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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부끄럽고, 죄스럽고, 미안하다
합동분향소와 고잔고등학교에서 함께 아픔을 나누다
2014-04-25 23:22:45최종 업데이트 : 2014-04-25 23:22:45 작성자 : 시민기자   박종일

가슴 아픈 한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이다. 수요일 야간에 안산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합동분향소와 단원고에 들려 조문하고 아픔을 함께 나눌 예정이었나. 마음이 너무 아파 고대안산병원에 들려 학생들만 보고 돌아왔다.
금요일 다시 안산시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야간이 아닌 해가 있는 오후시간이다. 합동분향소와 단원고에 들려 조문하고 그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었다. 

고잔역에 내리자,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임시합동분향소까지 운행하는 45인승 대형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분향소를 방문하는 조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고잔역~분향소'를 오가는 직통 셔틀버스 4대 가 오전9시부터 오후11시까지 배차간격 없이 운행되고 있다. 분향소에 가기위해 버스에 오르는 시민 대부분은 검정색 옷을 단정하게 입었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유치원생에서부터 직장인, 주부, 나이 드신 어르신까지 다양한분들이 함께했다.

학생들에게 부끄럽고, 죄스럽고, 미안하다_1
안산시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진도 여객선 침몰참사 '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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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부끄럽고, 죄스럽고, 미안하다_2
합동분향소 입구 '추모메시지'판에 조문객들이 남긴 색색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합동분향소에 도착하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로 인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조문하고자하는 조문객들이 올림픽 기념관 앞 인도까지 길게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넓은 체육관에 수많은 조문객들은 숨소리도 들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학생증사진이 영정사진이 되었다. 모두가 잘생기고 멋진 선남선녀들이었다. 재단 양옆으로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학생들의 영정사진을 차례로 띄우고 있다.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고인들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제단 앞에서 묵념하고 헌화하자, 여기저기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00아! 엄마다. 엄마야. 대답 좀 해봐라." 한 학생의 엄마가 아들의 이름을 간절하게 부르며 통곡한다. 
조문을 끝낸 조문객들은 입구에 마련된 추모메시지 판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하고 싶은 말들을 글로 쏟아낸다.

추모메시지 판은 조문객들이 남긴 색색의 메시지로 가득했다. 오빠, 언니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초등학생의 서툰 글부터 어른들이 스스로 자책하고 반성하는 글까지 다양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내 새끼들아...다음에는 너희들을 지켜줄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나렴...사랑한다. 이제 꽃피기만 기다린 우리 후배들..사랑하고 아무런 도움조차 되지 못한 이 언니 밉지? 미안하다. 아이들아 너무너무 미안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 하마 부디 좋은 곳에 가서 사이좋게 지내렴...'

자원봉사자들이 입구에서 나누어준 화장지로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고는 친구들과 뛰어놀며 희망을 꿈꾸어왔던 고잔고등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학교는 분향소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고, 학생들과 교직원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학생들로 활기가 넘치고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아야 하지만, 고잔고등학교는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고, 학생들도 보이지 않았다. 

교문 왼편에 놓인 하얀색 국화꽃과 학생들의 무사생환을 바라는 메시지와 노란리본이 빼곡하다. 평소에 아들과 딸들이 좋아했던 유품들도 놓여있다. 분향소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깊은 침목 속에 잠겨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학교정문에서 할 말을 잊고 멍하니 국화꽃을 보다가 학교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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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잔고등학교가 침목 속에 잠겨있다. 학교를 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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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에 학생들의 무사생환을 바라는 메시지와 노란리본이 빼곡하다.

분향소와 단원고에서 만난 수많은 시민들은 말이 없다. 모든 책임과 원인제공은 우리 어른들이 때문이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가 전부다.
학생들을 바다 속에 묻어둔 채 육지에서 세월만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인 것 같아 마음이 더 무겁고 아프다. 

세계경제 10위권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우리 기성세대들의 노력과 땀은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두고는 부끄럽고, 죄스럽고, 미안하다.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아. 부모님과 국민들이 이제 그만 아파하게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할게. 우리 어른들의 잘못으로 고인이 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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