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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옥 시인의 '못골시장'
詩해설 - 정수자시인
2016-08-26 14:48:48최종 업데이트 : 2016-08-26 14:48:48 작성자 :   e수원뉴스
오춘옥 시인의 '못골시장'_2
오춘옥 시인의 '못골시장'_2


자본의 힘이 점점 세지는 때, 시는 어떤 힘을 지닐까. 2016 ', 다시 희망을 노래하라' 시인과 화가조각가서예가 등 전국의 900여 예술인이 수원미술전시관에서 2주 동안 펼친 시 축제에서 새삼 돌아본 화두다.
 
여느 시화전과 달리 이번 전시회는 그림에 시를 쓰는 식이라 '詩畵展'보다는 '畵詩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예컨대 임옥상 화가 그림에 고은 시인 시를 자필로 써서 거는 이채로운 전시회였다. 그런 시화만 아니라 서화며 조각 등의 작품이 한번 전시로는 아까울 만큼 장대한 전시회였는데, 그 자리에서 날마다 예술인들의 강연을 곁들였으니 유례없이 큰 잔치 인문학 큰 축제를 연 셈이다.
 
이 시는 '못골시장'을 그린 박성현 화백 그림에 붙인 시다. 오춘옥(1961~) 시인은 1986'심상'으로 등단했는데, 일찍이 문예반의 명성을 날리던 '무명초'(영복여고) 출신이다. 오춘옥 시인을 비롯한 무명초 회원들이 수원은 물론 전국백일장을 쓸고 다닌 시절에 문학 병이 깊었던 만큼 등단도 빠른 편이다. 결혼 후 한동안 문학 현장을 떠난 탓에 시집은 '뒷모습이 말했다' 한 권이지만, 최근에 다시 문학 판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시를 쓰는 중이다.
 
못골시장은 널리 알려진 성공적인 재래시장이다. 시에서 지정한 전통시장이 몰린 지동의 시장들(지동, 미나리꽝, 못골) 중에서도 가장 북적대는 곳이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이름값만큼이나 늘 떠들썩한데 휴일이면 시장 입구서부터 붐벼 사람에 밀려다닐 정도다. 자체 방송도 하며 다양한 먹거리로 코와 입과 귀를 퍽 분주하게 만드니 얇은 지갑이라도 열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의 즐거운 힘을 갖고 있다.
 
그런 곳을 걷는 시인도 마음이 들썩대지 않을 수 없다. '일자(一字) 길을 수로 삼은 잉어 떼처럼' 늘어선 좌판이며 가게의 진열대에는 우리네 나날의 식탁을 차릴 식재료들이 쉴 새 없이 손님을 부른다. 대형마트의 잘 다듬어진 상품화보다 조금 투박하고 허술해도 산지에서 금방 들여온 싱싱한 재료들이 넘치는 것이다. 돌아서는 발길도 덤으로 잡는 것은 시장의 기본, 그 맛에 다시 돌아서서 지갑을 열면 서로 웃음꽃이 피게 마련이다.
 
그 속에는 '눌린 채로 오래 기다리는/해바라기호떡, 꿀빵의 허풍'도 있다. 그 속이 비었음을 훤히 알면서도 손이 가는 '허기' 또한 있다. 그러는 중에도 '생기를 연장해가는 열무 서너 단의 시름'을 지나칠 수 없으니 일찍이 어머니들이 마련해온 학비의 고된 하루가 비치기 때문이다. 공들여 기른 열무 따위를 팔아 마련한 꼬깃꼬깃한 돈으로 등록금을 내고 시집을 사 읽곤 했으니, 그런 판들 앞에서는 뭐든 사야만 하는 저릿한 내력이 있다. 그러니 전통시장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힘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계속 잘 살려야지 싶다.
 
오늘도 '소란한 하루 끄트머리'. 오래 전 '그 못'의 어느 구석엔가 '물자라가 헤엄쳐 오'르고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하며 걷는 시인의 뒤를 따르듯 못골시장을 다시 가본다. 삶의 활력을 깨워주는 시장의 왁자한 모습은 언제나 신발 끈을 고쳐 매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런 어디쯤에 진함 땀을 훔치는 좌판처럼 뜨겁게 피어나는 시 또한 있으려니! '여리여리 피어나려나' 기웃대며 '백련' 같은 꽃을 하마 그리듯.

오춘옥 시인의 '못골시장'_3
오춘옥 시인의 '못골시장'_3

수원의 시, 시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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