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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2020
Vol.92
휴먼스토리
전 수원시민 박정덕
입하때핀다하여‘입하나무’로불리다가,어쩐지쌀밥같아‘이팝나무’가되었다는그이
팝나무가그리움에지친허기를채워주던시간,우리아이의꿈이여물던화서동옛집에
도추억은머문다.
추억을살리기위해나이를먹는것은아니지,시간이흐르다보면싸하게다가오는가슴
앓이같은옹이하나쯤은누구나마음속에담고있을것이다.
익지도않은땡감을소금물에우려먹던그까까머리가김이감질나게모락모락오르던
부뚜막의그시루를놓칠리가있겠는가.몰래시룻번을떼어먹다혼나던유년의추억이
이토록그리운것은,지금도알수없는시룻번의밋밋하던그맛때문은아니다.따뜻한
어머님의체온같이서둘러찾아온이더위에왜이리그리운지모르겠다.
사랑의옹이,
‘시룻번’은 ‘시루병’이라고도 하는데 섣달 그
믐날시루떡을찔때김이새지않도록시루와
시룻번
솥사이에붙였던밀가루반죽이다.
해마다정월대보름이면부스럼앓지말고,한
해내내건강하라고부럼을까먹던풍습과함
께시루떡을찔때시루주변에붙였던시룻번
을말려놓았다가먹는‘시룻번먹기’라는풍
습도있었다고하니참으로슬기로운생각이
아닐수없다.
시룻번덕분에침침한눈을비비며내가읽은
책은국립민속박물관에서발간한‘한국세시풍
속사전’이었다.그러니까단단한시룻번을먹
거나깨무는행위를통해피부도단단해져서
부스럼이나지않기를바랐던우리조상들의
고마운마음씀씀이가있었던것이다.
‘얘야,아직은설익었으니익거들랑많이먹고건강하렴…’
어머니는시룻번을몰래먹던아들을나무라지않고,더깊고따뜻한사랑을내작은가
슴속옹이에꼭꼭심어주셨다.
해마다돌아오는어버이날,해마다그리운부모님의사랑,‘신과어머니에대해서는말을
할수없다’던인도의격언을이제서알것같다.
우리아이는알수없는어느가수의애잔한‘보릿고개’를따라부르지않아도,어머님의
풀무소리에보리밥이익어가던그시절을나는알기에창밖의하얀이팝나무에도추억
이새롭고,지금은보기힘든그시룻번한조각마저어머님에대한그리움으로,사랑의
옹이로남은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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