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내 생애 가장 의미있는 선물
2014-03-11 07:39:54최종 업데이트 : 2014-03-11 07:39:5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오늘 점심 되면 같이 해요. 재혁이 떡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도 챙겼어요!" 
일요일 오전 시간, 점심을 먹자는 갑작스런 문자에 조금 놀라긴 했다. 대부분 일요일 오전 시간은 만나자는 약속을 하기에는 조금 맞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실까? 

전화의 주인공은 '내인생의 글쓰기' 수업을 들으시는 수강생이신 나무(닉네임)님이시다. 나무님은 인근 수지 신봉동에 사시면서 글쓰기 수업을 듣기 위해 작년 여름에 처음 만나뵈었다. 
세련되면서도 기품있고 우아한 이미지에 넘보지 못할 것 같은 포스가 느껴지는 것이 딱 나무님의 분위기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임하는 모습 및 다른 수강생분들을 챙기는 모습이 모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시골에서 가지고 온 감자, 옥수수 등을 쪄 오시는가 하면 맛있는 떡이나 과일 등을 싸가지고 오신다. 누군가가 먹는 모습만 보아도 기분이 좋다고 하시는 나무님. 일요일 아침 과연 무슨 일이실까? 
교회 예배를 마치고 수지 신봉동에 있는 스파게티 집에서 11시 30분에 뵙기로 하고, 서둘러 갔더니 약속시간보다 일찍 자리를 잡고 계신다. 

아들 재혁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예쁜 음식점을 미리 봐두셨다고 한다. 일요일 이른 점심, 갑작스러운 만남이지만 주고 받는 이야기가 즐거웠다. 식사를 끝내고 난 후 자동차 트렁크로 가시더니 줄 것이 있다면서 차 문을 열어 보이신다. 보는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내 생애 가장 의미있는 선물_1
아이스박스 안에는 여러가지 음식들을 비닐에 꽁꽁 싸맨 것들로 가득했다
 
아이스 박스 한 가득, 그리고 몇 가지 플라스틱 용기가 더 있다. 
일일이 하나하나 설명까지 덧붙이신다. 멀리서 보내온 민어, 병어 등 생선 반건조하여 하나씩 일회용 비닐에 포장한 것들, 직접 담그신 간장게장 먹기 좋게 한 마리씩 포장하여 냉동한 것, 부산에서 직배송된 부산오뎅 한 봉지, 종류별로 하나씩 포장하여 얼린 쑥떡과 팥모찌떡, 직접 갓 담근 부추김치까지 먹을 거리가 한 가득이다. 

집에서 모두 먹는 것들인데 조금씩 싸서 가지고 온 것이니 부담을 갖지 말라 하고 주신다. 혹시나 안 먹는 것들일까봐 오히려 걱정된다고 하신다. 
천만의 말씀! 사실 그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선물을 받아들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친정 엄마, 시어머니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것들이다. 

시어머니는 아예 안 계시고 친정엄마는 친모가 아니다. 물론 친정에서 김치도 얻어 먹고, 반찬도 가끔 주시긴 하지만 뭐랄까, 받으면서도 다시 무언가를 드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아이스 박스에 하나하나씩 챙겨 넣었을 손길과 마음이 느껴진다. 나무님의 섬세한 마음결이 전달된다. 

내 생애 가장 의미있는 선물_2
내 생애 가장 의미있는 선물_2
,
내 생애 가장 의미있는 선물_3
일일이 먹기 좋게 하나씩 포장된 떡, 생선들
 
챙겨주신 먹거리들이 모두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사람들과 모인 자리에서 대화 중에, 혹은 강의 중에 흘려서 했던 말들을 꼼꼼히 기억하고 계셨나보다. 그래서 더욱 감동이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준 것도 사랑이지만,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 선물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 사람이 무얼 원할까를 고민하면서 고르는 것이 선물이다. 나무님으로부터 받은 먹거리 선물들이 모두 진정한 선물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했다. 

집에 와서 냉장고 서랍 칸칸이 먹을 것들을 챙겨 넣었다. 그리고 음식을 할 때마다 하나씩 비닐 봉지에 묶어진 것들을 풀어서 먹어 본다. 생선, 오뎅, 김치, 간장게장... 냉장고가 가득 차니 안 먹어도 배부르다. 먹는 내내 나무님이 생각날 것 같고,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내 생애 가장 특별한 선물이다.
김소라님의 네임카드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