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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53'…전쟁 상흔 속 소년·소녀는 어디에?
1953년 수원화성 성곽위 아이들 찾기 프로젝트 가동
2017-06-23 06:37:13최종 업데이트 : 2017-06-23 06:37:13 작성자 :   연합뉴스
'응답하라 1953'…전쟁 상흔 속 소년·소녀는 어디에?_1

'응답하라 1953'…전쟁 상흔 속 소년·소녀는 어디에?
1953년 수원화성 성곽위 아이들 찾기 프로젝트 가동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반바지에 얇은 티셔츠를 입은 소년 2명과 티셔츠조차 입지 못해 맨살 상반신을 드러낸 소년 1명.
그 뒤로 한 여자아이가 얼굴이 가려진 채 앉아 있고, 맨 뒤에는 원피스 차림에 검정 고무신을 신은 키 큰 소녀가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이들이 서 있는 수원화성의 성곽으로 추정되는 흙담 뒤로는 작은 숲을 등진 한옥 한 채만 덩그러니 보일 뿐이다.
지금의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이다.

'응답하라 행궁동 1953 프로젝트'는 이 사진 한 장에서 출발했다.
행궁동 주민들은 지난해 1월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사진을 발견하고 사진 속 주인공을 찾아보기로 했다.
모두 생존해 있다면 현재 70∼80세 연령대일 이들은 수원시민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일 수 있는 분들이다.
이들로부터 전쟁 당시의 수원지역 모습과 주민의 생활상을 들어보고도 싶었고, 이 사진을 찍은 이가 누구인지, 지금도 서로 연락이 되는지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행궁동 주민들이 알고 있는 것은 사진이 1953년도 수원화성이라는 것뿐이었다. 그것이 유일한 단서였다.
주민들은 응답하라 행궁동 1953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응답하라의 '응'과 1953의 '삼(3)'을 따 '응삼이 팀'을 구성했다.
지역 어르신, 작가, 무명 영화배우 등 행궁동에 사는 30∼60대 주민들이 응삼이에 참여했다.
수원시 지속가능도시재단 마을르네상스센터가 기획, 홍보, 영상, 인터뷰를 맡아 지원했다.
응삼이들은 지난해 3월 신풍초등학교 담부터 매향교, 지동교에 이르기까지 현수막을 내걸고 사진 속 인물이나 아는 사람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렸다.
'응답엽서'와 '응답우체통'도 만들어 길가에 설치하고, 홍보팀은 페이스북에 응답센터를 만들어 SNS제보에도 기대를 걸었다.
혹시나 싶어 지역 경로당의 문도 두드렸지만, 사진 속 인물을 기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결국 5개월에 걸친 사진 속 인물찾기에 실패한 응삼이들은 1953년도 당시 보고싶은 친구와 행궁동의 추억을 찾는 프로젝트로 방향을 바꿨다.
응삼이팀은 지난해 5월 20일 행궁동 수원전통문화관 앞마당에서 전쟁당시 친구를 찾는 노인 3명의 사연을 소개하고, 당시 수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을 함께 보는 '응답하라 행궁동 1953 토크콘서트'를 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1년이 지난 현재 응삼이들이 수원시와 함께 다시 사진속 인물 찾기에 나서기로 했다.
민간위주로 사람찾기에 나선 것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수원시가 가진 행정력과 시청 홈페이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다행히 이 사진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수원과 오산 비행장에서 근무했던 미군들이 찍은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지난해 더글라스 프라이스라는 미국의 한 사진수집가가 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한 오산비행장과 수원화성 지역 풍경 사진 68점 가운데 하나로, 수원화성 성곽위 아이들이 있는 사진은 2점 뿐이다.
또 이 사진을 찍은 미군은 로버트 리 월워스(Robert Lee Walworth)라는 것을 수원화성박물관이 확인해줬다.
유문종 마을르네상스센터장은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사진을 통해 수원의 현대사 역사를 찾아 기억하자는 취지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서 "앞으로도 그분들의 삶과 지역의 변화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차원에서 사진 속의 주인공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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