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머님께서 파김치를 담아 주셨다.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서 어머님께서는 종종 파김치를 담아 나눠 주신다. 결혼을 약속 할때의 마음을 잊지 말자 가족이란, 그리고 부모란 배려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는 아니다 나의 친정은 '호반의 도시' , '닭갈비' 등으로 유명한 강원도 춘천이다. 멀지 않은 곳에 친정이 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명절에나 겨우 다녀온다. 춘천에 가면 난 늘 닭갈비를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인지 평소엔 생각이 없다가도 친정만 가면 먹고 싶어 가자고 했다. 이번 설에도 우리 가족은 당연히 닭갈비를 먹었는데, 엄마는 그저 떡만 골라 드시고는 잘 드시지 않았다. "엄마, 왜 그렇게 안 먹어?" 배부르게 먹고 나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내가 묻자 엄마는 말씀하셨다. "나는 닭갈비가 무슨 맛인지 모르겠더라. 아무 맛도 안나. 그래서 그냥 떡이랑 고구마만 먹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동안 닭갈비를 수도 없이 먹었는데 엄마가 떡만 골라 드시는걸 오늘에서야 발견하다니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엄마는 그동안 아무 맛도 없는 닭갈비를 딸이 먹고 싶다고 하니 매번 드시러 갔는데 딸은 엄마가 좋아하시는 음식하나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늘 소중한 사람이 가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족 안에 혹여 정말 관심 가져 주어야 할 대상이 빠져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시댁식구란 늘 좋은 인상만 주고,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 했던 것 같다. 점수를 잘 따기 위해 시키지 않아도 관심을 쏟아 관찰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자주 만나는 주변 사람들도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한 사람들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관심을 기울였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이나 평생 나와 동생들 생각에 걱정이 마를 날이 없었을 친정엄마에게 내가 너무 무관심했다. 늘 같은 자리에 아무런 조건도 요구하지 않고 내 곁에 있다는 이유로 내가 너무 방치했다는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을 한다. 늘 가까이에 있을 때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자는 뜻이 아닐까? '부부'란 특별한 인연이다. 나와 상관없는 사이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반평생의 연을 맺어 남은 반평생을 살아가는 소중한 사람이다. 혹여 '부부'라는 이름으로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혹은 말도 하지 않았으면서 왜 내 마음을 모르는 걸까? 등의 추측으로 서로가 서운해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겠다. '부모'는 쉽지않은 자리다. 부모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자식에게 베풀어 준다. 늘 받기만 하는 것에 익숙한 나머지 곁에서 늙고 약해져 가는 엄마를 돌아보지 않은 내가 너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혼자 살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과 어울려 '사회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간다. '배려'란 이름을 정말 내게 중요한 사람에게도 빠짐없이 나눠주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은 친정엄마께 전화라도 드려야겠다. 그리고,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 한 가지 준비해봐야겠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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