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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zine] 갑진년! 최고의 해가 될 거야 ②
2024-01-18 08:59:09최종 업데이트 : 2024-01-18 08:00:05 작성자 :   연합뉴스

낭만 여수…호수 같은 바다, 매혹하는 야경
(여수=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여수는 낮에도,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이다.
국내 최대의 중화학공업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이다.
◇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여수의 비상
여수산단에는 정유, 비료, 석유화학 계열 업체 120여 개가 입주해 있다.
산단이 내뿜는 수만 개의 불빛은 밤이면 장관을 이룬다.
웅장한 기계설비에 설치된 휘황찬란한 조명은 국도 17호선과 엑스포대로를 타고 여수로 들어가는 이방인에게 충격에 가까운 놀라움을 안긴다.
1967년 처음 조성된 여수산단의 석유화학산업 규모는 나프타 생산량을 기준으로 할 때 국내 최대이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산업의 핵심 원료이다.
여수는 남해안 중심에 자리 잡고 있고, 땅 모양은 날개를 활짝 편 나비를 닮았다.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연속 가동되는 여수산단은 쉼 없이 뛰는, 남해안 경제의 심장과도 같다.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의 맹렬한 추격에 노출돼 있지만 첨단산업화, 공정혁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가는 전환기에 서 있다.
2024년 출범 57주년을 맞는 여수산단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한다.
◇ 한국의 나폴리
여수 앞 바다는 깊으면서도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화롭다.
들쭉날쭉한 리아스식 해안과 다도해의 섬들이 자연 방파제 구실을 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여수에는 국립해상공원이 2개나 있다. 대표 관광지인 오동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돌산도의 남해안 일부와 금오도, 안도, 연도, 거문도, 백도 등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구성한다.
여수는 남해안 주요 도시 중 맑은 날이 가장 많고 겨울에도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등 기후가 온화하다.
70년대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 학교에서는 '세계 3대 미항' '세계 4대 미항' 등을 세계 지리 지식으로 가르쳤다.
청정 바다를 끼고 있고 사시사철 기후가 쾌적하며 야경이 아름다운 여수를 혹자는 '세계 3대 미항', '한국의 나폴리' 등으로 표현한다.
석유화학, 수산, 해상 관광 산업이 발달한 여수는 세계적인 해양 도시로 성장했다.
국제 무대에 미항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 야경에 취하고 네게 취하고
거북선대교 아래 여수낭만포차 거리에는 주말이 아닌 평일 저녁에도 시민과 외지 관광객들로 붐볐다.
자산공원과 돌산공원을 이은 해상케이블카,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를 밝힌 야간 조명이 화려했다.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바다 위를 지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이다.
케이블카를 타면 다도해의 탁 트인 전망과 매혹적인 밤바다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캄캄한 밤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50대의 케이블카 캐빈들은 아이들을 환상의 나라로,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었다.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는 밤바다를 특별하게 만드는 아취의 '쌍벽'이었다.
겨울 밤바다의 바람은 '버스커 버스커'가 부른 노래 '여수 밤바다'처럼 부드럽고 감미로웠다.
포장마차 안에는 20, 30대 젊은이는 물론 중장년층,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부, 외국인 관광객들이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여수에 고속열차가 다니기 시작한 뒤 당일치기로 여수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포차 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방문지가 됐다.
◇ 오동도까지 걸어볼까? 둘이 함께
'바다 위 꽃섬' 오동도는 '여수 1경'으로 꼽힐 만큼, 작은 섬이지만 깊은 운치를 간직하고 있었다.
매끈한 가지, 싱싱하게 빛나는 푸르름으로 동심(冬心)을 위로하는 동백나무는 3천여 그루가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 듯했다.
오동도에는 동백나무 외에도 신우대를 비롯해 200여 종의 희귀 수목이 자라고 기암절벽이 섬 둘레를 감싸고 있었다.
11월께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동백은 3, 4월에 오동도를 붉게 물들인다.
신우대는 일반 대나무보다 줄기가 가늘고 매듭이 밋밋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화살로 썼다.
오동도는 700m 넘는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돼 있다.
방파제를 느릿느릿 걷다 보면 잔물결과 함께 밀려드는 여수 바다의 매력을 실감한다.
앞으로는 청정 바다가, 뒤로는 돌산공원, 자산공원, 엑스포기념관 등 시가지가 펼쳐진다.
완만한 구릉성 산지인 오동도에는 1952년에 처음 불을 밝힌 등대, 거북선과 판옥선 모형, 음악 분수 등이 있다.
남쪽 해안으로는 병풍 바위, 지붕 바위, 코끼리 바위, 용굴 등 기암이 절경을 이룬다.
오동도는 멀리서 보면 오동잎 형상을 띠고 있고, 과거에 오동나무가 많이 자란 것이 이름의 유래이지만, 지금은 이 나무가 거의 없다.
◇ 거북선의 고향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거북선은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조선 수군의 주력이었던 판옥선, 거북선 등 군선은 여수에 있는 선소에서 건조됐다.
선소는 배를 만들거나 고치던 장소다.
여수에는 전라 좌수영 본영이 있었고 본영 남문 밖에 선소가 있었다.
왜란이 일어나기 1년여 전인 1591년 전라 좌수사로 임명된 이순신은 1592년 2월에 거북선을 완성하고 전란 발발 하루 전날인 4월 12일에 거북선에 실을 화포 사격 훈련을 마쳤다.
거북선의 실전 배치 준비를 완료한 것이다.
이순신은 전라좌수영 사령관인 좌수사로 부임한 뒤 군기를 엄히 하면서 성벽을 축조하고 거북선을 건조했다.
좌수영과 돌산 사이 바닷속에 쇠사슬을 설치해 왜적의 배가 침입할 것에 대비했다.
이순신이 일본군을 격퇴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나 개인의 기량, 충성심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사전 대비, 돌격용 특수전투함인 거북선과 화포 등의 무기 기술, 지형과 해류를 이용한 뛰어난 전술과 전략 등이 더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소나무로 만든 조선 군선은 튼튼하고 넓어 사정거리가 긴 화포를 많이 실을 수 있었다.
얇은 삼나무로 제작돼, 화포를 거의 싣지 못했고 조총에 의지했던 일본 군선에 비해 월등히 우세했다.
1592년 4월 왜군의 침략 뒤 이순신은 그해 5월부터 9월까지 옥포, 합포, 적진포, 사천, 당포, 당항포, 율포, 한산, 안골포, 부산 해전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1593년 웅포 해전에서 승리한 후 8월에 전라 좌수사에 더해 삼도수군통제사로 겸직 발령을 받는다.
삼도수군통제사는 전라, 경상, 충청의 수군 총사령관이다.
1594년에는 다시 당항포 해전에서 승리한다. 모두 여수 소재 전라좌수영 부임 시절의 승리이다.
여수에는 이충무공 유적이나 기념 시설이 많다.
전라좌수영 객사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수군의 중심기지였던 진남관과 최초의 충무공 사액 사당인 충민사가 대표적이다.
충무공의 공훈을 기리기 위해 광해군 때 세워진 통제이공수군대첩비와 1603년 부하들이 이 장군의 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타루비, 이 장군의 어머니가 살던 자당 기거지, 이순신광장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타루'는 눈물을 흘린다는 뜻이다.
이 장군은 1597년 파직돼 백의종군하다 7월에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됐으며 9월에 명량해전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순신이 1598년 완도군 고금도로 진영을 옮길 때까지 여수는 그의 지휘소였다.
이순신의 구국 도시 여수에서 갑진년의 국운 번창을 꿈꾼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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