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장거리, 권선시장으로 오세요
2014-01-24 19:02:16최종 업데이트 : 2014-01-24 19:02:16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
"아직 설날을 며칠 앞두고 있어서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설날은 추석과 같이 송편을 빚는 것이 아니라서 그때와 비교하면 바쁜 것도 아니지. 설날 쓸 떡국 떡은 미리 만들어 놓고 파는 것이니까?" 권선시장에서 떡집을 20년 넘게 한 사장님의 말씀이다. 설날 장거리, 권선시장으로 오세요_1 1월 24일 오후에 찾아간 권선시장은 세밑이었지만 한산했다. 시각적으로 점심시간이 지났고 저녁시간이 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시각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권선시장을 찾을 때마다 매끈하게 기름칠한 족발들이 유혹한다. 저마다 매끈매끈 갈색의 윤기 나는 매무새로 지나가는 시선을 붙잡는다. 족발 큰 것 2만5천원. 중간크기 2만2천원. 미니족발이 5천원이다. 족발 큰 것 하나면 4인 가족 식구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데 시장을 둘러보기도 전에 벌써 침이 꼴깍 넘어간다. 설날을 며칠 앞두고 있지만 권선시장에 와 보면 매일 매일이 잔칫날이다. 멀리서도 지글지글 고소한 기름 냄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놓은 전들과 금방 밭에서 뽑아온 듯한 나물반찬들이 밥 한공기만 있으면 뚝딱 비울 것 같다. 치치직 하는 기름튀기는 소리가 경쾌하고 군침이 돈다. 김이 폴폴폴 나는 따끈한 두부 한 모에 천오백원이다. 공장에서 나오는 두부보다 크기로는 훨씬 더 크다. 두부 한 모. 별 요리를 하지 않고 뚝딱뚝딱 잘라서 볶은 김치에 싸 먹어도 좋고, 반쪽은 노릇하게 구워먹고 또 반쪽은 찌개에 넣어 먹어도 될 만큼 충분한 양이다. 그 따끈한 느낌이 좋아서 두부 나오는 시간에 맞춰오는 손님들도 있다지만 갈 때마다 매번 반겨 주는 사장님부부의 변치 않는 친절함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두부가게 옆에 나란히 있는 떡집 진열대에는 떡국용 떡을 무더기로 쌓아 놓았다. 떡국용 떡은 큰 봉지는 만원이고 작은 것은 오천원이다. 만원으로 4인 가족 기준으로 몇 번은 끓여 먹을 만큼 충분해 보인다. 길게 뽑아낸 가래떡 하나에 천원. 금방 나온 가래떡에 꿀을 찍어 먹어도 맛있고 약간 굳혀서 구워먹는 것도 별미다. 설날 장거리, 권선시장으로 오세요_3 "설날에는 먹을 것이 많다지만 그래도 떡국 한 그릇 든든하게 먹어야 제 맛이지. 예전에는 집에서 떡국용 떡을 직접 썰었지만 요즘은 필요에 따라 다 썰어주니까 여자들 할 일이 많이 줄었지."하고 가래떡 한쪽을 뚝 잘라 주신다. 쫀득쫀득 적당하게 말랑거리는 것이 입안에서 춤을 춘다. 정육점을 끼고 옆 골목으로 갔더니 예전에 공장용 의류 판매점이었던 곳에 새로운 반찬 가게로 바뀌어져 있다. 족발 골목에 비하여 손님들의 발길이 적었던 곳이었다. 새로운 반찬가게에서 족발가게까지 업종이 바뀐 점포가 눈에 띈다. 입구에 꽤 넓은 족발가게가 보인다. "여기서 족발가게 영업한지 벌써 7년이 넘었어요."라고 말하는 매우 예쁘게 생긴 젊은이는 곱창을 손질하는 것이 보통이 넘는 것 같다. 자주 오는 사람들도 족발곡목이 권선시장의 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반대편 골목에도 먹을거리가 많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보다 조금은 더 여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 설날 장거리, 권선시장으로 오세요_2 설날 장거리, 권선시장으로 오세요_4 오늘은 매번 가던 단골 식당을 앞에 두고 새로 생긴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순댓국이 6천원이다. "순댓국 건더기를 다 넣지 말고 조금만 넣어 주세요"라는 주문에도 건더기가 많다. 권선시장의 순댓국은 오리소리감투, 순대 등 건더기가 많다. 여러 가지 건더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골라먹는 재미도 있겠다. 주말이 되면 설날에 먹을 음식 장만 채비를 해야 한다. 이번 설날 장보기는 먹을거리가 풍성한 권선시장에서 하는 것이 어떨까? 장보기가 끝나고 권선시장의 명물인 족발 가게에서 쫀득한 족발과 구수한 순댓국 한 그릇으로 피로를 풀어놓길 바란다. 족발을 주문하면 덤으로 나오는 공짜 순대를 즐기는 쏠쏠한 재미를 느껴볼 것을 권한다.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