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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미피케이션·넥시드… 한글날이 무색한 공공기관 '신조어'
'정책 돋보이려' 신조어 남발…알 권리 침해 등 부작용만 "우리말 순호정부 차원 전문기구 둬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하도록 해야"
2016-10-09 07:03:01최종 업데이트 : 2016-10-09 07:03:01 작성자 :   연합뉴스
게이미피케이션·넥시드… 한글날이 무색한 공공기관 '신조어'_1

게이미피케이션·넥시드… 한글날이 무색한 공공기관 '신조어'
'정책 돋보이려' 신조어 남발…알 권리 침해 등 부작용만
"우리말 순호정부 차원 전문기구 둬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하도록 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I.SEOUL.U(아이 서울 유)'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새 브랜드 이름이다.
서울시는 시민 대표와 전문가들이 투표로 선정한 이 브랜드 때문에 홍역을 치러야했다.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런 만큼 웃지 못할 패러디도 쏟아졌다. 심지어는 "브랜드 없이 지내는 게 낫다"는 한 전문가의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애매한 브랜드를 쓰는 지방자치단체는 서울만이 아니다. 경기도는 '넥스트(Next) 경기'와 '굿모닝 경기'를, 인천시는 '플라이(Fly) 인천', 경상남도는 '브라보(Bravo) 경남'을 각각 시·도를 대표하는 공식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I.SEOUL.U는 여전히 서울시의 브랜드다.
혈세를 들여 나름 고심해 정했을 테지만 자세한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 지자체, '외국어인 듯 외국어 아닌' 신조어 사용 '심각'
비단 브랜드만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외국어를 합성한 신조어 사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조차 정확한 의미를 설명하지 못하는 용어들이 허다하고 어떤 보도자료에는 한 문장에 5∼6개의 외래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게이미피케이션, 넥시드, 빅파이, 스타트업 데모데이, 푸드스타트 업스쿨, 넥스트 경기창조오디션, 제안창조오디션-창안대회, 업 창조오디션, ∼플랫폼 등은 경기도의 정책 설명회나 보도자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어들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임'에 '∼화'를 뜻하는 영어 접미사 '∼fication'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게임화'를 뜻한다고 하지만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고 정확한 의미 전달이 안 된다. '넥시드'는 미래(Next)와 씨앗(Seed)을 합성해 만든 용어다.

여러 개의 영어 단어를 섞어 사용하고 한글까지 조합하는 사례도 많다. 영어 전공자도 이해하기 어렵다.
경기도 한 간부 공무원조차 "도에서 최근 영어가 포함된 이해할 수 없는 용어, 합성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창조오디션'과 같은 용어는 지나치게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을 정도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주광역시 문화재단은 주요 사업으로 '문화 트라이앵글 조성'과 '문화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 트라이앵글 조성은 광주지역 3개 문화단체를 아우르겠다는 의미며, 문화 플랫폼 구축은 문화 예술 역량을 한데 모으자는 것인데, 명칭만 가지고는 뜻을 알기 어렵다.
충북 도청에는 '바이오정책과'에 'B&B엑스포팀'이라는 부서가 있다. 화장품 엑스포를 전담하는 부서로, '바이오(Bio)와 뷰티(Beauty)'를 줄여 명명했다. 처음 듣는 사람은 무슨 뜻인지 물어봐야 알 수 있는, 가히 '암호' 수준이다.
부산시는 2010년 부산경륜공단의 이름을 '부산스포원'으로 바꿨다. 스포원은 '스포츠(Sports)와 원(One.元)'에서 따왔다. 그러나 부산스포원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어떤 용도의 시설인지 알 수 없다.
◇ 학교·교육청 등 다른 공공시설도 엉뚱한 용어 '남발'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신조어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대전시에 있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또 다른 이름은 '이노폴리스'다. 혁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 '이노베이션(Innovation)'과 도시를 뜻하는 단어 '폴리스(Polis)'를 합성한 조어다.
인근 대전 유성구 도룡동의 대덕테크비즈센터 역시 대덕+테크닉(기술)+비즈니스(사업)를 결합한 이름이며 1층 창업보육센터의 이름도 '이노스타트업'이다. 둘 다 명칭만으로 시설의 용도를 알아내긴 어렵다.
경북교육청은 대입수학능력시험 이후 학생들에게 '좋은 학부모가 되기 위한 안내서'를 나눠줄 예정이다. 헌데 그 안내서 이름이 '행복한 FM 길라잡이'다. 'FM'은 아버지(Father)와 어머니(Mother)의 첫 글자에서 딴 것으로, 엉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혁신도시에는 2014년 개교한 '새론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가 있다. '새롭다'는 말에서 이름 지은 것인데, '새론'은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이런 신조어는 차치하고 프로젝트, 벤치마킹, 인센티브, 랜드마크, 모니터링, 슬로건, 테크노파크 등은 이미 오래전 우리 사회의 일상용어가 됐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신조어 남발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영어 능력에 따른 차별, 행정효율 저하 등 부작용만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9일 "공공기관이 경쟁적으로 정책을 돋보이려 외국어를 합성한 신조어를 남발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하는 행위로 오히려 행정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시대에 외국어로 된 전문용어들이 유입되고 있는데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전문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광호, 김준호, 한무선, 형민우, 심규석, 신민재, 이종민, 이정훈, 우영식, 임보연, 임채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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