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국내로> ⑭ 무더위 쫓는 천연 냉장고 진안 풍혈냉천
2016-08-09 06:00:12최종 업데이트 : 2016-08-09 06:00:12 작성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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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들어서면 냉기 샤워…일본 강점기 땐 창고로 활용 (진안=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조선시대 때부터 널리 알려진 전북 진안군의 풍혈냉천이 한여름 더위를 날릴 피서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풍혈(風穴)은 한여름에 에어컨 바람처럼 찬바람이 나오는 바위 구멍을 말한다. 냉천(冷泉)은 얼음물처럼 차가운 물이 솟아나는 샘. 이 풍혈과 냉천은 진안군 성수면 양화마을 앞 대두산 기슭에 있다. 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할 때면 천연 냉장고에서 나오는 바람을 쐬고 갈증을 달래기 위해 관광객들은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양화마을에 들어서면 동네 주변으로 길게 뻗은 하천이 보인다. 인적이 드물 법도 한 외진 마을에 강변을 따라 제법 많은 차량이 줄을 지었다. 행렬을 따라 8일 오전 풍혈냉천이라는 낡은 간판이 달린 동네상점 앞에 도착했다. 풍혈냉천은 진안군에서 관리하는 관광지가 아닌 개인이 임대받아 운영하는 사유지다. 대두산 일대가 한 종교재단 소유인데, 재단은 상점 주인에게 풍혈냉천을 임대했다. 동굴처럼 꾸며 놓은 풍혈에 들어서면 각종 음료와 먹거리를 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탁과 의자도 들여놓아 일반 식당의 모습이다. 상점을 지나 풍혈로 이동하는 도로 양쪽에는 음식을 먹을 수 평상이 길게 늘어섰다. 면적이 66㎡ 정도 되는 풍혈에 들어서면 폭염에 푹푹 찌는 밖과는 다르게 냉기가 온몸을 감싼다. 한여름에도 풍혈 돌 틈에서 찬 바람이 솔솔 나와 폭염으로 턱에 맺힌 땀을 식혀준다. 관광객들은 문턱을 넘자마자 탄성을 터트리며 아직 들어오지 못한 일행의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이곳 온도계 수은주는 4∼5도 사이를 가리키고 있고, 겨울철에도 영상 기온을 유지한다. 임대업자가 동굴 사방에 돌무더기를 쌓아 풍혈을 만든 이후로 진안을 찾는 피서객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일본 강점기 때는 풍혈이 잠종(누에씨)을 보관하는 창고로 이용됐고, 일본 순사들이 이곳에서 땀을 식혔다는 후문이다. 과연 풍혈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간 여러 연구가 진행됐으며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의 자연대류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연대류는 온도에 따라 공기가 이동하는 현상인데 겨울철 차가운 공기는 무거워서 돌무더기 하부를 통해 안쪽으로 들어간다. 유입된 공기는 여름과 가을에 데워진 돌로부터 열을 빼앗아 돌무더기 위쪽으로 올라가고, 열을 빼앗긴 둘은 돌무더기 아래쪽부터 점차 차가워진다. 이런 원리로 무더기를 이룬 돌은 겨울철 냉기를 저장하고 내부의 온기는 서늘한 상태가 돼 여름이 와서 냉기를 유지하게 된다. 땀을 식힐 수 있는 곳은 풍혈 내부뿐만이 아니다. 풍혈 주변에 쌓인 여느 돌무더기에서도 냉기가 나와 관광객이 그 앞에 줄을 지어 떡하니 서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다시 풍혈을 나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상점 옆에 있는 냉천을 발견할 수 있다. 냉천은 사시사철 변함없이 4도의 찬물이 솟아나는 약수(藥水)다. 몹시 차가워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고 1분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피부병과 위장병, 무좀 등에도 특효가 있다고 알려졌다. 냉천을 찾은 관광객은 너나 할 것 없이 시원한 약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풍혈과 냉천 부근에 온천이 솟았다고 한다. 이 온천 역시 피부병에 효과가 있어 환자들이 많이 찾았다고 한다. 풍혈냉천이 있는 마을 이름 양화(陽化)도 겨울철 이 마을에 내린 눈이 일찍 잘 녹는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를 증명하듯 대두산 너머 용포리에는 성수온천관광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풍혈냉천은 지자체가 아닌 민간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꼽힌다. 최근 진안군에는 풍혈냉천 근처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가 방치되고 있다는 민원도 종종 들어온다. 진안군 관계자는 "과거 종교재단에 풍혈냉천의 기부채납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고 현재는 사유지로 남았다"라며 "풍혈냉천이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전북의 대표 피서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do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8/09 06:00 송고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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