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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코드 시대' 송년회 어떻게 입을까
2013-11-26 12:46:18최종 업데이트 : 2013-11-26 12:46:18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11월말에 들어서면서 스마트폰 알림이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문자메시지는 기본이요, 모바일 메신저 이른바 '카톡'이라 불리는 카카오 톡으로 송년회와 생일을 알리며 서로가 바쁜 세상이니 떼거리로 얼굴 한번 보자는 모임안내공지다. 

그런데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한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인지라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어떤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 동시에 걱정이 앞선다. 특히나 시민기자처럼 중년의 주부라면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한마디로 차림새는 현재 그 사람의 가정경제 상태를 대변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생각이 이즈음 지배적인 세상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아침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근자에 알게 되어 매우 가까이 지내는 한분이 생일을 맞이했단다. 물론 며칠 뒤가 진짜 생일이지만 모두의 날짜가 오늘 딱 맞아떨어진다는 이야기에 앞당기기로 했다는 것. 전화를 끊고 안방장롱을 열었다. 강풍에 비나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오늘은 무엇을 입을까, 란 궁리를 하면서. 
물론 자주 보는 사람들이지만 어쩐지 오늘만큼은 나만의 색깔로 입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것저것 흩어보는데 영 마음에 드는 옷이 없다. 작년에는 무엇을 입고 살았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옷장 안은 그야말로 구식 옷들로 가득했다.

'드레스 코드 시대' 송년회 어떻게 입을까_1
현대는 도깨비의 세상처럼 재밌고 독창적인 세상이다. 한마디로 옷차림새라도 튀지않으면 자신을 알리기에 좀체 힘든 세상이다. 그리하여 나만의 독특한 차림새는 기본이다/작가 유순혜

검정코트를 꺼내보니 족히 5년은 된듯했다. 그것을 들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근처 아울렛으로 달려가 겨울신상품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은 벌써 여성복 매장 앞이다. 그런데 어쩐지 머뭇거려졌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 스스로 돈을 벌었기에 거리를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사 입었다. 

지금은 주부생활만 하고 있어서 가족카드를 사용하는데 긁는 즉시 '띵동!'하고 남편한테 문자가 간다. 물론 사 입는다고 잔소리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카드 전표 두 장 끊은 것 맞아?"라며 확인전화가 부리나케 걸려오니 마음이 편치 않아 꼭 사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고, 그러다보면 괜스레 귀찮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치고 만다.

사람은 옷을 만들고, 옷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인간의 상태가 결정지어진다. 고로 옷은 자신감의 표현이고, 심지어는 성격까지도 파악한다. 
개성시대인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옷이란, 매우 사치스런 것으로 받아들이는 옛 시대를 떠나보낸 지도 오래다. 우리들은 이른바 개성을 강조한 '드레스 코드'의 시대에 살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차려있고 모임에 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행위라고 대부분 인지했다. 나 역시 창피해서 혹은 쑥스럽다는 생각에 새로 산 옷을 입었다가도 결정적으로 집안을 나가기 직전 도로 헌옷 즉, 몸에 익숙한 옷으로 갈아입고 말았다. 
그런데 요즈음 많은 사람들은 모임성격에 맞게 당당히 '드레스 코드(dress code)'에 따라 차려입고, 더불어 남다른 패션을 위해 공부까지 한단다. 그러니 외관 차림새에 '목숨까지 걸 것 있느냐!'는 나의 옛 사고가 창피하기만 하다.

센스가 있는 사람은 옷 구색이 갖춰져 있지 않아도 이리저리 잘 섞어 트랜디한 패션으로 완성시킨다. 단 한 개의 울 스카프로 세련미를 표출하기도 하고, 젊은 층은 풀 오버 목도리만으로도 생기발랄한 젊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복장 규정이라 해석되는 드레스 코드 완성을 위해 나에게 어울리는 복장은 무엇인지 그야말로 꼼꼼히 살펴야할 계절이 바로 이즈음이다.

'드레스 코드 시대' 송년회 어떻게 입을까_2
때론 소품 선그라스 하나만으로도 멋을 창조하기도 한다

올해의 마무리 12월에도 각종 연말모임, 송년회 따위의 집단 모임 표시가 탁상용 달력에 빼곡하다. 요즘은 남자들도 겉치레에 신경을 많은 쓴다는데 하물며 중년의 여성으로서 진화하는 패션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저녁 당장 입고 나갈 패션을 떠올리며 '아, 어찌한다!'란 고민에 빠졌다. 지인들에게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려면 뭔가 특별한 계획이 필요한데, 돈이 많이 들지 않고 소품만으로도 패션을 완성할 수는 없을까. 
결론은 어제의 편한 옷을 입고 나갈 것이 확실하지만 그래도 코스프레 놀이라도 해야겠다. 상상은 늘 행복한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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