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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 10년] ③ "죽음의 바다서 기적을 이뤄냈지만…"
사고 당시 만리포 이장 이희열씨 "지역 주민 상처 보듬어줘야"
"자연 생태계 복원에 기여한 자원봉사자의 기적 잊어선 안 돼"
2017-09-13 06:35:05최종 업데이트 : 2017-09-13 06:35:05 작성자 :   연합뉴스
만리포해수욕장 바라보는 이희열씨.

만리포해수욕장 바라보는 이희열씨.

[태안 기름유출 10년] ③ "죽음의 바다서 기적을 이뤄냈지만…"
사고 당시 만리포 이장 이희열씨 "지역 주민 상처 보듬어줘야"
"자연 생태계 복원에 기여한 자원봉사자의 기적 잊어선 안 돼"



(태안=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사고가 난 날 밤 랜턴을 들고 바닷가에 나가봤는데 폭풍주의보가 내렸는데도 하얀 파도나 거품이 보이지 않아서 이상했습니다. 가까이 가봤더니 검은 기름 덩어리가 넘실넘실 넘어오며 발목까지 차는 걸 보고 '이제 만리포는 끝났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짓눌렀습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발생부터 복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본 이희열(68·사고 당시 만리포 이장)씨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몸서리를 친다.
"다음 날 아침 주민들이 하나둘 양동이나 세숫대야, 걸레 등을 들고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기름 제거 작업을 시작했는데, 퍼도 퍼도 끝없이 밀려오는 검은 기름은 죽음의 바다 그 자체였다"고 회생했다.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거의 맨몸으로 기름 제거 작업을 나섰던 이씨는 현장취재를 나온 취재진에게 "무조건 살려달라고 했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아스콘을 깔아놓은 듯한 바닷가에서 수거한 기름을 육지에서 모터 펌프로 퍼 올리고, 세숫대야로 기름을 담아 나르는 주민 모두 기름과 땀과 눈물로 뒤범벅될 즈음 기적이 시작됐다.
해경, 군인, 종교·사회단체를 시작으로 서울, 부산, 목포에서 어르신부터 코흘리개 아이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 사이에 자원봉사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이씨는 "20∼30년이 돼도 생태계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절망하던 주민들은 자원봉사자의 끊이지 않는 발길과 피와 땀이 쌓이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검은색 모래가 시나브로 사라지는 기적을 체험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만리포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그는 두 달여 간 주민들과 함께 기름을 닦아내고 만리포를 찾은 자원봉사자의 밥을 해주다 과로로 쓰러졌지만, 주사를 맞고 하루 만에 다시 현장으로 나와야 했다.
이씨는 "사고 이후 2∼3년간 바닷가에서 갈매기가 사라지고 전복과 굴이 폐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좌절하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사라졌던 동식물이 하나둘씩 돌아오면서 만리포 주민들도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고 이전으로 100% 회복은 당장 어렵겠지만, 만리포를 중심으로 태안지역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어 줘야 한다"며 "아직도 미진하다고 느끼는 주민 보상이 잘 마무리되고 청정 태안의 이미지를 회복해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가끔 기름 유출 인근 지역에서 주민들이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행정기관이 지역 주민의 건강을 꼼꼼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자원봉사자의 피와 땀이 오늘의 태안을 다시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기름 유출 사고 당시는 너무 절망적이어서 잊고 싶지만, 태안 앞바다의 생태계를 예상보다 앞당겨 자연상태로 복원하는 데 기여한 자원봉사자들의 기름 묻은 손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씨는 "가끔 식당에 온 손님들이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당시를 회상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며 "그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깨끗한 청정 태안과 만리포를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min36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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