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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음식> 고소하고 쫄깃한 대구 안지랑곱창
2016-04-19 07:50:00최종 업데이트 : 2016-04-19 07:50:00 작성자 :   연합뉴스

<맛난 음식> 고소하고 쫄깃한 대구 안지랑곱창_1
사진 / 임귀주 기자

(대구=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한적하던 골목이 오후가 되며 긴 낮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저녁 무렵이 되자 거리는 불야성을 이루며 더욱 활기에 넘친다. 연탄불에 곱창을 굽는 식당주인 신모(62)씨가 고기를 연신 뒤집으며 말한다."오늘은 평일이라 이렇지 주말에는 손님들로 골목이 온통 떠들썩하는 기라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외지 손님이 특히 많지예. 서울, 창원, 부산, 안동 할 것 없이 천지사방에서 오는 기라."

대구 남구 대명9동에 있는 안지랑곱창골목. 골목의 길이는 안지랑네거리에서 룸비니유치원까지 약 500m. 골목 양쪽에는 곱창식당 49곳이 빼곡하게 늘어서 손님을 부른다.

안지랑곱창골목은 이름 그대로 돼지 곱창을 주 메뉴 삼아 그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연탄불과 숯불로 곱창과 막창을굽는 풍경이 장관이다. 서민과 대학생 등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거리. 식당 명칭도 쉬운 우리말이 많아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식당마다 한 귀퉁이에 검은 연탄이 층층이 쌓여 있다. 전기와 기름, 가스가 일반화한 21세기의 도심거리에 웬 연탄일까? 연탄을 구경조차 못 해본 신세대들에겐 이색적인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이나 젊은 날에 연탄을 때고 살았던 기성세대에게도 아득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신씨의 얘기. "곱창, 막창은 역시 연탄불에 구워 먹어야 제맛인 기라요. 우리 골목은 생길 때부터 연탄 직화구이가 전통이 돼 있지예. 추운 겨울에 식당마다 거리 쪽에 비닐 천막을 치고 연탄불을 지피는 이유인 기라. 물론 실내에서는 가스나 숯불로 굽지예."

◇ 1979년 곱창식당 생긴 뒤 2000년대 골목 형성

전통시장이던 이 골목이 곱창의 명소로 자리를 잡은 역사는 제법 길다. 1979년 안지랑시장의 한편에 생긴 '충북식당'이라는 상호의 곱창식당이 효시. 지금은 식당 상호를 타인에게 넘겨준 김순옥 할머니(78)가 그 선구자인 셈이다.

이곳에 곱창식당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서 동일 음식의 골목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라고 한다. 2003년 안지랑곱창번영회가 생기고 행정기관의 지원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서서히 전국적 명성을 얻는다. 2012년에는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전국 5대 음식테마거리로 뽑혔고, 지난해에는 한국관광명소 100선에 선정됐다. 요즘 유입인구는 평일의 경우 2천여 명, 주말엔 5천 명가량. 물론 무더운 여름에는 이보다 훨씬 많다.

주 메뉴인 곱창과 막창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처럼 전국적으로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 돼지의 대장 부위인 곱창은 값이 싸기도 하거니와 고소하고 담백하며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직장 부위의 막창 역시 씹으면 씹을수록 식감이 뛰어나다.

고기를 연탄불이나 숯불, 가스불에 구워 소주나 맥주를 들이켜며 먹으면 일품이다. 여기에 유채나물, 계란탕, 콩나물국, 깻잎장아찌, 된장 소스 등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물론 닭발, 삼겹살, 갈빗살 등도 주문해 먹을 수 있다.

곱창과 막창은 역시 연탄불에 구워 먹어야 제격이다. 천막 없는 야외화덕에 부담 없이 고기를 구울 수 있는 4월부터 애호가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외화덕을 위한 비닐천막은 대개 10월 말 설치돼 이듬해 4월 초 무렵에 치워진다. 손님들로 가장 북적이는 시간대는 저녁 8시부터 10시 사이. 식당 문은 오후 2시부터 하나둘 열기 시작해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영업이 이어진다.

이곳의 곱창과 막창 요리는 주문 방식부터 정감이 있다. '1인분', '2인분'이라고 하지 않고 '한 바가지', '두 바가지'라고 부르는 것. 물론 '반 바가지'도 판다. 한 바가지는 보통 세 사람이 먹기에 적당하다.

음식 가격은 49개 식당에서 똑같다. 곱창 500g 한 바가지의 경우 1만2천원이고, 생막창 200g과 삶은 막창 150g은 각각 8천원이다. 상가번영회 차원에서 분량과 가격을 하나로 통일했기 때문이다. 주문할 때는 "이모님, 여기 곱창 한 바가지 추가요!"라고 외치면 진짜 이모처럼 친근한 주인이나 종업원이 환한 미소를 짓고 다가온다.

다른 곱창가게에서 만난 젊은이 4명이 야외 화덕에 곱창을 굽고 술잔을 주고받으며 홀가분한 저녁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대구대 간호학과 2학년생이라는 이들은 한 달에 한두 번씩 이곳에 와서 맘껏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음식이 싸고 맛있어요. 양도 많고요. 4~5만원이면 막창 두 바가지에 소주 10병을 즐길 수 있고요. 정이 많으신 사장님께서 계란탕은 공짜로 주시구요."

인근 식당에서 곱창 맛에 푹 빠진 50대 부부도 음식 예찬을 그칠 줄 모른다. 그 열정이 마치 홍보대사와 같다. "한 주일에 세 번꼴로 이 식당을 찾습니더. 제 입맛에 딱 맛는 집이지예. 와서 고기와 함께 술 몇 잔 들이키면 스트레스 지수가 확 낮아지는 걸 느끼는 기라예."이에 화답하듯 이곳에서 10년째 곱창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배모씨(50)는 "혼자서 음식 장만하고 설거지까지 도맡아야 해 몸은 비록 고달파도 손님들이'맛있게 먹었다'고 칭찬해주실 때 정말 기분이 좋다"며 웃는다.

◇ 곱창의 맛과 멋 알리는 축제 매년 열어

곱창골목이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이곳에선 해마다 한 차례씩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안지랑곱창 오감 페스티벌'이 그것. 지난해 제3회 페스티벌은 8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렸다. 인기가수 공연을 비롯해 곱창 구워먹기 게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한여름 밤을 뜨겁게 달구곤 한다.

안지랑골목은 대구지하철 1호선 안지랑역에서 걸어서 3분이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 이 골목에 온 김에 주변 관광지도 둘러보면 일거양득이라고 하겠다. 지척에 앞산카페거리(녹색길)와 앞산자락길, 앞산맛둘레길이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앞산전망대에 올라보면 대구 시내를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전성길 안지랑곱창상가번영회 회장은 "주말이면 해외교포는 물론 중국 관광객도 우리 골목을 찾아온다"며 "오는 5월까지 거리의 식당 간판들을 LED(발광다이오드)로 통일해 새로 단장하는 작업이 끝나면 밤거리가 더욱 환상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입맛은 물론 눈맛 등 말 그대로 오감을 만족시켜주겠다는 것이다.

<맛난 음식> 고소하고 쫄깃한 대구 안지랑곱창_1
사진 / 임귀주 기자

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4/19 07: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