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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우리의 아름다운 불그릇 등잔
2016-11-15 07:30:00최종 업데이트 : 2016-11-15 07:30:00 작성자 :   연합뉴스

(용인=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옛 선조들은 가을을 등잔불을 당겨 놓고 책을 가까이하기에 좋은 계절이라 하여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 했다. 전깃불이 들어오기 전까지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던 등잔과 그 불빛은 고향처럼 그리운 이름이자 사라져 간 아련한 추억이다.
등(燈) 기구는 불을 붙이는 심지와 연소물인 기름을 담는 그릇인 등잔, 그리고 받침대인 등잔대로 크게 나눠지는데 이것을 등잔이라고 일컫는다. 앉은 사람의 눈높이에 맞게 제작돼 방바닥에 놓고 사용한 등잔대는 우리 전통 등 기구에 있어 중요한 구조물이며 이것은 온돌문화에 따른 좌식생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내용인 등잔대와 촛대, 좌등, 서등, 벽걸이등과 실외용인 제등, 조족등은 생활도구의 기능과 함께 미의식과 실용성을 고려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전깃불이 없던 시절, 어둠을 밝히던 등잔 불빛은 백열전구와 형광등을 거쳐 LED 빛에 밀려 우리 곁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김형구(74) 한국등잔박물관장이 지금은 고인이 된 부친과 함께 조부 때부터 평생 수집한 등 기구를 모아, 지난 1997년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등잔박물관을 세웠다. 1999년에는 박물관을 재단법인으로 사회에 환원했다. 김 관장은 "어린 시절부터 모으는 것을 좋아해 아버지를 따라 서울 인사동을 수시로 드나들며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생활 유물을 모았다"면서 "우리나라는 온돌이란 독특한 주거문화 때문에 등잔이 발전했는데 등잔에는 시대의 예술성도 반영돼 있다"고 말한다.
◇ 예술로 승화한 생활도구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에 위치한 한국등잔박물관은 독특한 외형부터 눈에 띈다. 외형은 성곽 높은 곳에 쌓아 적을 쉽게 관찰할 수 있게 만든 방어시설인 수원 화성의 공심돈을 본떠 설계한 것이다. 지상 1, 2층은 주 전시실이고, 3층은 특별전시실로 이용되고 있다. 지하 1층 상우당은 세미나실과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고, 본관 건물 옆에는 농기구 전시관이 따로 마련돼 있다.
박물관 1층은 '어둠을 밝힌 빛'이라는 주제로 부엌과 찬방, 안방, 사랑방 등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서 등잔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있다. 부엌엔 부뚜막 뒤쪽 바닥에 두고 사용하는 부엌바닥등과 벽걸이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엌바닥등은 질그릇으로 만든 집 속에 등잔을 넣어 바람이나 음식을 끓일 때 생기는 수증기에도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다. 벽걸이등은 거추장스럽지 않은 크기로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길조의 의미가 담겨 있다.
화조도 병풍과 장롱, 화로, 여성들의 액세서리로 꾸며진 안방에서는 고사리말림형 유기등경이 전시돼 있다. 안방에서 주로 사용한 이 유기등경은 기둥에 4단의 걸이를 만들어 등잔받침과 기름받이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마른 고사리 형태의 기둥 상단부 장식은 고려 시대부터 내려온 양식이다. 등잔대는 둥근 받침에 3∼4단의 걸이용 기둥을 세우고 등잔과 기름받이를 위아래로 걸어서 사용할 수 있는 등경(燈

<박물관> 우리의 아름다운 불그릇 등잔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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