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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6,25전쟁 국군 유해 발굴지 표석 제막식
형제봉 골짜기에 울려 퍼진 묵념 나팔소리
2015-06-02 06:52:43최종 업데이트 : 2015-06-02 06:52:43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뜨거운 6월이다. 1일 오후 광교산을 찾았다. 형제봉은 연인 같은 곳이다. 그 능선 그늘 속에는 시원한 바람이 있어 땀을 씻어주고, 새와 다람쥐며 청설모, 산고양이도 찾아와 눈 맞추며 친구가 되어준다. 속세를 떠나온 피안길이 이럴지도 모른다. 줄을 타고 바위 정상에 오르면 인간 만상이 발밑에 노닐고, 응어리진 가슴속 포효 외치면 뚫린 듯 씻은 듯 몸과 마음은 그리 시원하고 가벼울 수가 없다. 

'황진이'첫사랑이 부운거사(浮雲居士)라고 했는가. 나는 어느새 구름을 잡아타고 부운거사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산을 찾는 이유이자 매력일 것이다. 사푼사푼 380계단을 내려오면 문암골 내려가는 갈래 길, 그곳을 지나 철쭉군락지를 뒤로할 때다. 눈앞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리고, 양복 입은 신사들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새로 말끔하게 단장된 '국군 유해 발굴지' 그곳에 새로운 표지석이 세워진 것을 처음 본 것은 지난 29일 금요일이었다. 그 제막식을 올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을 지날 때면 묵념하는 마음으로 나라사랑을 뇌리에 떠올리곤 했는데, 내가 발길을 머뭇거리며 사방을 살피자 그냥 지나가도 된다며 그중 한분이 안내를 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비록 초대받지는 못했지만 수원시민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지켜보며 참여하고 싶었던 것이다. 

광교산 6,25전쟁 국군 유해 발굴지 표석 제막식_1
광교산 6,25전쟁 국군 유해 발굴지 표석 제막식_1

그렇게 광교산 형제봉 등산로의 '6,25전사자 유해발굴지' 5,6호 '표지석' 개막식이 열린 것은 1일 오후4시다. 수원시 주관으로 열린 이 자리에는 염태영 수원시장, 기획조정실장, 공원녹지사업소장 등 관계자들과 수원시의회 부의장, 기획경제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초청인사에는 통합방위협의회 위원과 보훈단체장, 6,25참전용사회, 예비군중대장, 각 군 예비역동지회장, 현역 군부대 지휘관, 등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들도 함께 참석한 인원은 50여명에 달했다. 

개막식은 행정관리팀장의 사회로 개식선언과 경과보고, 조형물 제막, 헌화및 묵념, 인사말씀 순으로 진행됐다. 경과보고를 통해 행정지원과장은 그동안 '6,25전사자 유해발굴지' 주변에 성황당 같은 돌무더기가 쌓이는 등 사실상 관리가 안 되어왔다며, 토지 소유주의 허락을 받아 주변 정비를 통해 호국영령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이곳에 5,6호 '표지석'을 영구히 세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광교산 6,25전쟁 국군 유해 발굴지 표석 제막식_2
광교산 6,25전쟁 국군 유해 발굴지 표석 제막식_2

이어서 하얀 천으로 덮여있던 표지석에 대한 제막은 염태영 시장님과 내빈들이 함께 했다. 이때 사회자는 '6,25참전유공자회 수원시지회장'인 한만석(82세)옹께서 꼭 참석하겠다며 노구를 이끌고 산을 오르다가 뜻을 못 이룬 채, 하산하고 말았다고 하여 모두들 안타까워하는 모습들이었다. 

헌화 역시 내빈들이 함께 표지석 기단에 흰 국화를 올리고 참석자들 모두가 함께 묵념했다. 이때 트럼펫 묵념곡이 형제봉 골짜기를 울리며 가슴이 뭉클해오는 것은 어디 나 뿐만 이었을까. 빗발치는 총탄 속에 산화한 붉은 청춘이 분토가 되어 빗물에 쓸리고 바람에 날리어, 골짜기 곳곳에 스미어 오늘의 이 순간을 기다렸을지도 몰랐다. 그 세월 60여년, 우리는 그동안 너무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1951년 1월30일부터 2월10일까지 국군과 유엔군이 이곳 광교산과 칠보산, 수리산, 모락산, 청계산, 관악산을 연계하여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시 속의 호흡하기 좋은 아름다운 등산코스는 결코 그 희생위에 얻은 것이며, 우리는 그 뜻을 기리고 빛내며 다시는 이 땅에 그런 전쟁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엄숙한 다짐과 다짐들이었을 것이다. 

광교산 6,25전쟁 국군 유해 발굴지 표석 제막식_3
광교산 6,25전쟁 국군 유해 발굴지 표석 제막식_3

염태영시장님은 인사말을 통해 "6,25전쟁 후 우리 민족이 입은 크나큰 손실과 피해는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때 희생당한 분들과 그 가족의 아픔은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그 아픔을 덜고자 우리 군에서는 유해발굴을 위해 많은 애를 썼으며, 이곳 광교산에서도 5구의 유해를 발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매우 가슴이 아팠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되며, 그동안 표지판을 세워 뜻을 기리고자 했으나 너무 왜소하고 볼품없어 영구 보존을 위해 오늘 '표지석'을 세우게 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광교산은 6,25전쟁 때 중공군의 남하를 막는데 중요한 요지였고, 인천상륙전과 함께 적군을 퇴각시키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 그 위업을 기리는 것은 우리 시의 책무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광교산 6,25전쟁 국군 유해 발굴지 표석 제막식_4
광교산 6,25전쟁 국군 유해 발굴지 표석 제막식_4
 
개막식이 끝난 뒤 군부대 관계자는 '전후 56년만의 발굴과 64년 만의 표지석 제막'이라며 큰 의미를 두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발굴 작업을 하여 그분들의 희생정신을 이어가겠다고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또 광교산에서 발굴된 다섯용사는 아직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DNA를 통해 계속 연고자를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월남전 참전용사 한분은 "싸우다 전우가 옆에서 한명 죽으면 적은 무조건 아무나 다 죽이고 싶다"며,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며 미리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경찰 관계자는 "이런 뜨거운 희생의 증표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잘 관찰하겠다"며 다짐했다. 
이에 염태영 시장님은 "이것은 60여 년 전의 일이 아니고 지금 우리의 일이므로 잘 관리해야 하며, 당분간이라도 태극기를 게양해두고 표지석 주위에 가드레일을 설치해두자"며 "보기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 어느 시군에서도 이런 행사를 한 곳은 없으며, 우리시가 처음"이라고 뿌듯해 했다. 

표지석의 앞면에는 '이곳은 6,25전쟁 당시 군사작전 중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국군장병의 유해와 유품이 발굴된 역사의 현장입니다.'라고 적혀있고, 뒷면에는 '수원시민은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임들의 고귀한 희생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새겨져 있다. 뜨거운 6월, 산 숲 바람을 타고 태극기가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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