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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얼굴 한켠에 흐르던 피
[연재소설 104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2-23 09:36:24최종 업데이트 : 2010-02-23 09:36:24 작성자 :   e수원뉴스
어머니의 얼굴 한켠에 흐르던 피_1
그림/김호영


그때 강희는 불법을 알지 못했다. 부처가 가고자 했고, 이루었고, 이룬 그 길을 뭍사람들에게 알려주려 했던 깨달음의 경지 또한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강희는 지리산 깊은 산속 현의의 움집에서 본 부처가 마음에 들었다. 

  "어, 희네."  내일부터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읊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현의의 등 뒤로 얼굴을 내밀던 주슬해의 모습 또한 풍경처럼 선명하다.

  필시 현의에 볼기짝을 맞고서야 잠에서 깨어났을 주슬해의 한 손은 눈 비빈 얼굴 위에 가 있었다.
  "너 거기서 뭐해?"
  주슬해가 물었었다.
  "이놈아 뭐하긴 보면 모르냐? 부처님 밥을 몇 년 더 먹은 네 놈들은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 희는."  민숭머리를 한 이태의 얼굴이 주슬해와 현의의 사이를 비집고 나타나며 현의의 말에 끼어들었다. 

"정말, 너 거기서 뭐하냐?"
강희는 왠지 조금 쑥스러워졌다.
현의의 연잎 같이 큰 손이 태와 슬해의 머리를 내리쳤다. 찰싹, 그들의 민둥 머리에서 소리가 요란했다. 
"네 놈들 소리에 천지만물이 놀라 경기하겠다!"
"치, 우리가 아니라 스님 땜이네요, 뭐."
"어서 씻고 예불 준비하거라. 이놈들."

아구구, 죽는 소리를 내는 태와 슬해의 목소리에는 달콤한 잠에서 깨인 투덜거림은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강희에게 남아있는 이 장면이 그들과의 첫 대면 모습은 아니었다.
강희가 현의가 있는 지리산 깊은 산속 움막암자로 들어온 것은 그날로부터 삼 년 전, 강희의 나이 아홉 살이 되던 해, 산 밑 저자거리엔 아직 가을의 기미조차 느끼지 못하던 초가을이었다. 

다친 엄마의 손에 이끌려 길을 잃은 것처럼 산속을 해맨 것이 하루 종일이었다. 강희는 그날, 어머니의 얼굴 한켠에 흐르던 피를 똑똑히 기억한다. 흘러 굳어진 핏자국 또한 선명히 기억한다. 행여 쓰러지지 않을까, 두려움에 간절했던 마음 또한 생생하다. 

엄마. 엄마. 다급하고 안타갑게 엄마를 부르는 것 말고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 어린 강희는 알지 못한 채 어머니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만 썼다. 

"여기 어디라고 했는데. 여기 어디에 분명히."
간절한 소망이 담긴 어머니의 혼잣말은 하루 종일 계속됐고, 이제 더는 걸을 수 없다 여긴 강희는 하나의 형상을 보았다. 사위는 어느새 어둑해져 있었다. 산 아래 마을에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산속은 가을이었다. 나무들은 붉고 노오란 나뭇잎으로 변해있었고, 태양빛이 사윈 산속은 추웠다. 
"엄마."
강희가 돼지꼬리처럼 말린 머리카락들이 짧은 남자를 가리켰다. 눈썹이 길고 눈이 긴 남자였다. 남자는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랬다. '머금고' 있었다. 그가 강희를 행해 이리오라, 손짓했다. 엄마가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시선을 돌려 그곳을 보았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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