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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어렵고 힘들어 할 때 부모의 자세
현명한 부모는 기다릴 줄 아는 부모다
2014-02-15 19:53:16최종 업데이트 : 2014-02-15 19:53:16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자녀가 어렵고 힘들어 할 때 부모의 자세_1
아이마다 성장에 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얼마 전에 7살 큰 아이가 수영을 시작했다.
"휘준아, 우리 휘준이 물놀이 좋아하니까 수영 배워보는 거 어때?"
"나 혼자? 아니면 엄마 아빠랑 같이?"
"당연히 휘준이 혼자 수업에 들어가야지."
"그래? 알겠어! 할 수 있어!"

아이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첫 수영수업이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내 손을 맞잡고 대형마트에 가서 수영복도 새로 사고 수영가방도 마련했다.
"엄마 내일 수영 가는 날이야?"
"응"
"엄마 오늘 수영 가는 날이지?"
"그래!"

 뜻밖에도 물이 무섭다며 뛰쳐나온 아이 

드디어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오후 2시에 유치원에서 끝나자 마자 기운차게 달려나오면서 "엄마, 어서 서둘러!! 수영 가야 하잖아!"라며 수영학원 셔틀버스가 서는 곳까지 쉬지 않고 뛰어갔다. 그렇게 큰 기대를 안고 수영 수업에 달려갔기에 당연히 큰 문제없이 첫 수업을 잘 해낼 거라 믿었다.

아이들이 물에서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보호자가 내려다 볼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가 과연 스스로 수영복을 잘 갖춰 입고 수업에 잘 임하고 있는지 떨리는 마음으로 들여다봤다. 아이는 연신 나를 쳐다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자세히 보니 아이는 울고 있었다. 오물오물 뭐라 말하는 입 모양을 보아하니 "엄마, 나 무서워!"하는 게 분명했다. 나는 "괜찮아!! 파이팅"하며 힘내라는 포즈를 취해 보였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결국 뛰쳐나오고 말았다. 수업을 시작한 지 불과 10분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노래졌다. 수업을 하지 못하겠다고 해서 환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며칠 동안 수영수업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의 뜻밖의 행동에 나는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꺼내고 그 상황을 대처하게 할지 고민을 하며 아이에게 달려갔다.
"휘준아~"
남자 탈의실 앞에서 아이를 애타게 불렀다.
"엄마~흑흑"
아이는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 된 채 벌게 진 눈과 흠뻑 젖은 수영복 차림으로 벌벌 떨며 뛰쳐나왔다.
"휘준아, 많이 무서웠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아이를 겨우 달래며 오늘은 이만해도 좋으니 어서 들어가 옷을 챙겨 입고 나오라고 말했다. 

수영복을 가방에 겨우 구겨 넣고 옷을 주섬주섬 급히 입고 나온 아이는 여전히 불안하고 무서운 기색이 역력했다.
"엄마, 나 깊은 데 못 들어가."
한번도 엄마나 아빠 없이 물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아이는 수영 선생님의 엄격한 진두지휘 아래 물에 혼자 들어가야 한다는 자체가 두려웠던 것이다.
"휘준아, 괜찮아. 선생님이 널 위험하게 하지 않아."
"아니야, 그래도 나 혼자 물에 들어가서 해야 한단 말이야!"
아이들이 많아서 선생님이 일일이 다가와서 설명해 줄 수 없는 환경이 아니었다. 아이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나가면서 무서움이나 두려움이 누구한테도 토로할 수 없는 상황이 더 힘들었던 것이다. 겨우 달래서 매점에 가서 먹고 싶어하는 과자랑 아이스크림을 모두 사주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의 시선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 

"휘준아, 괜찮아. 우리 휘준이 많이 무서웠구나."
"나 이제 수영 안 해!!"
"휘준아, 그래도 한번 시작을 했으니까 힘들더라도 계속 해야 하는 거야. 너 아까 데스크에 계신 선생님 말씀 들었지? 다른 형들이랑 누나들도 처음에는 다 울면서 시작했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아이는 확고부동 자신은 수영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퇴근한 아빠에게 그날의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휘준아, 너 왜 그랬어? 아빠랑 물놀이 할 때는 잘 했잖아."
아빠가 다정하게 물었지만 아이의 얼굴은 이내 어두워지면서 이제는 수영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번 수영수업을 아이는 결국 빠지고 말았다. 소름 끼치게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밀어 넣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래도 당신이 이번 주말에 휘준이랑 수영장에 가서 물이랑 친해지게 도와 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휘준이는 아빠와 함께 가는 수영이 너무 좋다며 신나게 발을 동동 굴렀다. 아이는 물이 무서운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을 지켜줄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이 무서웠던 것이다.
"여보, 우리 휘준이 수영 잘해. 나랑 가면 다리 잡아주는 내 손을 그만 놓으라고 성화라니까."
아이는 배시시 웃으면서 아빠랑 하는 수영이 좋다고 했다.
이제 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 수영수업을 위해 수영장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아이는 여전히 싫은 눈치가 역력했다.

"엄마, 나 안 가면 안돼?"
"왜? 너 아빠랑 잘 했다며?"
"아니, 무서워."
여전히 아이는 혼자 대면하는 물이 무서운 게 분명했다.
"휘준아, 오늘 엄마랑 약속 하나 하자. 휘준이가 수업을 끝까지 다 하고 나오면 엄마가 휘준이 먹고 싶어하는 거 다 사줄게."

자녀가 어렵고 힘들어 할 때 부모의 자세_2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 아닌가

아이는 울면서도 결국 수업 한 시간을 잘 견뎌냈다.
"휘준아, 수업 내내 엄마 쳐다보면서 우는 데 엄마가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많이 무서웠어?"
"응, 선생님이 잠수하라고 해서 너무 무서워."
물에 얼굴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숨쉬는 것을 배우는 게 무서웠던 것이다. 
"휘준아, 그래도 엄마는 우리 휘준이가 수업을 끝까지 잘 견디고 해내서 정말 기분 좋다. 엄마였다면 중간에 뛰쳐나왔을 거야. 오늘 휘준이는 비록 울기는 했지만, 잘 해냈어!!"
울면서도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애쓴 7살 꼬마아이의 노력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했다.
"휘준아, 오늘의 미션은 우리 휘준이가 수업시간 내내 울지 않고 엄마보고 웃어주는 거야. 할 수 있지?"
 
부모의 격려와 칭찬이 아이에게 나아갈 힘을 준다
 
수영 수업을 시작한 지, 한달 보름 만에 아이는 드디어 웃으면서 수영 수업을 완수해냈다. 그 사이 수영수업을 무려 3번~4번을 빠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 주말마다 아빠와 수영장에 가서 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엄마, 나 오늘 유치원은 못 갔어도 수영은 꼭 가고 싶어!"
아파서 며칠 동안 유치원을 결석한 아이가 수영은 꼭 가고 싶다고 조르는 색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너 이제 겨우 다 나았는데 수영장 가면 안될 거 같아."
"엄마, 제발~ 가게 해줘. 응?"
안 된다는 말에 회사에 있는 아빠한테까지 전화해서 수영장에 가도 되냐고 조르기 시작한다. 

결국 수영장에 간 아이. 이젠 엄마가 어디 있는지 확인 할 겨를도 없이 키판을 잡고 물 속을 신나게 왔다 갔다 한다.
처음 얼마 동안, 아이가 벌벌 떨면서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서 나도 같이 울었다. '이렇게 억지로 시켜도 되나? 뭐 대수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아이가 힘들다고 어렵다고 할 때마다 그만두는 습관을 들이면 앞으로 뭐든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아이가 그것에 친숙해지고 즐겁게 만끽할 수 있게 될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얼마 동안의 인내와 시간투자로 인해 아이는 완벽히 적응해냈다. 

이 일을 계기로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아이가 어떤 일에 적응을 하기까지는 부모 역시도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내와 기다림 속에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억압이 아닌 아이와의 교감이 있어야 한다. 우선 아이가 왜 힘들어하는지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공감하면서 그 부분에 있어 차츰차츰 단계로 나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 있어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잡아서는 안 된다. 

자화자찬이지만, 처음에 아이가 수영장에서 뛰쳐나왔을 때 나는 아이를 책망하지 않았다.
내가 아이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지 먼저 생각하고 공감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 다음 번에 아이가 또 울면서 수업을 했을 때도 왜 울었냐고 하기보다는 지난번보다 나아진 점을 찾아 칭찬해주었다. 너무 큰 기대를 두면 아이에게 긍정의 말을 해줄 수가 없다. 
하지만, 시간의 여유를 두고 이해하고 공감해주었더니 아이는 서서히 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꽤 긴 기다림이 필요할거라는 예상을 뚫고 빠른 적응력을 보여준 것이다. 

부모는 첫 아이의 나이만큼 성장한다고 했던 가. 앞으로 아이가 커나갈수록 부모로서 겪어야 할 성장통이 무척 걱정되면서도 그 과정에서 배우게 될 인생의 새로운 의미가 크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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