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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쟁' 입주자대표 살해 경비원 징역 12년형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엄벌' vs '선처' 갈려 6∼15년 양형
2016-04-25 18:53:34최종 업데이트 : 2016-04-25 18:53:34 작성자 :   연합뉴스
'갑질 논쟁' 입주자대표 살해 경비원 징역 12년형_1

'갑질 논쟁' 입주자대표 살해 경비원 징역 12년형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엄벌' vs '선처' 갈려 6∼15년 양형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갑질 논란 속에서 입주자 대표를 살해한 아파트 경비원에게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할까. 아니면 선처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까.
국민참여재판에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배심원들도 같은 고민에 빠졌고, 최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양형 의견을 내놓았다.
아파트 경비원이 택배 수령시간 제한을 놓고 언쟁을 벌이다가 입주자 대표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의 국민참여재판이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승원) 심리로 25일 열렸다.
법정에선 '치밀하게 계획된 잔인한 살인'이라는 검찰 측 주장과 '갑질논란 속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변호사 측 공방이 팽팽히 맞섰다.
검찰은 피고인 김모(67)씨가 입주자대표인 A(69)씨를 흉기로 찌른 깊이가 5㎝ 정도이고 모두 급소였다는 점,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범행 후에는 이를 감춘 점 등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계획 살인'을 주장했다.
김씨는 재판 내내 "겁을 주려고 흉기를 들고 간 것이지 살해할 목적은 없었다. '그럴 거면 그만두고 다른 아파트로 가'라는 말에 너무 화가나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동안 "A씨 때문에 경비원 9명이 그만뒀다"는 취지로 '갑질'을 주장해왔으나, 이날 법정에선 "직접 확인한 사실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변호인 역시 아파트 경비원와 입주민들 간 '갑질논란'이라는 사회문제 속에서 사건을 이해해줄 것을 호소했다.


검찰은 재차 "피고인은 범행 후 태연히 경비업무를 보았고, 자신의 범행에 대해 상당히 무덤덤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 재범 우려가 다분하다"고 지적하며 징역 25년에 전자장치 부착명령 20년을 구형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의 아들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인터넷에 '잘 죽었다', '칼 맞을 짓했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우리 아버지는 그런 몰상식한 일로 돌아가실 분이 아니다. 또 살인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한 '생명'과 사회 약자를 낭떠러지를 몰아세우는 '갑질'이라는 두 쟁점 간 치열한 다툼만큼이나 배심원들의 고민도 깊었다.
두 시간가량 의견을 나눈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했다.
그러나 양형에서는 각기 다른 의견을 보여 징역 6년 2명, 징역 10년 2명, 징역 12년 3명, 징역 15년 2명으로 형량이 최고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재판부는 "일부 배심원은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또 다른 일부 배심원은 선처의 여지가 있다며 양형 범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며 "배심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국민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에 맞게 다수 의견에 따라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해자 유족의 용서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극악무도하고 치밀한 범죄라고 보이지 않고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재범 우려도 낮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신청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기각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말 오전 10시께 경기도 시흥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오후 11시 이후 택배수령시간 제한을 두고 말다툼을 벌이다 A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두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young8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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