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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30년] ① "'죽음의 호수'가 이제 '생태계 보고' 됐어요"
1994년 완공 후 한 때 '환경 재앙'의 상징…어패류·철새 낙원 탈바꿈
담수화 포기 후 생태계 되살아나…'환경 복원 성공모델'로 재평가받아
2024-01-21 14:49:50최종 업데이트 : 2024-01-21 07:00:07 작성자 :   연합뉴스
시화호 전경

시화호 전경

[시화호 30년] ① "'죽음의 호수'가 이제 '생태계 보고' 됐어요"
1994년 완공 후 한 때 '환경 재앙'의 상징…어패류·철새 낙원 탈바꿈
담수화 포기 후 생태계 되살아나…'환경 복원 성공모델'로 재평가받아

[※ 편집자 주 = 경기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둘러싸인 시화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호수입니다. 정부가 수도권 내 인구와 산업을 효율적으로 분산하기 위한 반월 특수지역 개발 계획을 수립한 후 1994년 1월 24일 시화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완료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완공과 함께 오염이 시작돼 '죽음의 호수'라는 오명은 물론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1999년 정부가 담수화를 포기하고 해수를 유입시킨 뒤부터 시화호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정부, 지자체, 환경운동가 등의 꾸준한 수질 개선 노력으로 지금은 생태계가 99% 회복했습니다. 조성된 지 올해로 30년이 되는 시화호가 환경의 보고로 탈바꿈한 여정과 현장을 3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시흥=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아니, 이게 정말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 물이 맞아요? 어떻게 이렇게 깨끗해 질 수 있죠?"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져 한겨울 추위가 옷깃을 파고들던 지난 16일 오전 10시 경기 시흥시 정왕동 시화호환경문화센터 인근 시화호 북측간척지 앞.
시흥환경운동연합 김문진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시화호는 파란색 겨울 하늘이 호수에 그대로 투영돼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길가에서 30여m를 걸어 갯벌 쪽으로 걸어 내려가니 맑고 투명한 호숫물이 눈에 들어왔다.
30㎝ 깊이의 물속 바닥에 있는 하얀 조개와 검은 돌멩이들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1996년 7월 시커멓게 오염된 시화호 물을 바다에 방류하는 행위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회원들의 시위를 취재했던 기자에게는 시화호 물이 정수기에서 받은 물처럼 깨끗해 보인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물이 이렇게 맑아졌죠?"라는 질문에 김 사무국장은 "'죽음의 호수'였던 시화호는 지금 '생명의 호수'로 완전히 탈바꿈했다"고 답했다.

경기 시흥시, 화성시, 안산시 등 3개 지자체에 둘러싸인 시화호는 호수 면적 43.80㎢, 저수용량 3억3천200만t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호수다. 시화방조제 길이는 무려 12.7㎞이다.
1970년대 정부가 수도권 내 인구·산업의 효율적 분산을 위한 반월특수지역 개발 계획을 수립한 후 1994년 1월 24일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완료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방조제 완공 이후 시화호 인근 유역의 생활하수와 중금속이 함유된 공장 오·폐수 등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수질이 급격히 악화했고, 방조제에 갇힌 호숫물이 썩으면서 수많은 조개와 물고기가 살지 못하게 되자 철새 한 마리 찾지 않는 '죽음의 호수'가 됐다.
1995년 시흥환경운동연합 설립과 함께 시화호 지키기 운동을 벌여온 사단법인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의 서정철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지옥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물이 오염돼 죽은 조개들이 호숫가로 떠밀려와 계속 쌓이면서 커다란 '조개무덤'이 만들어졌다. 이미 갯벌이 썩은 데다가 이 조개들까지 부패하면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악취가 났다"며 "악취가 얼마나 심했는지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서 대표의 말처럼 1970년대 반월특수지역 개발계획으로 탄생한 시화호는 무분별한 개발이 얼마나 큰 환경 재앙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하지만 시화호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정부가 1996년부터 바닷물을 시화호에 유입시키는 해수 유통을 시범적으로 시작하면서 수질은 조금씩 살아났다.
정부는 1998년 12월 말 결국 시화호를 담수호로 만들어 농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완전히 포기하고 이듬해 1월부터 본격적인 해수 유통에 나섰다.
2004년에는 중앙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환경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기구 '시화지구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시화호 살리기에 나선 끝에 시화호는 현재 생태계가 99% 복원돼 다시 살아 숨 쉬는 '생명의 호수'가 됐다.
지금 시화호는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우럭, 광어, 돔, 동죽조개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80종에 가까운 철새들도 이곳을 찾는다.
이날도 시화호 북측 간척지 앞에서 200여마리의 철새가 목격됐다.
시화호에서 조류를 탐사하는 김 사무국장은 "시화호가 만조여서 갯벌이 드러나지 않아 수면위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철새들만 보인다. 지금 보이는 새는 흰뺨검둥오리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시화호에는 78종의 조류가 서식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안산지역 민간 환경연구기관인 해양환경교육센터가 지난해 11월 9일 시화호 대송단지 내 습지에서 조류모니터링을 한 결과 조류 78종 2만6천813마리가 확인됐다.
물닭, 검은머리흰죽지, 청둥오리가 가장 많았고,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와 혹고니, 2급인 고니 등 멸종위기종 조류도 10종 2천320마리가 관찰됐다.
시화호와 대송습지가 겨울 철새의 주요 이동 경로이자 안정적인 먹이 공급처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조사 결과이다.
서정철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대표는 시화호 미래 30년은 복원 중인 시화호 생태계를 유지·보수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화호가 역사·문화·생태라는 인문학적 가치를 가졌을 뿐 아니라 30년의 노력 끝에 생명을 되찾은 국내 환경복원의 성공모델"이라며 "시흥·안산·화성시가 협력해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통합 계획과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흥시는 생태계의 보고로 거듭 태어난 시화호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경기도, 안산시, 화성시와 협의해 올 하반기 '시화호의 날' 선포식 개최를 검토 중이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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