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천지의 자살을 알리는 짧은 한줄.
나는 자살을 기도했던 적이 있다. 아니 많다라는 표현이 맞을까.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던 날들.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 할 수도, 그렇다고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나는 항상 베개에 얼굴을 묻고 큰소리 내어 숨죽여 울곤했다. 그래서 베개는 항상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나는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보냈다. 졸업하면 다 잊혀 질 줄만 알았는데...
수행평가 준비로 읽게 된 김려령 작가의 '우아한 거짓말'은 잊고 싶었던 지난날들의 기억들을 되짚어 보게 하였다.
내가 자살을 기도했던 그날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잠옷 차림으로 2000원을 구겨 넣고 울면서 집을 나섰던 나는 비에 젖은 채로 청 테이프를 구입해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방에 있던 모든 틈들을 막기 시작했다. 창문과 방문에 나있는 조그마한 틈들을 청 테이프로 모두 막고 나서, 마지막으로 내 코와 입에 청 테이프를 붙였다. 그리고 조용히 침대위에 누워 마지막 기도를 드렸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억지로 잠에 들려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땐 느끼지 못했었는데, 나는 죽음이 두려웠던 걸까. 몸을 웅크리고 앉은 나는, '내 장례식엔 누가 와줄까?'하고 바보 같은 생각을 해 보았다.
'엄마는 오겠지, 아빠도 오려나. 나한테 그렇게 화를 내놓고 안 왔으면 좋겠다. 유비는 오려나. 수업을 듣고 늦게라도 올 거야.'
속으로 이야기를 해나가는데,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냥 가기엔 너무나 분했다. 똑같이 되갚아 주지도 못하였는데. 죽는 게 너무나 억울했다. 그때 깨달았다. 살아 있는 게 복수 하는 거라고.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최고가 될 거라고. 그래서 내 앞에서 모두 용서빌게 할거라고.
그 뒤로 악착같이 살아왔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날을 떠올렸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고, 노래방도 가보고, 안하던 게임까지 하며 아픈 과거를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그 아팠던 과거를 다시 되짚게 한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하고 하늘로 가버린 천지. 숨이 막혀오면서 천지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지난 날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나처럼, 죽음 앞에서 억울해 하지는 않았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그녀가 자꾸 나와 겹쳐, 눈물이 나왔다.
오래전부터 천지를 따라다니던 우울증이란 검은 그림자는 나에게도 드리워져 있었었다. 나도 한때 우울증에 부모님께 정신과 치료를 부탁드렸던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부모님은 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그런 곳에 갈 거면 너 혼자가라는 장난을 던지실 뿐. 그냥 한 때 이러다 넘어가겠지 생각하셨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내 지난날들이 떠올라 너무나 괴로웠다. 그래도 난 이 책을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란다. 더 이상 이러한 죽음은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에... 착한사람이 죽는 일을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