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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진료가 뭔데요?
동네 의사가 들려주는 의료파업 속 이야기
2014-03-12 08:51:21최종 업데이트 : 2014-03-12 08:51:2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3월 10일 월요일, 전국의 병원의 50%이상이 문을 닫았다. 
수원 일부 지역에서는 80%이상의 동네 병원들이 진료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들은 불편을 겪고, 의사들의 이기심에 대해 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어떤 국가 정책으로 의사들을 파업으로 몰고 갔으며, 국가 전체를 혼돈에 빠뜨린 걸까? 동네에 자주 가던 이비인후과의 최준영 의사 선생님께 궁금한 것들을 여쭈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원격 진료가 뭔데요? _1
3월 10일 월요일 수원시에서도 반 이상의 병원들이 파업에 참가하고, 휴진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원격진료가 무엇인가요? 

= 환자와 의사가 대면하지 않고, 화상채팅 형식으로 통신상으로 이루어지는 진료입니다. 기본 테이터 예를 들면 혈압이나 당뇨를 체크하고 처방하는 것이죠. 원격진료의 목적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진료에서 소외된 440만명이라는 숫자가 아이러니합니다. 

원격진료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숫자를 불려 놓은 것이죠. 
그렇다면 원격진료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요? 당연히 가장 큰 문제는 면대면 진료가 아닌 기계에 의한 데이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열이 나더라도 몸의 어디 부위에서 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증상만으로는 원인을 파악할 수가 없죠. 결국 혈압과 당뇨밖에 처방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가 호진료를 위한 기기를 집집마다 어떻게 설치하겠어요? 

기계 및 장비 구입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마을 마다 하나씩 들여놓는다고 할 때 읍내에 있는 보건소에 들여놓겠죠. 그럼 보건소까지 가서 화상진료를 한다는 말인데, 보건까지 갈 수 없는 사람들은 또 어떻겠어요? 보건소에 의사가 있는데 또 원격진료라니요? 말이 안돼요. 거기다 대부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한 시간 내에 중대형 병원을 갈 수 있는 교통이 됩니다. 우리 실정에 전혀 맞지 않아요. 

-선생님 말을 들어 보면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그래도 정기적으로 꾸준히 병원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지 않나요. 시간과 비용 문제를 줄일 수 있으니깐요. 

= 그래봤자 혈압과 당뇨 같은 질병에 밖에 해당이 안되요. 응급상황은 더더욱 아니구요. 거기다가 처방약은 어떻게 받을까 생각도 해보아야죠. 택배로 약처방을 받는다면 결재 시스템은. 모두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인데 시골 노인들이 과연 스마트폰 기기도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인데, 원격진료 장비를 이용한 치료와 결재 등을 할 수 있을까요? 의문이에요. 

-만약 원격진료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혹은 신 기술에 대한 부분이라면 어떻게 하나요? 

= 물론 의료는 계속 발전합니다. 신 의학기술이 새롭게 매번 나오죠. 하지만 원격진료는 앞으로 대형병원에서의 부대사업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원격진료 및 상담을 위한 텔레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의사 중에서 원격진료만 담당하는 의사들을 뽑겠죠. 동네 의원들은 모두 몰락합니다. 동네 병원들은 타격이 크죠. 지금도 의대 졸업해서 취직 못하고, 개원 못하는 의사들 많은데 앞으로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요. 

-그럼 어떤 방식으로 의료 개혁이 필요한가요? 

= 지금 건강보험공단의 누적 흑자가 8조에요. 그런데도 보험료를 안 내려요. 계속 오르기만 하죠. 그러면서 한국의 의료수가가 너무 낮아요. 예를 들어 맹장수술을 우리나라에서 200만원이 든다면 미국은 1천400만원이에요. 제왕절개 수술이 30만원이라면 4-5천만원이 수술비에요. 극단적인 예이긴 하죠. 

의료수가가 낮기에 의사들은 병원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 하루에 100명 가까운 환자를 본다고 하죠. 진료시간이 짧은 것을 문제삼죠. 외국은 상담 진료만 30분에서 1시간이라고 하면서. 하지만 미국은 건강보험료가 매우 비싸고, 그럼에도 개인 부담이 커요. 우리나라 의료비 아주 싼 나라에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수가가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인가요? 

= 현재 의대생들이 가장 지원 안하는 과가 흉부외과와 산부인과예요. 앞으로 10년 내에 이런 과 의사를 수입해야 할지도 몰라요. 우리나라는 비인기학과지만 미국은 인기 많아요. 
우리나라 의사들은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의 힘든 수술을 고된 노동처럼 10시간 가까이 하지만 성형외과, 치과 등의 의사에 비해 1/10의 수입을 벌어요. 모두 의료수가가 낮기 때문이에요. 당연히 수익이 되는 과에만 학생들이 몰리기에 의료 발전이 없게 돼요. 

-대학병원에서 원래는 연구를 해야 하잖아요? 

= 그렇죠.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대학병원은 모두 진료를 해요. 외국 대학병원은 오로지 연구 목적으로만 운영되요. 연구 기금을 받아서 소수의 환자만 치료해요. 우리나라는 진찰수가가 낮기에 특, 진료를 받아 채워요. 대학병원이 돈을 버는 곳으로 전락해버렸어요. 명망있고, 실력있는 의사들이 연구를 해서 의학기술 발전 시켜야 하는데 말이에요. 앞으로 10-20년 후가 걱정이에요. 

-어떤 식으로 변화가 필요할까요? 

= 예를 들어 일본은 소외 지역에 산부인과가 없어서 아이를 낳다가 응급 상황이 생겨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어요. 그 사건 하나 때문에 당장 산부인과가 생겼고, 국가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어요. 이제는 군의관 지원도 안해요. 의대생의 1/2이 여자에요. 사병으로 2년 근무하면 되는데, 군의관으로는 39개월을 있어야 해요. 힘든 곳에서 일하려는 의사가 없어져요. 당연히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의료 시스템이 필요하죠. 

원격 진료가 뭔데요? _2
원격 진료가 뭔데요? _2
 
우리는 어떤 의료개혁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시간 한 시간 가까이 의사 선생님께 궁금한 사항들을 여쭙고, 대답을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아프면 이용해야 하는 병원, 그리고 내 몸을 맡겨야 하는 의사. 여기에 개입된 자본과 대기업의 논리 그리고 국가의 시스템까지 모두 복잡하게만 여겨진다. 

하지만 결국 의료는 기본적으로 영리의 목적도 있지만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당장의 파업으로 국민들은 다소 불편하겠지만,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14년 전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사들이 반대하면서 파업했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에도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언론에서도 그러했다. 하지만 의약분업 이후 진료비와 약값은 2배 가까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의료 파업도 혹시 국민들에게 미칠 후폭풍이 있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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