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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훔쳐 보고, 몰래 열고'…허술한 '도어록 관리'가 범죄 부른다
몰래카메라 설치, 비번 훔쳐보거나 마스터 비번으로 쉽게 열어 전문가 "사용자가 주기적으로 비번을 변경하는 등 주의해야"
2016-05-24 06:56:20최종 업데이트 : 2016-05-24 06:56:20 작성자 :   연합뉴스
[단독] '훔쳐 보고, 몰래 열고'…허술한 '도어록 관리'가 범죄 부른다_1

[단독] '훔쳐 보고, 몰래 열고'…허술한 '도어록 관리'가 범죄 부른다
몰래카메라 설치, 비번 훔쳐보거나 마스터 비번으로 쉽게 열어
전문가 "사용자가 주기적으로 비번을 변경하는 등 주의해야"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디지털 도어록(전자식 잠금장치)이 침입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디지털 도어록은 보안성과 편리성을 두루 갖춰 사무실뿐만 아니라 원룸과 오피스텔 등 주거지에서 보편적인 잠금장치로 사용된다.
도어록을 무력화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사용자들의 보안의식은 이에 못 미쳐 도어록 관리에 좀 더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26)씨의 정부서울청사 침입 사건은 허술한 디지털 도어록 관리가 발단이었다.
송씨는 훔친 출입증으로 청사를 드나들며 시험 주관 부서인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에 들어가 자신의 시험 성적을 조작했다.
송씨는 사무실 주변을 탐문하다가 출입문에 적힌 도어록 비밀번호를 발견하고 이를 도어록에 입력, 간단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숫자는 청소용역 직원들이 업무상 편의를 위해 적어 둔 것이었다.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사무실이나 다세대 주택 경우 편의성 때문에 비밀번호를 현관문 주변에 적어두는 일은 다반사다.
경기도 모처에서 6층짜리 원룸 건물을 관리하는 A씨는 "가끔 세입자들이 공용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데다 배달, 택배 기사들이 현관문을 통해 자주 드나들기 때문에 작은 글씨로 비밀번호를 적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도어록 범죄는 사용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복도 천장에서 화재감지기 모양의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몰래카메라의 주인은 임모(43)씨로, 주로 혼자 사는 여성들의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사업에 실패한 스트레스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 범행했다"는 임씨는 물건을 훔치지는 않았지만, 지난 2월 23일부터 두 달 간 남의 집 8곳을 제집처럼 드나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설치한 몰래카메라 영상에는 집주인이 무슨 번호를 누르는지 고스란히 찍혔다.
지난해 8월에도 몰래카메라로 아파트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아내 금품을 턴 절도범들이 검거됐다.
김모(50)씨 등 2명은 새벽 시간대 수도권 일대 아파트 현관문 위에 화재경보기처럼 생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다음 날 새벽에 회수해 녹화된 영상을 분석했다.
김씨 일당은 이를 바탕으로 서울 송파구와 노원구, 경기 분당 일대 아파트를 돌며 14차례에 걸쳐 5천만원의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심지어 최근에는 도어록 설치업자가 관리자용(마스터) 비밀번호로 빈집에 들어가 절도 행각을 벌인 일도 있었다.
도어록 설치업자였던 김모(40)씨는 과거 신축 건물 공사 중 도어록에 설정해 둔 관리자용 비밀번호를 이용해 빈집에 드나든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공사 관계자들은 각 방에 보관된 건축 자재를 자유자재로 꺼내려고 도어록마다 1∼2개 마스터 비밀번호를 설정했는데, 김씨는 이 점을 노렸다.
김씨는 집 주인이 있는지도 모르고 평소처럼 관리자용 비밀번호를 눌러 안양의 한 다세대 주택에 들어갔다가 집주인 B(20)씨와 맞닥뜨려 결국 꼬리를 밟혔다.



비밀번호 하나만 사용하는 아파트와 달리 원룸, 다세대 빌라는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거나 세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건물 주인이 마스터 비밀번호가 설정되는 도어록 제품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대부분 세입자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경기 수원의 한 열쇠 시공업체 관계자는 "관리자용 비밀번호만 초기화해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라며 "제품 사용설명서를 보거나 업체에 문의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보안기능이 개선된 도어록 제품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사용 단계서부터 주의를 기울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지향 디지털도어록 제조사협회 사무국장은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더라도 비밀번호를 누를 때 주위를 살펴보고서 손이나 소지품으로 도어록 주위를 가리는 것이 좋다"며 "번거롭더라도 비밀번호는 숫자와 특수문자를 조합해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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