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음악회' 와 '작은 음악회'로 한해를 마무리하다
2013년을 훈훈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고 동아리 식구들과 함께라서 더 행복
2013-12-28 09:26:45최종 업데이트 : 2013-12-28 09:26:45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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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6일 4시 고색중학교 도서관에서 노래 공연 있습니다.
다음날 27일엔 수원시 정자동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작은 음악회 공연이 있습니다."
동아리 악장님의 문자를 받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수능 때문에 미뤄왔던 가족여행이 있었는데 일정이 겹쳐 버린 것이다. 5년 동안 여름휴가도 가지 못했고 가족여행은 생각지도 못할 생활이었다. 이제 겨우 시간을 내서 2박 3일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되나 했는데 갑작스런 동아리 일정이 발목을 잡았다. 아쉽지만 여행은 다음기회에 가야할 것 같다.
고색 중학교 새터 도서관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하다 12월 26일 아침부터 눈과 비가 내리더니 오후엔 추위가 절정을 이룬다. 길이 미끄럽고 어수선해서 길거리엔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고색중학교 새터 도서관을 찾아가는 길도 낯설고 어색하다. 하지만 정문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나자 마음이 놓이고 입가에 미소가 찾아왔다.
'음악이 흐르는 도서관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부-수원 하모니 기타 앙상블 2부-용인 리코더 앙상블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된 새터 도서관은 생각보다 넓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선생님들도 바쁜 일정을 마치고 발걸음을 해주셨다.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걷는 아기도 보이고 70대 할머니도 두 분이나 눈에 띄였다. 여행을 포기하고 엄마 공연을 보러온 두 딸과 남편은 객석 앞쪽에 자리를 잡고 응원의 눈빛을 보내준다. 고맙고 행복하다.
클래식 곡과 7080 노래를 섞어 12곡을 한 시간 동안 불렀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잔잔하게 클래식으로 연주하고 베사메무쵸는 관객과 함께 신나게 노래했다. '닐리리 맘보'를 부르다가 70대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힘차게 박수치는 할머니 모습에 그간 연습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동아리 멤버들도 흥에 겨워 자꾸 박자가 빨라졌다. 악장님의 다급한 눈빛과 단장님의 차분한 곡 설명이 없었다면 준비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 같다. 공연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인 것 같다. 박수소리에 힘을 얻어 공연은 잘 마무리 되었다.
다음날 약속된 공연을 위해 동아리 식구들은 이른 저녁을 먹었다. 박자가 늦고 빨랐음이 아쉽고,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실수를 고백하느라 정신없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연습이 부족했다는 자책도 나왔다. 겸손하고 낮은 자세다. 배울 점이 많은 동아리에서 막내로 지내는 게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작은 음악회에서 천사들을 만나다 12월 27일 오후 3시. 수원시 정자동 장애인 보호시설의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시설을 이용하는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가 참석했다. 의사소통이 불편한 친구들을 위해 선생님들이 바쁘게 움직이셨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하는 친구들도 보였다. 6살 정도의 아주 작은 어린아이는 선생님의 무릎에 앉아 엄마를 찾는지 여러 곳을 응시한다. 음악회인지 알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혼란스러운데 친구 하나가 낯선 나를 보고 하이 파이브를 해온다. 반갑게 손을 맞잡고 나자 쏜살같이 달아나버린다.
작은북과 탬버린 등 타악기를 노래에 맞춰 두드리는 공연은 선생님의 몸짓과 함께 시작되고 금새 끝이 났다. 오랫동안 연습을 했는지 노래를 따라 부르는 친구도 보인다. 처음부터 앞에 있는 엄마만 보고 있는 친구는 마냥 좋은지 웃기만 한다. 웃는 친구를 보는 내 마음도 좋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가사에 맞춰 종을 울리는 친구들이 눈에 하나씩 들어오자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지기 시작했다. 함께 노래하고 손을 들어 종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와~~' 모두가 큰소리로 화답해 주었다.
친구들의 공연이 마무리되고 동아리 차례가 되었다. 무대가 좁아 다섯 명만 기타를 치고 다섯 명은 뒷줄에 서서 노래와 율동을 했다. 빨간색과 흰색 옷이 맘에 들었는지 아니면 기타가 신기했는지 친구들의 반응이 남달랐다. 크게 웃어주고 박수쳐 준다.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친구들이 나타났다. 기타를 만지러 나온 친구는 선생님 손에 이끌려 되돌아가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해주었다. 돌발 상황도 재밌어 친구들도 웃고 선생님도 웃고 엄마들도 크게 웃는다. 모두가 신나서 웃고 노래한다. 덕분에 준비한 4곡이 끝나고 앵콜 곡까지 불렀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선생님과 직접 만든 비누를 선물로 주시는 수녀님을 뵙고 인사하며 마무리했다. 우리는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다시 와서 즐거운 시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가족여행을 미루고 함께 한 공연이었다. 2013년을 훈훈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고 동아리 식구들과 함께라서 더 행복했다. 다가오는 2014년도 올해처럼 좋은 일만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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