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 1980년생 학창시절…“넌 수원 어디에서 놀았니?”
【수원시 승격 70주년 기념】 수원에서 초·중·고를 보낸 40대를 만나다
2019-04-25 07:07:23최종 업데이트 : 2019-05-01 13:42:5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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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봄 소풍 기억,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놀았던 주말, 가족들과 휴가를 맞아 찾았던 공원을 기억하시나요? 누구나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추억으로 저장되어 있는 곳이 있을 겁니다. 지금은 개발로 사라져버렸지만 기억은 너무나 생생한 곳 말이에요.
"권선동에는 큰 솔밭이 있었어요."
올해 수원시는 승격 70주년을 맞았습니다. 옛날, 논과 밭이 전부였던 수원시도 세월이 흐르고 하나 둘 아파트가 세워지면서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수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시민 3명(이지회, 문지영, 이지연)을 만났습니다. 모두 1980년대에 태어나 수원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보내고 지금 40대인 분들입니다. 마치 앨범을 들춰보듯 수원에 보냈던 학창시절 기억을 떠올려보았습니다. 80년대 매탄동은 신매탄, 구매탄으로 나뉘었다. 사진 속 아파트는 현재 매탄위브하늘채 자리인 신매탄 지구다.(사진/문지영씨 제공) 세류동 신곡초등학교를 다녔던 이지회 씨는 봄 소풍에 대한 기억으로 큰 솔밭이 기억난다고 합니다. 지금 권선동에 있는 수원버스터미널이 있는 자리에요. 그래서 권선동은 유난히 '솔밭'이 붙은 지명이 많은가 봅니다. 권선동 옆 인계동에는 '솔밭사거리'가 있고 매탄권선역 근처에 '솔밭어린이공원'이 있거든요. 초등학생이라 먼 곳까지 소풍을 가지는 못했지만 종종 권선동 솔밭을 찾았다고 합니다. "권선동이 원래 솔밭이었어요. 아주 큰 소나무가 빽빽한 숲이었어요. 그 솔밭은 보물찾기하기 제격인 곳이었어요. 봄 소풍을 가서 선생님들이 숨겨 둔 연필, 지우개 등을 찾고 싶어서 눈과 손을 재빠르게 움직였던 기억이 나요. 보물을 찾았을 때는 큰 선물을 받은 것 마냥 하루 종일 기뻤죠."(이지회 씨) 또 한 가지 초등학교 추억으로 학교 앞 문방구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신곡초등학교 앞에는 골목길이 '人 '자로 되어 있는데요. 그 사이에 문방구가 4군데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1군데만 남았다는데요.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 문방구 앞으로 달려갔어요. 문방구 근처에서 떡볶이를 팔았죠.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맛있는 건 달고나였어요. 그 때는 달고나 한 숟가락에 50원이었어요. 납작하게 눌러 모양 틀에 찍거나, 빵 모양으로 부풀리거나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었죠."(이지회 씨) 만남의 장소 '남문 롯데리아', 학생들로 북적이던 곳 수원 남문에 있는 롯데리아 현재 모습 80년생이 중학생 시절을 보낸 90년대 중반에는 패스트푸드점이 인기였습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한 햄버거, 감자튀김이 그 당시에는 그야말로 '핫'한 메뉴였는데요. 수원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팔달문 로터리에 있는 '롯데리아'라고 합니다. 사실 지금도 롯데리아는 있어요. 하지만 90년대에는 현재 자리 맞은편에 크게 있었어요. 그리고 그곳은 학생들로 늘 북적였다고 합니다. 이른바 '만남의 장소'라고 하죠.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 주로 잡는 장소는 단연 '롯데리아 앞'이라고 하네요.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면 놀았던 코스가 있어요. 일단 롯데리아에서 만나 햄버거를 먹어요. 그 당시 데리버거가 천원이고 셋트메뉴가 이천 원이 채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골목마다 액세서리, 선물가게가 많았어요. 친구들과 가게마다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죠." (이지회) 만남의 장소인 롯데리아 앞은 많은 학생들이 통학하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고등학교 진학을 일명 '뺑뺑이(고등학교 배정 시 출신 중학교나 근거리에 배정되지 않는 추첨 방식)'라고 하죠. 그래서 버스를 타고 먼 거리로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등·하교 시간에 시내버스는 늘 만원이었겠죠. 특히 롯데리아 앞 정류장은 창현·유신고, 동성여중(현재 동성중), 연무중학교 학생들이 많이 타는 곳이었다고 해요. "종이 버스표를 내고 콩나물 버스에 탄 기억은 잊을 수가 없어요. 버스가 언덕을 올라가면서 기우뚱하면 학생들이 우르르 쓰러지기도 했어요. 재미있었던 건 다른 학교 학생들끼리 일부러 부딪힌 기억이에요. 좋아하는 옆 학교 학생이 타면 그야말로 난리였답니다. 옆에 서볼까, 부딪혀볼까 꿍꿍이가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었죠." (이지회) 원천유원지에는 신나는 놀이기구가 가득, 즉석에서 두세 번도 태워줘 광교호수공원이 들어서기 전 원천유원지 모습 (사진/수원시포토뱅크 이용창) 지금은 세련된 광교호수공원이 예전에는 '원천유원지'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어요. 지금 에버랜드 정도되는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중·고등학생들이 짜릿한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죠. 중간·기말고사가 끝난 학생들이 스트레스 푸는 곳으로는 제격이었을 겁니다.
"원천유원지 놀이기구는 원천랜드, 그린랜드로 나뉘어져 있었어요. 타가디스코, 바이킹, 범버카, 귀신의집, 청룡열차, 바이킹까지 없는 놀이기구가 없을 정도였어요. 중학교 때 친구들과 범퍼카를 탔는데 환호하면서 너무 재미있어하니까 담당자가 한 번 더 태워준 적도 있었어요. 또 너무 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집에 가라는 충고도 해주셨어요." (이지연) 원천유원지에는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원천랜드, 그린랜드가 있었다.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이용창) 원천유원지는 놀이기구 외에도 먹거리가 많았다고 해요. 멋들어진 식당도 있었지만 포장마차가 더 많았었는데 소라, 번데기부터 떡볶이, 오뎅 등 간식거리를 팔았다고 합니다. 가게에서는 막걸리랑 전도 팔아서 데이트하는 연인들도 많았다고 해요. 원천저수지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배는 아마도 연인들도 많이 탔었겠죠?
어린시절, 원천유원지 모습. 사진 뒤 '광나루집'은 식당이다. (사진/문지영씨 제공) 수원에 산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기자는 시민들이 전하는 학창시절이 너무 반갑고 신기했답니다. 물론 그 시절 잘나가던 롯데리아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저 역시 살던 동네 패스트푸드점을 문 닳도록 다녔고 놀이동산은 늘 가는 소풍 코스였거든요. 동년배라 비슷한 문화를 즐겼지만 수원이라는 곳에서 추억은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옛 수원 모습이 담긴 추억 앨범을 들춰본 기분이랄까요?
인터뷰, 1980년, 김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