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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에 5억 성금'…파산위기 벗어난 재심전문 변호사
"정의에 대한 열망"…박준영 변호사 스토리펀딩에 1만7천여명 참여
2016-11-11 07:01:07최종 업데이트 : 2016-11-11 07:01:07 작성자 :   연합뉴스
'석 달에 5억 성금'…파산위기 벗어난 재심전문 변호사_1

'석 달에 5억 성금'…파산위기 벗어난 재심전문 변호사
"정의에 대한 열망"…박준영 변호사 스토리펀딩에 1만7천여명 참여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이른바 '돈 되는' 사건을 맡는 대신 사회적 약자들의 억울함을 푸는 데 전념하느라 파산 직전에 처했던 한 변호사가 시민 성금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11일 포털사이트 다음이 제공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스토리펀딩'에 접수된 박준영(43·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 후원금은 5억4천여만 원이다.
지난 8월 11일 1억 원을 목표로 모금에 나선 지 석 달 만이다.
박 변호사가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한 사연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2007년 5월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 화단에서 인근을 돌며 노숙하던 김모(당시 15) 양이 모진 폭행을 당해 숨진 채 발견된 '수원 노숙소녀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그해 노숙자 2명이 김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이듬해 최모(당시 18) 군 등 가출 청소년 5명이 진범으로 지목돼 법정에 섰다.
박 변호사는 최 군 등의 변론을 맡았지만 실패했다. 최 군 등이 강압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무죄를 확신했지만, 법원은 가출 청소년들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박 변호사를 재심전문 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재심이란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안에 대해 다시 재판을 여는 비상구제절차이다. 법원이 재심의 필요성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 만큼 일반 형사사건에서 재심이 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박 변호사는 수원 노숙소녀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형사사건의 재심을 벌써 3차례나 받아냈다. 검찰이 항고해 아직 재심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무기수 김신혜 사건'까지 더하면 4차례다.
이 가운데 수원 노숙소녀 사망사건과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 옥살이한 가출 청소년과 지적 장애인들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변호사가 이렇듯 허위자백·회유 등 수사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 특히 사회적 약자의 권리 침해에 집중하는 동안 박 변호사의 통장 잔고는 바닥이 났다.
재심 사건에 매달리느라 돈 되는 사건을 맡지 못한 데다 재심 사건들은 모두 돈을 받지 않고 진행한 탓이다.
결국, 2012년부터 4년째 쓰고 있는 수원지법 앞 사무실의 월세가 열 달째 밀리고 마이너스 통장 한도마저 차자 스토리펀딩에 자신의 사연을 담은 글을 올리고 이날 자정까지 석 달간 후원을 받기로 했다.
현재까지 1만7천300여 명이 참여해 목표액의 5배가 넘는 큰돈이 모였다. 한 사람당 평균 3만1천여 원을 후원한 셈이다. 박 변호사는 이를 두고 "정의에 대한 소시민들의 열망"이라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나름대로 공익을 위한 일을 해왔다고 자부하다가 도저히 버티기 어려워 사회에 도움을 청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과연 시민들이 날 도와줄지 의심했다"며 "정의에 대한 소시민들의 열망, 긍정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고 후원금 액수보다 후원에 나선 시민들이 많다는 사실에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밀린 사무실 월세를 내고 빚을 갚은 뒤 여태껏 해온 것처럼 재심 사건을 진행하는 데 후원금을 쓸 생각이다.
그는 "후원금 사용 내용을 공개하거나 어디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정의를 바라는 시민들의 소중한 돈인 만큼 양심껏 써야 한다는 게 더 무섭다"며 미소 지었다.
zorb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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