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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갈 곳 없는 고양이의 마지막 보듬는 '경묘당'
2019-03-30 06:00:02최종 업데이트 : 2019-03-30 06:00:02 작성자 :   연합뉴스
경묘당에 사는 고양이들

경묘당에 사는 고양이들

[SNS 세상] 갈 곳 없는 고양이의 마지막 보듬는 '경묘당'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늙고 병들어 아무도 반기지 않거나 너무 사나워서 사람과 함께 살 수 없는 고양이들만 모아 '묘생'을 다할 때까지 돌봐주는 공간이 있다.
수원시 연무동에 있는 고양이 호스피스 쉼터 '경묘당'에는 나이 지긋한 '묘르신', 늙진 않았지만 장애나 병이 있는 고양이,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 고양이 등 15마리가 살고 있다. 관리를 위해 정해둔 입소 정원은 20마리.
봉사단체 '봉사하는 우리들'이 2017년에 문을 연 이 공간은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의 삶의 터전임과 동시에 일반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30평 규모의 카페이다. 카페 입장 후원금 5천원을 내면 음료를 마시면서 고양이들을 구경하거나 어울릴 수 있다. 직원은 따로 없고 자원봉사자 스무 명이 돌아가며 고양이를 돌보고 손님을 응대한다.

"많이 아파서 사람 손을 타면 안 되는 아이들이나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는 격리된 공간에서 지내지만 카페 공간에 나와 있는 고양이들은 사람을 아주 잘 따르는 '개냥이'에요"
자원봉사자 김수영씨는 "아프고 상처받은 고양이들이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걸 보면 신기하면서도 짠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인근 경기대 학생들이 공부하러 종종 카페를 찾는데 고양이들의 애교에 못 이겨 공부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가는 경우가 많단다.
이곳에 사는 고양이는 수원, 용인, 경기 광주 등 인근 지역에서 지자체나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했지만 늙거나 질병 또는 장애가 심해서 안락사가 정해졌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몸은 건강해도 사람과 어울리지 못해 안락사밖에 남은 선택지가 없는 고양이도 데려온다.
장모종 샴으로 비교적 입양이 잘 되는 품종묘이지만 11살이나 먹고 눈까지 멀어버린 뭉실이는 경묘당 창립 멤버. 하수구에 숨어 살던 뭉실이는 구조자가 너구리로 오해할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뒷다리가 두 개 다 없는 동구는 발견 당시 다리에 괴사가 진행되고 있어 절단 수술을 해줘야 했다.
4살밖에 안됐지만 심부전 말기로 지난해 여름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삼색이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선고 기간보다 훨씬 더 길게 버텨주고 있다.
봉사자 최승희씨는 "약을 먹이고 고양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특수사료를 줘서 생을 연장해주는 것이 좋은지, 맛있어하는 사료를 주고 짧은 나날이나마 최대한 즐겁게 있다 가게 해주는 것이 좋은지 고양이에게 물어볼 수가 없으니 답답할 때가 있다"고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삼색이처럼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고양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병원 치료를 받게 해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돌본다. 여기선 죽음을 '고양이 별로 돌아간다'고 표현한다. 이럴땐 영정사진과 향을 준비해 애도하고 장례까지 정성스레 치러준다. 경묘당 한쪽에는 이곳에서 묘생의 마지막을 맞은 고양이 18마리의 사진과 화장한 뼈로 만든 메모리얼 스톤 등을 모아둔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가 많다 보니 병원비가 많이 든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익금은 공과금을 낼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형편. 후원금으로도 충당되지 않는 부분은 경묘당을 운영하는 '봉사하는 우리들' 오경하 대표(경기길냥이연합 단장)가 사비를 털어 낸다. 후원금과 비용 내역은 경묘당 홈페이지에 일일이 공개하고 있다.
오 대표는 "가장 바라는 점은 경묘당 같은 고양이 쉼터가 아예 사라지는 것"이라며 "함부로 동물을 번식시키고 돈으로 쉽게 사고팔면서 싫증 나면 생명을 버리는 일이 없어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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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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