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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에서
2008-04-09 18:07:57최종 업데이트 : 2008-04-09 18:07:5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재철

얼마 전, 머리도 식힐 겸 전철을 타고 동대문 벼룩시장엘 갔습니다.
'삶은 이런 것이다' 라고 느낄 정도로 생생한 땀의 흔적이 묻어나는 곳입니다. 
막걸리도 한 잔 걸치고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비닐을 깔고 헌책을 수북이 쌓아놓고 파는 곳에서 멈췄습니다. 무조건 한 권에 천원이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주인은 멀리 있는지 그냥 돈 넣는 박스만 있습니다. 

이 책 저책 뒤척이다가 문득 '인간의 조건'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본인 고미카와 준페이(五味川純平)가 지은 소설인데 일본 삼일서방(三一書房) 1959년도 판입니다. 시리즈 몇 권이 눈에 띠었으나 한권만 가져왔습니다. 어릴 적부터 일본을 싫어했던지라 아예 일본 소설은 읽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인간의 조건'은 일본 공전의 히트작 아닙니까. 그리고 원본입니다. 일본어는 모르지만 그냥 기념으로 한 권 샀습니다. 

무슨 기념이냐 하면 '줄어들지 않는 병사의 수통의 물' 이야기가 '인간의 조건'에 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가지> 일병의 부대는 정글 속으로 후퇴한다. 찌는 듯한 정글 속, 갈증으로 병사들의 입술은 타들어가지만 이미 수통의 물을 모두 마셔버렸다. 물이라고는 조장의 수통에 조금 남아있는 것이 전부였다. 병사들은 조장의 수통만을 쳐다본다. 조장은 차마 수통의 물을 마실 수가 없어 병사에게 수통을 건넨다. 병사들은 한사람씩 돌아가며 수통의 물을 마신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마지막 병사의 손에서 조장에게 수통이 건네졌을 때 조장은 깜짝 놀랐다. 물은 처음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수통의 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피어날 것이라 생각하고 기념으로 한 권 샀던 것입니다. 아직 몇 권 남아 있습니다. 기념으로 필요하신 분은 빨리 벼룩시장에 가 보세요.♠ 

벼룩시장에서_1
벼룩시장 좌판-몰래 집어가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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