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동굴·모기장영화관·발풍기…이색 피서
2016-07-30 07:01:02최종 업데이트 : 2016-07-30 07:01:02 작성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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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농촌체험도 인기…시원한 도서관·만화카페에도 사람 몰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색 피서지, 어디 없을까요? 전국이 연일 짜증나는 찜통더위와 열대야에 달궈지며 이색 피서지와 피서법에 너도나도 눈을 돌리고 있다. 천연 동굴과 폐광을 활용한 냉풍욕장을 찾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리는가 하면 도심 속 시원한 만화카페와 미술관에서 차분하게 문화생활을 즐긴다. 전통적인 물놀이 외에 피서법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발 밑에서 바람이 불게 하는 발풍기, 휴대전화를 이용한 스마트폰 선풍기, 뼛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고 광고하는 쿨 의류와 에어컨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물놀이 필수품인 튜브와 펌프 등 제품 매출도 급증했다. 유난히 덥다는 올 여름, 본격 피서철을 맞아 찜통더위가 다시 시작됐다. 이색 피서법을 찾아봤다. ◇ 오들오들 동굴 체험…깊은 산 속 휴양림, 이열치열 농촌체험 인기 "꺄악!" 어두운 동굴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더듬더듬 나아가다 보면 언제부터인지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동굴에 들어서기 전에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괴롭힌 무더위와 땀방울이 싸∼악 사라졌다. 강원도 정선군 화암동굴은 23일부터 귀신소굴로 변했다. 한여름에도 10도 안팎인 천연 동굴에 공포체험까지 더해져 색다른 피서 첫 손가락에 꼽힐 만하다. 조명이 완전히 꺼진 동굴 속으로 작은 손전등만 들고 들어가는 화암동굴 야간 공포체험은 매년 9천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강원도 정선 화암동굴 공포체험.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원도 동해시 도심 한가운데 있는 천곡동굴도 오싹한 공포체험 장소로 그만이다. 2014년부터 운영한 야간 공포체험이 소문을 타 여름철 무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이 몰려든다. 최근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42호인 붉은박쥐(일명 황금박쥐)도 나타나 아이들 체험 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충북 단양 석회암 고수동굴과 천동동굴도 매일 2천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 더위 나기 명소로 거듭났다.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린 냉풍욕장이나 농촌체험마을도 이색 피서지에 이름을 올렸다. 폐광을 활용해 만든 충남 보령 청라면 냉풍욕장은 여름이 되면 바깥 온도와 10∼15도 이상 차이가 나 싸늘할 정도다. 보령 냉풍욕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부터 9월까지 관광객이 몰리는데, 주 중에는 하루평균 500∼800여 명, 주말에는 2천여 명이 찾는다. 폐광 갱도 입구에서 100여m 넘게 연결된 산책로를 걸으며 냉풍욕장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얇은 이불을 몸에 휘감거나 바람막이를 입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시원함을 넘어서 냉기를 느낄 정도다. 가족과 함께 냉풍욕장을 찾은 직장인 김모(54)씨는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폐광이 나오는데, 매우 이색적인 체험"이라면서 "한여름에 하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워 다시 밖으로 나가기 싫다"고 즐거워했다. 충북 영동 농촌체험마을은 다양한 체험활동을 내세워 더위에 지친 도시민을 유혹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담 없는 가격에 머물면서 뗏목을 타고 다슬기를 잡거나 복숭아·포도·블루베리 등 농작물 수확 체험도 할 수 있다. 영동군에만 농촌 마을 8곳이 있다. 각각 두부 만들기(원촌마을), 국악기제작(금도끼 은도끼 마을), 산나물 채취(옥륵촌마을) 등 독특한 체험을 내세웠다. 지난해 피서철에만 4만여 명이 농촌체험마을을 찾아 무더위를 날렸다. 전국적으로 농촌체험마을은 수두룩하다. 필요한 맞춤형 체험을 찾는 수고만 더한다면 재미도 느끼고 더위도 식히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 "멀리 안 나가요"…아지트 같은 도심 속 피서지 인기 짱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더운 요즘 도서관, 은행 지점이나 백화점 등 전통적인 도심 피서지 인기는 여전하다. 지금은 문화생활과 결합한 도심 속 피서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집처럼 편안하고 카페처럼 세련된 만화카페는 새 명소다. 시내 곳곳에 들어선 만화카페는 매캐한 담배 연기와 낡은 소파가 생각나는 옛 만화방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 방보다 아늑한 공간에 드러누워서 만화를 보거나 푹신한 소파, 해먹, 야외 테라스 등에서 간단한 간식까지 즐길 수 있다. 지난 주말 가족과 광주 북구 용봉동의 만화카페를 찾은 송창주(41)씨는 "쾌적한 실내에서 더위도 피하고 아들, 딸과 만화로 소통할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러웠다"며 "우리 가족의 아지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독자 제공=연합뉴스] 광주시립미술관 잔디광장에서는 다음 달 20일까지 첫째·셋째 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도심 속에서 캠핑과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썸머아트피크닉이 열린다. 잔디밭에 모기장 텐트를 치고 감상하는 모기장 영화관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 14살 소년들의 위험한 모험을 그린 트래쉬를 상영한다. 청년 상인과 지역 예술가가 함께 커피와 와인을 팔고 세계 맥주, 칵테일 모히토를 선보이며 시원한 여름밤을 선사한다. [아트피크닉사업단 제공=연합뉴스] 부산 도심 속 유명 해수욕장들은 문화공연과 산책로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춰 이색 피서지로 거듭났다. 광안리해수욕장은 다음 달까지 주말 저녁 해수욕장 앞 해변도로에서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한다. 이 도로에선 버스킹 공연과 예술 장터가 어우러져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 무더위를 날릴 수 있다. 송도해수욕장은 지난달 구름 산책로를 개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밤 11시까지 개방되는 구름 산책로는 수면에서 5.5∼9.3m 높이에 강화 유리를 깔아 방문객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시민들이 산책로를 찾으면서 지금까지 30만여 명이 이 길을 걸었다. ◇ 바람 솔솔 전통 옷 인기…튜브·발풍기 등 피서 용품 매출↑ 피서지에서도 가시지 않는 무더위에 각종 냉방·피서 용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전통 의복 갈옷이 피서철 맞춤 옷차림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건조되는 제주 갈옷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바람이 솔솔 통하는 광목이나 무명에 풋감 물을 들인 갈옷은 땀 냄새가 덜하고 쉽게 썩지 않는다. 원래 제주 시민들이 노동복으로 즐겨 입던 옷이지만 원피스나 블라우스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되면서 피서 상품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무더운 여름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전통시장에서 갈옷을 사 가거나 여행할 때 입고 다니기도 한다. 물놀이 필수품인 어린이용 튜브와 1∼2인용 보트 등 튜브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바람을 넣는 펌프 판매량도 덩달아 급증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6월 15일∼7월 25일 손 펌프, 발 펌프, 자동인 차량용(충전식) 펌프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다. 튜브의 크기가 커지고 종류까지 다양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마트 관계자는 분석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롯데마트 관계자는 "튜브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니 각종 펌프류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가격은 1만∼3만원 선으로 저렴해 피서를 떠나기 전에 구입하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대구 지역 이마트 매장의 지난주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가량 늘었다. 특히 에어컨 매출은 208%가 늘어 1위를 차지했다. 맥주 116%, 생수 73%, 아이스크림 33% 등으로 뒤를 이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더위가 심해지면서 피서 겸 저녁 늦게 매장을 찾는 고객도 늘었고 피서·휴가 용품이 많이 팔려 전체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무실이나 외출 시에 혼자 간단하게 쓸 수 있는 1인용 냉방 제품도 더위 쫓기에 일조한다. SK플래닛 11번가에 따르면 5월 9일∼6월 8일 USB 선풍기와 발풍기, 아이스 방석 등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이상 늘었다. 노트북과 컴퓨터에 연결해 쓰는 USB 선풍기 매출은 330%, 발밑에 둘 수 있는 발풍기 매출은 210% 각각 증가했다. (한무선 장영은 장아름 강영훈 최재훈 이승민 박주영 김선호 박영서 전지혜 최은지) chams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7/30 07:01 송고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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