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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
이주은 미술사학자를 통해본 '아름다운 시절'
2014-02-14 10:34:38최종 업데이트 : 2014-02-14 10:34:38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 언제였나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당신은 머리를 긁적이며 지나온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누구에게나 가장 화려했던 시점, 나의 몸이 기억하는 '좋은 시절'은 있는 법이니.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_1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_1

13일 오후 4시 30분 수원시청 대강당은 이 물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든 인파로 북적북적했다. 수원시가 지난 2010년부터 시민들과 공직자들의 인문학 마인드 함양을 위해 야심차게 진행 중인 '수원포럼'을 듣기 위해서다. 
미술사학자이자 그림에세이스트 이주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교수가 '아름다운 시절, 아름다운 명화들'이란 주제로 단상에 올랐다. 

1층과 2층을 가득 메운 객석을 향해 선 이 교수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라며 '벨에포크(Belle Epoque)'시대를 화두로 던졌다. 1890년대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1914년까지의 사조(思潮)인 '아름다운, 혹은 좋은 시절'을 의미하는 벨에포크의 시대를 그는, 세기의 명화와 명작을 통해 함께 들여다보기를 권했다. '배회자'로서 지극히 객관적인 때론 다양한 관점을 요구하는 엿보기를 통해 함께 공유하기를. 나만의 해석, 크게 4가지 키포인트로 포착해 봤다.

# 엿보기

에밀졸라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1883)으로 말문을 연 이주은 교수는 '언제나 행복은 쇼윈도 안에 있다'라고 말한다. 
테레즈 라켕(1867),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1920)', 류노스케의 '라쇼몽(1915)' 그리고 에드가 드가의 그림 '실내', 메리 카사트의 '합승마차에서', 피에르 보나르의 '붉은 바둑무늬 식탁보' 등 명작과 명화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욕망과 방황, 상실감과 좌절이 엿보인다고.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_2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_2

"산업혁명 후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과학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그간 서양을 관통했던 종교(기독교)의 의미가 흐려지면서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그림과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속엔 시대상이 고스란히 박혀있다고. 하여 사람들은 늘 힘듦(전쟁이라는 거대한 폭풍처럼)을 거친 후엔 '아름다운 기억(시절)'을 끄집어내는 법이라고. 이 교수는 그리하여 '언제나 행복은 쇼윈도 안에 있고 기억속의 나를 미화한다'고 했다.

# 불안증

위스망스의 '거꾸로(1884)', 오스카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1)',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봐리(1857)', 도스트예프스키의 '백치(1874)',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1878)', 찰스디킨스의 '위대한 유산(1861)',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1897)', 그리고 명화 '내 마음의 문을 잠그다(1891)', '돌 줍는 여인들(1887)', '기억(1890)', 일리아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뭉크의 '흡혈귀'...
작품들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내면을 숨기고 다른 세계를 꿈꾸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평범한 나날들이 더 불안한 이유이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일상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면밀히 살펴보면 시대변화에 따른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삶의 불안을 직시가 아닌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고나 할까. 즉, 현대인들의 불안 증세를 표출했다고 하겠다. 실존적인 고민들이었다."라고 했다. 

# 모호함

"고전적 아름다움은 추(醜)와 미(美)를 넘나드는 것이다? 모호하고 혼란스러워 도대체 어느 상태에 머물러야 할지 아리송하다. 또한 어떤 가치를 두고 평가해야 할지도!"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_3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_3

모리스르블랑의 '이것이 날개다(1898)', 아르투어슈니츨러의 '율무(1897)',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1919)', 두르게네프의 '첫사랑(1860)', 픽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1831)', 그림 장드팔의 '디스(1898)', 에곤살레의 '죽음과 젊은 여자(1915)', 고갱의 '테하마의 조상들', 구스타프 클림트의 '희망(1903)', 모네의 '에트르타의 바위문(1883)', '수련연못(1899)' 등 모두가 원칙 없는 게임 같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속도, 가치, 꿈, 해방, 숙명, 본성 등 모든 것들이 원칙도 없고 불안정한 상태여서 미래를 알 수 없는 모호함 그 자체다. 

# 오늘

명화와 명작을 통해 불안정한 미래에 대하여 나열하던 이주은 교수는 "그냥, 지금 이 순간만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결국 아름다운 시간(시절)이란 지금 아니, 매일 매일이니 벨에포크시대처럼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그러면서 고전은 그림이나 활자나 모티프(motif)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올바로 직시하여 치유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_4
강연회가 끝나고

명화, 영화, 고전들은 언제나 당대의 시대모습을 감추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단 한 줄의 행간, 한편의 그림들 혹은 한편의 서사영화에서도 우리는 세계의 모습을 포착해 낼 수가 있다. 반듯이 그 안에는 기본 원리라는 것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사물을 보려면 반드시 눈을 떠야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은 눈을 감아도 볼 수 있지. 그래서 실재하지 않는 것이 실재하는 것보다 더 쉽게 보이는 거야'
'생각의 탄생(에코의 서재)' 36페이지에 나오는 글귀다. '유령 요금소'라는 고전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피카소의 그림들이 사실보다는 상상이 중요한 것처럼, 사고의 틀을 바꾸기를 넌지시 일러주는 것이 이번 강의의 미덕이다. 
'아름다운 시절, 아름다운 명화들'이 그래서 더 반갑다.

한편, 제 45회 수원포럼은 3월 20일 오후 4시 30분 '태백산맥'과 최근 최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정글만리'의 조정래 작가가 수원시민들과 만난다. 기대하셔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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