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남편의 사랑으로 물든 저녁노을
석양의 양평 두물머리에 다녀오다
2013-08-28 11:10:26최종 업데이트 : 2013-08-28 11:10:26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노을빛에 물들어 반짝이는 강물은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고 멋지다.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노라면 스펙트럼을 이룬 붉은 노을 의 파편들과 황금빛 비늘처럼 싱싱하게 튕겨져 오르는 강의 만남은 설레임과, 아련함과, 그리움으로 나를 젖어들게 한다. 

평소 내가 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두물머리에서, 차 안에 혼자 앉아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따뜻하고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노을 지는 두물머리를 보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드디어 소망을 이루었다. 혼자가 아닌 둘이, 차 안이 아닌 벤취에서.. 그래도 석양의 두물머리는 내가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다. 

가을쯤에 가볼 계획이었던 다산 정약용의 생가인 여유당과, 두물머리가 있는 양평을 가고 싶어 검색을 하니 그곳에도 내가 좋아하는 트래킹코스가 있다. '두물머리 물래길' 이라고 강을따라 걷는 5km코스의 산책로가 있으며, 운길산역에서 강을 따라 걸으며 여유당까지 가는 코스등 몇갈래의 코스가 있는데, 그중 내가 마음에 든 코스는 운길산역에서 여유당까지 걷는 길이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이지만 멋진 쉼터로 변신한 능내역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코스라 이 길을 걸으면서 막바지 여름을 멋지게 보내리라 계획한다. 그런데 문제는 교통편이다. 
내 차가 없는 탓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또 첨단문명의 도움을 받아 검색을 해보니 가는데만 소요되는 시간이 3시간 30분 가량 걸린단다. 
몇 번의 환승하는 시간까지 더해지면 하루를 오고 가는데만 다 써야 할 것 같아서 갈까 말까의 고민이 아침까지 이어진다.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그런 사정을 이야기하니 퇴근하고 광교산이나 가자고 한다. 생각 좀 해보겠다며 남편을 출근시켰는데, 여유당과 두물머리로 설레었던 후라 아쉬움이 남아 광교산이라도 잠깐 갔다 와야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아 남편과 만날 약속을 한다. 
산행 준비를 하지 않고 출근한 남편을 대신해서 등산화와 등산복을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선다. 그런데 남편은 아침에 했던 내 말이 마음에 걸렸던지 차로 가면 금방 간다면서 광교산대신 양평을 가자고 한다. 퇴근 후에 만난 터라 양평까지 가면 시간이 늦어 볼수 있는곳이 별로 없겠다 싶으면서도 무조건 가보고 싶은 마음에 양평을 향해 출발한다. 서울시민의 식수원인 팔당댐을 따라 지나면서 벌써 마음이 설렌다. 

남편의 사랑으로 물든 저녁노을 _3
남편의 사랑으로 물든 저녁노을 _3
남편의 사랑으로 물든 저녁노을 _2
남편의 사랑으로 물든 저녁노을 _2
 
관람시간 제한이 없는 두물머리에 도착했다. 십여년전, 아이들이 어렸을때 함께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랑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황포돛배도 여전히 강물위에 떠 있으며, 워낙 큰 느티나무는 십여년이 흘렀다고 해서 특별히 눈에 띄게 자란 것 같지도 않았으며, 연못의 연잎들도 여전히 싱싱하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봤던 두물머리와 TV에 가끔 나오는 드라마속의 두물머리가 헷갈렸나보다.
차 안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보고 싶었던 노을은, 차가 그곳까지 들어갈수가 없어 그냥 꿈으로만 담고 있어야 할 것 같고, 현실은 걸어 들어가서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틈새로 노을을 보는 것이다. 

내가 꿈꾸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참으로 아름답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리는 북한강과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줄기가 이곳에서 만난다 하여 이름 붙여진 두물머리.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진 강물과 석양과 함께 아련하게 떠있는 붉은 하늘은 그동안의 나의 갈망을 풀어주기에 충분한 멋진 장면이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다 이곳 저곳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데 모두들 커플끼리 앉아 있다. 그림 같은 풍경에 그림 같은 장면이다. 

남편의 사랑으로 물든 저녁노을 _1
남편의 사랑으로 물든 저녁노을 _1
남편의 사랑으로 물든 저녁노을 _4
남편의 사랑으로 물든 저녁노을 _4
 
두물머리의 석양을 실컷 감상 한 후 연잎이 지천으로 덮인 연못을 지나 아이들이 재밌어 했던 펌프가 있는 찻집도 들러보고, 문 닫힌 세미원도 기웃거려보고, 밤에만 볼수 있는 야경중의 하나인, 청사초롱으로 불 밝힌 세미원의 아름다운 다리도 건너다 보며, 나와 함께하는 모든 것들을 즐긴다. 돌아오는 길은 조금씩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근무하고 또 운전대와 씨름중인 남편을 옆에 두고 피곤하다며 무거운 등산화를 벗고 의자를 뒤로 젖혀서 편하게 눕는다. 

요즘은 나처럼 차 없고 운전 못하는 사람이 오히려 귀한 시절이다. 이런 나도 한때는 운전을 하겠다며 기를 쓰고 차를 끌고 다닌 적이 있었지만 남편의 반대로 지금은 자동차의 시동 거는것조차 잊어버린 바보가 되었다. 결혼 초, 그때만 해도 운전면허 따기 어렵던 시절, 탁월한 운전 감각으로, 다른 사람들은 응시원서에 수입인지로 도배를 할 때 단 한번에 통과하여 면허증을 따 내고, 바로 거금을 들여 연수를 받고 운전을 시작했지만 아내를 너무나 사랑해서였을까, 남편은 위험하다며 내가 운전하는 것을 결사 반대 하는 것이다.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다. 어딘가를 다녀오던길에 내가 운전을 하겠다며 운전석에 앉으니 그럼 자기는 걸어 가겠다면서 차를 타지 않는 것이다. 그것도 낯선 시골길에서 말이다. 얄미운 마음에 고생 좀 해보라며 남편을 두고 혼자 온 적이 있는데 오래전 일이라 남편이 어떻게 집까지 왔던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얼마후에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옆에 있는 차를, 앞꽁무니에서 뒤꽁무니까지 예쁘게 긁어놓은 후로는 나도 운전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고 특별히 차 끌고 어디를 돌아 다닐일도 없는지라 그때부터 운전 못하는 아내로 살다보니 지금은 오히려 참 편하다. 
그런 연유로 난 운전하는 남편 옆에서도 언제나 편안하게 쉬고 잠든다. 어릴적 차 멀미가 심했던 나는 지금은 잠자는걸로 멀미를 대신 하는지 차만 타면 하품이 나고 졸린탓에 운전하는 남편을 두고도 잘 잔다. 

그런 아내가 얄미울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늘 든든한 울타리로 서 있는 부부라는 관계가 감사하고 소중하다. 피곤해도 아내가 가고 싶어하던곳을 함께 가줄수 있는 따뜻한 심성의 남편이 사랑스럽다. 옆자리에서 잠만 자는 얄미운 아내를 위해 진한 커피향을 건네주는 사람. 그 사람이 있어 가슴 따뜻한 나날들이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