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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매산시장 봄날 스케치
2014-05-06 20:28:13최종 업데이트 : 2014-05-06 20:28:1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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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고무, 삼아주단, 별미떡집, 부산해물, 매산이불할인매장, 한우마을, 신신슈퍼, 매산축산, 화성반찬, 완도수산, 한국식자재마트, 매산솜틀집, 홍대구제... 여느 시장에서나 한 번 쯤 봄 직한 업소 간판들이다.
요즘 장사가 안되는 수원시내의 재래시장들이 으레 그러하듯, 매산시장 대낮의 거리는 한산하다. 몇몇 특화된 큰 시장 빼고는 이제 낮 시간대에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저녁 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늦은 오후나 되어야 나이든 주부 혹은 할머니들의 발걸음을 찾아보게 된다. ![]() 매산시장, 평일 낮시간 거의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없다 수원역의 오래된 매산시장. 아마도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기에 노점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곳이리라. 이제는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에 밀려 재래시장은 점점 축소되고, 사라질 판이다. 과거 장사하던 사람들이 그냥 자리만 겨우 지키는 수준이라 한다. 게다가 요즘의 매산시장은 이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외국인들이다. 베트남, 중국, 몽골, 태국, 필리핀 등에서 일하러 온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시장으로 변하였다. 일요일 같은 경우는 매산 시장 거리를 걷는 80%이상의 사람들이 동남아 외국인들이다. 또한 시장 상점 사이사이에 중국인 상점들이 침투하고 있다. 그들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이젠 장사조차 할 수 없다고 하니 상인들의 고충이 가지각색이다. 봄날의 나른한 오후 매산 시장의 거리를 걸어본다. 시장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천천히 걸어도 5분이다. 따뜻한 햇빛을 쪽이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상인들이 바깥에 의자를 내어 놓고 앉아있다. 시장을 서너 번이나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젊은 여자가 혼자 걷는 모양이 신기했는지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눈길이 따라온다. 눈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그들의 시선에 대응을 해준다. ![]() 매산시장에 위치한 분식집. 꼬마김밥과 떡볶이와 핫바가 맛있다 길 양쪽으로 점포가 늘어서 있지만 어느 곳 하나 북적이는 곳이 없다. 늦은 점심. 혼자 출출한 배를 채울 곳 없을까 두리번거리다 분식집 하나를 발견했다. 꼬마김밥과 떡볶이, 오뎅, 핫바 등을 파는 곳. 아줌마 혼자서 핫바를 만들고 계신다. 떡볶이 1인분과 오뎅 하나, 김밥 한줄을 달라고 했더니 떡볶이 1인분이 아마도 많을 거라면서 1000원 어치만 먹으라 한다. 떡볶이 1인분에 2500인데, 1000원 어치도 판단다. 시장의 인심이 조그마한 분식집에서도 느껴진다. 점심 먹고 소화되어 출출할 무렵, 저녁 먹기 전의 간식 타임인 3-5시에 오히려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핫바를 미리 튀겨 놓아야 한단다. 손이 빠른 아줌마는 핫바 반죽을 돌돌 말아서 기름에 풍덩 넣어 튀기면서도, 오는 손님들에게 주문받고, 떡볶이를 재빠르게 포장도 해준다. 작은 가게에서 혼자 일하기 때문에 몰리는 여러 요구사항을 소화해 낸다. 매산시장에서 50년 가까이 장사를 하셨다는 이희현 할머니. 노점에서 과일가게로 장사를 시작했다가 이제는 생선가게를 하신다. 매산시장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매산시장은 비만 오면 하천이 범람하는 곳이어서 질퍽한 길이었단다. 과일장사로 평생 먹고 살고, 자식들 다 키우셨다. 남편도 일찍 저세상 보내고 이제는 혼자 과일궤짝 옮기는 일 힘들어서 생선장사로 바꾼지 몇 년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는 생선 사가는 사람들 많지 않으니까 물건도 별로 갖다 놓지 않고, 졸면서 TV보면서 하루종일 좁은 점포를 지킨다. 70이 넘으셨으나, 앞으로 죽을 때까지 장사하다가 죽겠다 한다. ![]() 매산시장의 생선가게. 평생을 이곳에서 삶을 보내셨다는 이현희 할머니 "3년 전 아침 7시에 며칠 장사해서 판 돈 주머니에 넣고 있는데, 강도가 칼 들고 들이닥쳤어. 돈 내놓으라고 칼 들이대고 돈 다 뺐겼지. 100만원도 넘었는데, 안 죽은 게 다행이야. 그 때 이불가게 아저씨가 빨리 신고해줬고, 그러고 나서 매산시장에 cctv가 생겼지. 장사하다 큰일날뻔 했어. 점점 살기 힘들어져서 그래." 한참만에 들어온 손님 한 명이 고등어를 만지작 거리면서 고르는 모습에 답답해하는 할머니 표정. 비싸다고도 하고, 물이 안 좋다고 타박하는 손님에게 '이게 오늘 들어와서 얼마나 싱싱한 건데' 하며 손으로 생선을 들어올린다. 손님 기다리면서 시간 보내는 것도 지겨울만 한데, 으레 그러려니 한다. 생선가게 옆의 경인고무. 신발가게 하나 있다. 30년 넘게 매산시장 한 자리에서 신발가게를 해 온 김회기 통친회장님의 점포다. 27살 이천에서 농사짓다가 형님이 먼저 신발 장사를 하여 자리잡은 후 올라왔다고. 이제는 노동자들의 작업화나 저렴한 신발이 주류를 이루지만 90년대 초까지는 시장에 장을 보러 온 엄마들이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 신발도 많이 사주었다고 말한다. ![]() 경인고무 김회기 통친회장님, 20대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딸 둘 대학 졸업시키고, 30년동안 신발 장사해서 먹고 살았으니 더 바랄 것 없지." 라며 소박한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2000년대 이후로 급속히 장사가 안 되고, 매산시장이 죽어 버려서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시대가 변화한 것을... 수원역에 신 분당선이 들어서고, 대기업이 운영할 쇼핑몰도 곧 들어서지만 몰리는 인파들과 매산시장은 상관이 없다. 중국상점이 늘어나면서 이러다 매산시장이 중국인 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도 든다. 그럼에도 수 십 년간 매산시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주대감 같은 분들 덕에 이곳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