 보는 것. 여기서 만난 것들을 꽃이라 여기면 세상은 더없는 꽃밭이다. 깊어가는 가을을 깊이 누려야 하는 까닭이다. 일생 우거(寓居)라도 살아 있어 좋을지니!

김우영시인의 '우만동 우거'_3
김우영시인의 '우만동 우거'_3

수원의시, 수원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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