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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세상 시름 잊게 하는 옥정호 물안개길
2016-09-09 07:30:00최종 업데이트 : 2016-09-09 07:30:00 작성자 :   연합뉴스

(임실=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전북 임실의 옥정호(玉井湖)에서 피어나는 물안개는 선계의 풍경이다. 일교차가 큰 새벽녘, 호수를 감싼 산줄기와 수면을 가득 채운 물안개는 몽환적이다. 산줄기를 타고 하산한 구름과 옥정호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만나 운무를 만든다. 호수 면으로부터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사우나 수증기처럼 자욱하다.
일명'붕어섬'이라고 불리는 호수 속의 섬 외앗날(외안날)을 가운데 두고 호수의 물길과 국사봉, 오봉산, 성옥산, 묵방산 등 주변 산자락이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다.국사봉 전망대에 올라서서 보면 어디서 밀려왔는지 운무가 호수와 산허리 골골마다 짙게 깔려 눈과 마음을 빼앗긴다. 운무에 갇혔던 붕어섬이 언뜻언뜻 모습을 보여주다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해가 중천에 뜨면 물안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발아래로 화려한 지느러미를 펼치고 유유자적 헤엄치는 듯한 붕어섬이 생생한 모습을 드러낸다. 옥정호의 옥빛 속살도 제대로 보이고, 호수를 둘러싼 물안개길도 한눈에 들어온다.
물안개길을 걷기 전이나 후에 옥정호 운무와 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국사봉 전망대를 들르는 것이 필수다. 옥정호 물안개길은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에서 용운리 용운마을까지 13㎞ 흙길로, 총 3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1구간은 마암리 승강장에서 육모정까지(1.6㎞), 2구간은 육모정에서 못지골까지(2.45㎞), 3구간은 못지골에서 용운리 승강장까지(8.95㎞)다. 모두 4시간가량 걸린다.
강명자 문화관광해설사는 "물안개길은 수변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이 실핏줄처럼 뻗어 있어 사색하기 좋은 길"이라며 "녹음방초의 여름도 좋지만, 단풍 든 가을과 눈보라가 휘날리는 겨울 강변 풍경은 놓치기 아까운 그림을 연출한다"고 말한다.
◇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길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여주는 옥정호 물안개길은 그야말로 때 묻지 않은 오솔길이다. 구불구불 호숫가를 따라 이어져 있는 물안개길은 험하지 않고, 이정표 58개가 갈림길마다 잘 설치돼 있어 초행자도 쉽게 세상 시름을 다 잊고 물 구경에 빠져들 수 있다. 옥정호를 에워싼 산자락에는 갈참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등이 울창해서 숲은 더욱더 풍성함을 보여준다.
출발지는 마암리 둔기 승강장이다. 50여m 도로를 걷다가 강변길로 접어들면 인적마저 드물어지는 시골 옛길이 이어진다. 호숫가에는 가마솥 불볕더위에 나룻배 한 척이 한가로이 떠 있고, 나래산과 옥정호반을 가로지르는 운암대교가 운치를 더한다. 예전에는 이곳에 배가 드나들고 물길이 한 바퀴 돌며 머무는 곳으로 나루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둔기마을에는 조선 숙종 때 효자 운암 이흥발이 중병에 걸린 홀어머니를 위해 강에서 낚시하는데 하루는 물고기 대신 산삼을 낚아 병을 고쳤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드는 지점에서는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떼를 날려보냈고/ 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너에게 가려고"라는 안도현

<걷고 싶은 길> 세상 시름 잊게 하는 옥정호 물안개길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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