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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공장 전화번호 좀 알려 주세요
e수원뉴스의 기사를 보고 독자가 걸어온 전화 한통
2014-02-06 02:03:48최종 업데이트 : 2014-02-06 02:03:48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나른한 오후, 휴대폰으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수원시청 정책홍보관실에 근무하는 분이 걸어온 전화이다.
"지난번에 '1만원의 행복'이라는 기사를 쓰신 적이 있으시죠?"
순간, 그 기사에 무슨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긴장으로 목소리가 굳어진다.
"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긴장으로 굳어진 나의 목소리와는 반대로 상대방의 목소리는 공손하며 부드럽다.

'1만원의 행복'이라는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우리가 흔히 '센베이 과자'라고 부르는 전병을 만들어 파는 공장이 있어 그곳에 과자를 사러 갔다가, 기계소리가 활기찬 공장의 모습과 과자를 사기위해 줄서서 기다리면서도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사로 작성해서 올렸는데, 그곳에서 파는 전병 한 상자의 가격이 1만원으로 아주 저렴하지만 과자의 양은 푸짐하다는 그런 내용의 기사였다. 

과자공장 전화번호 좀 알려 주세요_1
e수원뉴스에 실린 '1만원의 행복'

그런데 이 기사를 본 어느 시민이 전병 파는 과자공장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다고 시청으로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지면서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온다.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다. e수원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한지 이제 10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이러저러한 내용의 기사들을 올리면서도 내가 작성한 기사의 영향력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다.

인터넷신문인 e수원뉴스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관계자들만 몇 사람 보고 마는 그런 기사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내가 쓴 기사를 보고 누군가가 정보를 얻는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하다. 내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이 더해진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동안은 시민기자로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기자라는 사명감이 많이 부족 했던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것들이 밖으로 표현 되어 졌을 때는 언제나 책임감이 따른다.
생각이 입술을 통해 말로 표현 되어졌을 때는 내가 한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며,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났을 때도 그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특히 기록으로 남아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는 글이라는 표현은 다른 어느 표현방식보다 더 큰 책임이 따른다.
내가 기사로 작성하는 모든 내용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해인 2013년은 나에게 있어서 아주 특별한 시간이다. e수원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을 시작 하게 된 뜻 깊은 한해이기 때문이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넓어지고 깊어졌다. 그전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모든 것들이 기사의 소재가 되었으며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는 관심이 생겨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e수원뉴스에 올린 기사들이 모두 쉽게 써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기사를 쓰면서 작가들의 고충도 아주 조금은 알게 된듯하다.
기사의 소재를 찾아서 그것에 관련된 내용을 작성하다보면 몇 줄 쓰고 다음 연결고리가 도무지 생각나질 않아 절절매며 머리를 쥐어뜯은 적도 많았다.

어떤 날은 도무지 글이 써지질 않아서 중간쯤 쓰다가 포기해 버린 적도 있다. 퇴근 후, 기사를 작성하느라 낑낑거리면서 노트와 씨름하다보면 어느새 잠잘 시간을 훌쩍 넘기게 된다. 컴퓨터로 옮겨서 기사로 올리는 작업 할 시간은 안되고, 노트에 초고만 작성해 놓은 채 다음날 아침에 나머지 작업은 하리라 생각하며 잠을 자게 된다. 

하지만 다음날은 새벽부터 식구들 아침식사 챙기고 출근하다보면, 작성해놓은 기사를 컴퓨터에 옮길 시간이 또 없어진다.
그때그때의 소식을 바로 전해야 하는 기사의 특성상 하루, 이틀 지나버린 내용을 기사로 제출 할 수 없어 그대로 묻혀 버린 경우도 가끔은 있다.

이렇게 힘들 때도 있지만 이런 긴장감이 나를 성장시켜 가는 참 고마운 선물임을 알기에 e수원뉴스의 시민기자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
다른 시민기자님들의 기사를 통해서도 세상을 배우고 기자로서의 바른 자세가 무엇인지도 배워가는 시간들이 쌓이다보면 나도 기자다운 기자가 되리라 생각한다. 

나른한 시간에 나를 행복하게 해준 한통의 전화는, 시민기자로 내가 가야할 길을 다시 한 번 가르쳐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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