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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 사투' 그때 그 사람들…"삶의 가치 재확인"
의료진 "환자들 생각하면 가슴아파…제2의 메르스 없어야"
2016-05-20 06:50:52최종 업데이트 : 2016-05-20 06:50:52 작성자 :   연합뉴스
'메르스와 사투' 그때 그 사람들…

'메르스와 사투' 그때 그 사람들…"삶의 가치 재확인"
의료진 "환자들 생각하면 가슴아파…제2의 메르스 없어야"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류수현 기자 = 신종 전염병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대한민국이 홍역을 치른 지 1년이 지났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는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지만, 메르스와 사투를 벌인 끝에 현재 건강한 모습으로 삶을 꾸리는 감염자들과 이들 곁을 지켰던 의료진의 모습은 사회에 또 다른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종하(44)씨는 지난해 5월 하루 간격으로 아내(40)와 나란히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씨 부부의 고등학생 아들도 앞서 폐렴으로 평택성모병원 8층 병동에 입원했다가 메르스로 판명돼 평택굿모닝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음압 병실에 각각 격리됐다.
약 3주간 격리병동에서 홀로 메르스와 싸우는 극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놓지 않았다는 우씨는 "메르스 이후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게 됐다"고 밝혔다.
우씨는 "아내는 아직 몸이 조금만 아프거나 피곤해지면 메르스 여파가 아닌지 걱정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옆에서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을 전환하라고 다독이고 있다"라면서 "메르스 확진 전에도 교통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를 당했다. 메르스도 '작은 사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완치판정 이후 정기적으로 아내와 함께 건강검진을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둘 다 무탈하다"라면서 "앞으로 평생 가족들과 재밌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감염자가 있던 병원을 다녀와 바이러스에 노출되고도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아 '메르스 꼬마 영웅'으로 불린 성남의 초등학생 정모(8)군도 현재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정군은 감염이 의심돼 격리조치와 함께 6차례나 검사를 받았다.
국내에서 10세 미만 아동 중 메르스 감염 첫 의심 사례였다.


1년이 지난 요즘도 병원 얘기만 나오면 무서워한다는 정군은 지난해 메르스 감염자(91번 환자)인 아버지가 퇴원한 7월 중순 이후부터 부모 요청에 따라 2개월 동안 보건소 내 소아청소년과에서 정신과적 상담을 받았다.
보건소 측은 4차례에 걸쳐 놀이치료를 진행했지만,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정군의 놀이치료를 끝냈다.
보건소 관계자는 "초등학교 2학년인 정군은 현재 친구들과 원만하게 잘 어울려 다니며,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정군은 91번 환자인 아버지와 함께 지난해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할아버지 병문안을 다녀왔다. 정군 아버지는 이때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에게서 감염됐다.
정군은 음성(1차)-양성(2차)-음성(3차)-판정 불가(4차)-음성(5차) 등의 엇갈린 판정 끝에 6차 검사에서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에서 완치판정을 받자마자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송길용(63)씨의 근황은 주위를 숙연하게 만든다.
1999년 2월 행방불명된 딸(당시 17세)을 찾기 위해 전국 곳곳을 누빈 송씨는 뇌경색과 허리 통증으로 지난해 5월 20∼28일 평택성모병원 8층 병동에 입원했다가 퇴원했고, 고열 증세를 보인 뒤 다음 달 5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완치 당시 "오직 딸만 생각하며 버텼다"는 송씨는 아직도 딸을 찾는다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은 "송씨가 메르스 완치판정을 받고 나서 척추 수술 등을 받느라 건강이 완전히 회복이 안 됐다"라면서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송씨는 딸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전단을 돌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감염자 곁에서 완치에 힘을 보탠 의료진도 메르스 사태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제2의 메르스를 막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영 단국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친구의 어머니를 병문안했다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등 당시 감염자들은 무고한 사람들이었다"라면서 "의료진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모두 밤낮 가리지 않고 환자들 치료에 전념했다"고 회고했다.


단국대학교는 지난해 5월 26일부터 7월 18일까지 메르스 환자 5명을 치료했다.
경기도립의료원 산하 수원병원(당시 감염병대책본부) 유병욱 원장은 "메르스 중점치료센터로 지정된 수원병원 의료진도 마지막 확진 환자가 완치되기까지 47일간 단 한 명도 휴가를 쓰지 않고 조를 짜가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라면서 "메르스가 종식됐지만 언제 제2의 메르스가 올지 모른다. 지난해 사태를 거울삼아 확실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도는 내달 2일 수원 라마다호텔에서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스웨덴, 일본, 중국, 한국 등 4개국이 참여해 각국의 신종 감염병 대응 사례를 공유하고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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