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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춘천 물레길, 낭만이 흐르는 호수의 여정
2016-08-19 07:30:00최종 업데이트 : 2016-08-19 07:30:00 작성자 :   연합뉴스

<투어> 춘천 물레길, 낭만이 흐르는 호수의 여정_1
의암호 물레길 카누잉. 사진/임귀주 기자

(춘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우뚝한 삼악산 아래 춘천 의암호는 선명한 초록빛이 붕어 모양 섬과 호수를 뒤덮으며 계절이 여름의 한가운데에 이르렀음을 알려줬다. 푸른 산이 둘러싼 호수에는 조그만 배들이 유유자적 한가로이 지나고 물가 풀숲에서는 새하얀 백로가 우아하게 날갯짓하며 한 폭의 한국화를 그려냈다.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스런 풍경에 눈망울마저 초록빛으로 물드는 듯하다.

이런 가경이 펼쳐지는 의암호반 송암레포츠타운 내 물레길 운영 사무국 건물 1층에는 남자아이를 동반한 가족과 연인, 친구 등 10여 명이 옹기종기 의자를 차지했다. 한쪽에는 구명조끼가 크기별로 걸려 있고, 천장에는 카누 한 척이 매달려 있다.

"앞사람과 뒷사람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패들(노)을 저어야 합니다. 힘이 센 사람이 뒤에 앉아서 배가 제대로 가도록 조종해야 해요. 커플이라면 힘이 약한 여자가 앞에 앉는 게 좋습니다. 가끔은 여자가 뒤에 앉기도 하겠죠."

춘천 물레길 운영요원은 카누에 오르는 법과 패들링 방법, 회전과 후진 요령, 돌발 상황 대처법, 안전사고 예방법 등 카누를 처음 타는 이들을 위한 모든 필수 정보를 사례를 들어가며 차례차례 설명해줬다. 그는 "카누는 생각보다 안전하지만 패들로 물을 뿌리거나 카누를 흔드는 등 장난이 심해지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투어> 춘천 물레길, 낭만이 흐르는 호수의 여정_1
의암호 스카이워크. 사진/임귀주 기자

◇ 아메리칸 인디언의 카누에 오르다

각자 신체 크기에 맞는 구명조끼를 입고 나무로 만든 긴 패들을 하나씩 들고 물가로 향했다. 카누는 넓적한 날이 장대 한쪽에만 있는 반면 카약은 양쪽에 있다. 어린이를 위한 팔뚝만 한 길이의 패들도 비치돼 있다. 선착장에는 날렵하게 생긴 카누 30여 대가 가지런하게 도열해 있다. 이곳 카누는 캐나다 베어마운틴 크래프트 공방에서 직접 설계와 제작 기술을 배워와 만든 것으로,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사용하던 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길이는 17피트(약 5m 20㎝)로 어른 2명과 아이 2명 또는 어른 3명이 동시에 탈 수 있다.

뒤집힐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사람들의 얼굴은 살짝 굳어져 있다. 한 명씩 오를 때마다 카누가 살짝 기우뚱하더니 이내 중심을 잡는다. 약간 폭신한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넓적한 날이 완전히 물에 잠길 정도로 패들을 깊숙이 집어넣고 힘을 줘 앞으로 밀자 카누는 이내 선착장을 빠져나왔다. 교육받은 대로 두 명이 합심해 방향을 맞추고는 패들로 힘차게 물을 밀었다. 카누는 거짓말처럼 수면을 미끄러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물레길 코스는 송암레저타운을 출발해 스카이워크 전망대까지 갔다 오는 '스카이워크 길'(3㎞), 붕어섬을 한 바퀴 도는 '붕어섬 물풀숲 길'(4㎞), 중도를 돌아오는 '중도 샛길'(6㎞) 등이 있다. 초보자는 주로 '스카이워크길'을 돌고, 경험자는 나머지 코스를 돌아볼 수 있다.

◇ 한국화 풍경 속으로 미끄러지다

카누가 선착장에서 점점 멀어지자 주변 풍경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호수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호반에서와는 또 다른 감흥을 준다. 패들을 놓고 잠시 멈추자 푸르스름한 호수가 융단처럼 느껴지고 호반을 따라 솟은 봉우리들이 수면에 일렁이며 춤춘다. 멀리 산허리를 따라 난 산책로에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자전거 행렬이 이어진다. 멀리서 하얀 백로가 날갯짓하고 수면 위로는 물고기가 뛰어오르기도 한다. 허리춤까지 물속에 잠긴 채 낚시에 열중하는 강태공들도 볼 수 있다. 다시 패들로 물을 밀어내자 카누가 나아가며 청량한 강바람이 스쳐 지난다. 여름날 늦은 오후의 더위도 살짝 누그러진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물레길 안전요원이 운전하는 모터보트가 뒤따른다. 하지만 평화로움과 즐거움을 깨지 않기 위해 멀찍이서 이동한다. 가끔 수상스키용 모터보트가 지나며 만든 조금 큰 물결이 카누를 출렁이게 해서 약간의 스릴을 선사한다.

일행을 태운 카누들은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향해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부모 사이에 자리 잡은 어린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한가득하다. 뒷자리에 앉은 아빠가 패들로 물을 튕겨 온몸이 흠뻑 젖어도 가족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연인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을 쌓고 낭만적인 시간을 보낸다. 패들링을 힘들어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혼자서 좌우 번갈아 패들을 저어 나가는 남자도 볼 수 있었다.

춘천 물레길은 이렇듯 낭만적이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에 제격이다. 이장현(37) 물레길 운영팀장은 "그동안 물레길을 여행하고 실망한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다"며 "물레길 여행이 너무 좋아 매년 첫눈이 올 때마다 카누를 타러 오는 가족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한 커플이 수초가 무성한 곳을 지나다 팔뚝만 한 붕어가 카누 안으로 뛰어들어와 혼비백산한 적도 있다"며 "물레길에서는 누구나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투어> 춘천 물레길, 낭만이 흐르는 호수의 여정_1
의암호 자전거 여행. 사진/임귀주 기자

◇ 자전거 타고 감상하는 호수의 절경

약 45분간 물레길 여행을 즐긴 후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사무국 건물 2층은 여행자가 쉬어갈 수 있도록 예쁜 카페로 꾸며져 있는데 물레길 카누 여행자는 이곳에서 무료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는 의암호의 푸른 풍경이 펼쳐진다. 테이블마다 보드게임인 '젠가'도 비치돼 있어 친구, 연인, 가족이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카누 이용자는 자전거도 싼값에 탈 수 있다. 대여료는 1시간에 1천원, 하루에 5천원인데 이렇게 차곡차곡 모인 돈은 춘천남부노인복지관에 기부된다. 자전거 여행을 즐기고 좋은 일에도 함께할 수 있어 그야말로 일거양득 체험이다.

의암호 둘레로는 길이 25㎞의 자전거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현재 의암댐부터 스카이워크 전망대 인근까지는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통행이 금지돼 있다. 이 구간에 있는 인어상과 김유정 문인비는 오는 10월부터 볼 수 있다.

사무국에서 가장 가까운 명소는 스카이워크 전망대다. 호반 자전거 산책로를 따라 남쪽으로 강태공이 시간을 낚는 낚시터를 지나면 이내 산길로 접어든다. 하지만 경사가 완만해 조금만 힘을 들이면 오를 수 있다. 오른쪽으로는 푸른 산에 에워싸인 초록빛 호수가 펼쳐져 가슴을 시원하게 트이게 한다.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도착해 거치대에 자전거를 놓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전망대로 들어섰다. 투명한 바닥 유리 아래로 전망대를 지탱한 기다란 기둥과 짙푸른 수면이 시야에 들어온다. 조심조심 유리판 위를 걸어 원형 전망대 끝에 서자 호수 위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래로는 초록빛 물 위를 떠다니는 카누와 빠른 속도로 지나는 모터보트가 내려다보였다.

<투어> 춘천 물레길, 낭만이 흐르는 호수의 여정_1
춘천 애니타운. 사진/임귀주 기자

◇ 동심 자극하는 춘천 애니타운

자전거 산책길 여행은 터널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우선 송암레저타운 정반대 편에 있는 춘천 애니타운까지 간 후 시계방향으로 이동하며 하는 것이 좋다.

춘천 애니타운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속에 담긴 과학 원리, 표현 기법을 알려주고, 우리나라 만화의 역사, 전 세계 만화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박물관과 장난감·로봇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토이·로봇관으로 구성돼 있다. 애니메이션박물관 로비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대표 캐릭터인 아기공룡 둘리, 디즈니 캐릭터 트위티 등 세계의 인기 캐릭터가 방문객을 맞는다. 기원전 1만 년경 알타미라 동굴 벽화로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알아보고, 애니메이션의 탄생과 발전을 살펴볼 수 있다. 2층에는 그림책 '구름빵'을 주제로 한 체험 공간이 있고, 일본과 미국, 프랑스 등 국가별 애니메이션관에서는 각국의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5월 개관한 토이·로봇관에서는 로봇을 직접 조작해 권투, 축구경기를 할 수 있고, 로봇 태권브이, 아톰, 아이언맨 등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로봇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또 댄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로봇들의 절도 있는 군무(群舞)도 감상할 수 있다.

◇ 아슬아슬한 소양강 스카이워크

춘천 애니타운에서 호반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춘천인형극장을 지난 후 소양2교를 건너면 유리로 된 호수 전망시설로는 국내 최장인 소양강 스카이워크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수면 위 7.5m 높이에 있는 보행구간을 투명유리로 깐 이 구조물의 돌출부 길이는 총 174m로 의암호 스카이워크의 7배에 달한다. 그만큼 스릴도 크다.

덧신을 신고 투명유리 구간에 발을 내딛자마자 물이 내려다보여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물속으로 떨어져 내릴 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린다. 난간도 투명해 가슴을 쓸어내릴 곳이 없다. 방문객 대부분은 가운데로 걷지 못하고 구조물이 받치고 있는 가장자리를 딛거나 유리와 유리가 만나는 지점을 밟으며 지난다. 장난꾸러기 어린이들이 뛰면서 지날 때마다 괜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바닥 유리의 두께는 4㎝에 불과하지만 3중으로 돼 있고 유리 사이에는 특수필름이 들어가 있어 한 장이 깨져도 더는 파손되지 않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스카이워크 끝자락에 서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주변으로 소양강 처녀상과 쏘가리가 물에서 튀어 오르는 듯한 조형물도 볼거리다. 밤에는 은은한 조명이 들어와 낭만적인 분위기도 선사한다.

<투어> 춘천 물레길, 낭만이 흐르는 호수의 여정_1
소양강 스카이워크. 사진/임귀주 기자

◇ 구수한 에티오피아 커피에 취하다

공지천유원지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천천히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원과 오리 보트 선착장,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이 있고 에티오피아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은 한국전쟁 때 춘천 근교에서 활약한 에티오피아군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1층에서는 참전 배경과 전투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전시돼 있고, 당시 사용한 철모와 전화기 등을 볼 수 있다. 2층에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비롯해 문화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전시물이 진열돼 있다. 에티오피아 목공예품과 악기, 생활용품도 볼 수 있다.

기념관 맞은편에는 '이디오피아벳(집)'이 있다. 이곳에서는 시인 랭보가 즐겼다는 하라르, 귀족들이 마셨다는 시다모, 이르가체페 등 향이 좋은 에티오피아 커피를 핸드 드립으로 맛보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강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김유정 문학비와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비가 있는 조각공원, 이외수의 소설 '황금비늘'을 주제로 꾸민 '황금비늘 테마거리'는 산책을 즐기기 좋다. 이곳에서는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밤마다 발광다이오드(LED)가 화려하게 장식하는 '춘천호수별빛나라' 축제도 진행된다.

춘천 여행에서는 닭갈비와 막국수를 빼놓을 수 없다. 남춘천역 인근 온의동 닭갈비거리나 시청 근처 명동닭갈비골목에 가면 매콤한 닭갈비와 시원한 막국수를 즐길 수 있다.

◇ 여행 정보

▲ 춘천 물레길 = 물레길 카누 여행은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참가할 수 있다. 7~8월, 봄과 가을 주말에는 해넘이를 감상하며 카누를 즐기는 '노을 카누잉'이 운영된다. 물레길 카누 여행은 안전교육·조정설명·장비착용 15분, 카누 체험 45분으로 구성된다. 요금은 성인 2인 기준 3만원, 1인 추가 시 성인 1만원, 어린이 5천원이다. 성인 4명이 이용할 수 있는 트윈 카누는 5만원이다. ☎ 033-242-8463, mullegil.org

▲ 소양강 스카이워크 =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하절기(7~8월)에는 오후 8시 30분까지, 동절기(12월~이듬해 2월)에는 오후 7시까지 개방된다. 비 또는 눈이 오거나 강풍이 불 때는 이용할 수 없다. 이용료는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500원, 어린이 1천원이다. ☎ 033-240-1695

▲ 의암호 스카이워크 = 3월부터 11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우천 시는 출입할 수 없다. 이용료는 없다.

▲ 춘천 애니타운 =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은 1월 1일, 토이·로봇관은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요금은 두 곳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이 어른 9천600원, 청소년과 어린이 8천원이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은 어른 5천원, 청소년과 어린이 4천원이며, 토이·로봇관은 어른 7천원, 청소년과 어린이 6천원이다. ☎ 033-245-6470, www.animationmuseum.com

dkl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8/19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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