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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재주 한번 보실래요…원숭이띠해 맞은 원숭이학교
2016-01-01 07:01:11최종 업데이트 : 2016-01-01 07:01:11 작성자 :   연합뉴스
14년간 누적 관객 200여만명…"장수비결은 동물 복지 보장"

(부안=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학교 국기게양대 앞.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학생 하나가 게양대 옆에 바른 자세로 서더니 태극기를 올리며 게양식을 시작한다.

여느 학교의 조회 시간에 있을 법한 일상이지만 태극기를 올리는 학생이 원숭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장면은 전북 부안 원숭이학교에서 펼쳐지는 공연의 한 레퍼토리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숭이학교에서 만 볼 수 있다.

원숭이띠해인 병신년(丙申年)을 맞아 국내 유일의 원숭이 단체 공연을 볼 수 있는 부안 원숭이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2002년 6월 29일 부안 변산반도국립공원 자락에 문을 연 원숭이학교는 14년간 명맥을 유지하며 누적 관객 2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불경기에도 17만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았다.

원숭이학교 교장인 정비원씨는 1998년 일본에 있는 세계 최대 일본원숭이 공연단인 닛쿄 원숭이 군단의 공연을 보고 운명처럼 이 일을 시작했다.

정 교장은 "일본에서 공연을 본 뒤 국내에도 저런 공연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조련사 2명과 함께 무작정 닛코 원숭이 군단 공연단을 찾아갔다"며 "3년 넘게 노하우를 전수받아 부안에 첫 둥지를 틀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교장의 노력으로 2002년 부안에 문을 연 원숭이학교는 처음에 닛쿄 원숭이 군단에서 들여온 20여마리 원숭이 배우들이 꾸미는 공연으로 첫선을 보였다.

그러나 원숭이학교는 개관 1년도 채 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2003년 방사능폐기물처리장 건립 문제로 부안에서 시위가 촉발하면서 큰 혼란을 겪자 원숭이학교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정 교장은 "이미 시설 투자와 원숭이 수입 절차까지 다 마쳤는데 부안에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함께 동고동락한 직원과 원숭이들을 끝까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에 서울에 부설 공연장을 설립해 난관을 극복해 나갔다"고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정 교장과 직원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연평균 20만명의 관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일본 닛쿄 원숭이 군단과의 교류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노하우 교류와 공연 구성 등을 협력해 나가고 있다.

원숭이학교 관계자들은 원숭이학교 공연의 장수 비결에 대해 원숭이에 대한 살뜰한 보살핌과 친밀한 교감을 꼽았다.

윤태술 원숭이학교 과장은 "원숭이가 무대에 서기까지는 2∼3년 정도 수련기간을 거쳐야 한다"며 "그 기간 조련사와 원숭이 사이의 친밀감이 형성돼야 하고 따뜻한 보살핌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원숭이학교의 터줏대감 원숭이인 조달호(30·수컷)를 비롯해 쯔요시(28·수컷) 등 원년 멤버 15마리는 지금도 무대에 서고 있다.

또 바람(17·수컷)과 토끼(17·수컷) 등 원숭이학교가 배출한 원숭이들도 당당히 주연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원숭이학교는 원숭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루 공연을 3회로 제한하고 공연시간도 1부, 2부 합쳐 45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정 교장은 "몇 년 전에 동물학대 논란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원숭이를 대하는 자세와 사육 환경, 조련 과정, 공연 시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위기를 극복했다"며 "원숭이학교 공연이 세계적인 공연이 되도록 앞으로도 동물 복지에 더 신경 쓰고 원숭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원숭이띠해를 맞아 3월 1일까지 경기 일산시에서 열리는 특별공연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1/01 07: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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