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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횡성 안흥찐빵
2018-01-08 08:01:02최종 업데이트 : 2018-01-08 08:01:02 작성자 :   연합뉴스
포근한 어머니 젖가슴 닮은 별식
"맛있는 빵에 기분도 빵 터지네!"
(횡성=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어느덧 한파 몰아치는 한겨울이다. 바깥세상을 내다보니 하얀 눈이 산비탈을 안온하게 덮고 있다. 빵집 주방에선 은색의 대형 찜솥이 하얀 김을 모락모락 피워올린다. 그 안에선 역시 새하얀 빵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보들보들 차지게 쪄지고 있다. 온통 백색의 향연! 모습을 바라만 봐도, 냄새를 맡아만 봐도 금방 침이 꿀꺽 넘어간다. 그리고 따스한 정감에 푹 빠져든다. 앙증맞은 한 덩이 안흥찐빵은 이렇게 세상에 태어나고 있었다.
찐빵 하나로 전국적 명성을 얻은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심산유곡의 이 조그마한 면 소재지에 가면 거리 곳곳에서 '찐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빵집 간판은 물론이려니와 정자, 공원, 마을 등 곳곳이 '찐빵'이라는 이름을 내세운다. 찐빵 없는 안흥을 상상할 수 없다 싶을 만큼 찐빵은 이 고장의 대표적 홍보대사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안흥면사무소 앞의 길 건너편에 있는 아담한 찐빵 소공원에 가보자. 여기에는 찐빵과 관련된 조형물과 캐릭터, 시비 등이 줄줄이 서 있다. 익살꾸러기 표정의 찐빵 인형은 바라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오고, 찐빵 이야기의 주인공인 도깨비 삼형제 역시 귀여운 포즈로 손님을 맞는다.
이곳의 시비에 적힌 시구가 뭉클한 감회를 안겨준다.
"찐빵에서 삶의 향수를 느낀다 / 찐빵 모습에서 / 어머니 젖가슴을 떠올린다 / 어머니의 젖과 같은 까만 앙꼬 단맛에 / 모든 시름 잊고 마냥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과 포근한 모성애를 하나로 엮어 감성 깊게 담아낸 글귀다. 찐빵은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의 온기와 향수를 담고 있는 서민의 식품이다.
◇ 안흥이 찐빵 본고장 된 내력
그렇다면 심심산골의 오지인 안흥이 어떻게 찐빵의 본고장이 됐을까? 인구 3천여 명의 면 소재지에 20여 곳의 빵집이 성업하게 된 배경과 과정이 궁금하다. 이를 알려면 역사·지리적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흥은 서울과 강릉을 잇는 국도 42호선이 지나는 고장으로, 그 한가운데쯤에 위치한다. 예부터 대관령을 넘어 한양과 서울로 가는 영동의 길손들이 이곳에 들러 점심을 먹거나 간식을 챙겼다. 안흥은 그 중간 기착지였던 셈이다.
쌀이 부족해 먹고 살기 힘들던 1960년대에 밀가루는 끼니를 때우는 데 요긴한 식량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막걸리를 숙성시킬 때 쓰는 효모균을 밀가루 반죽에 넣어 찐빵을 만들어 먹곤 했다. 물론 지나가던 길손들에게도 허기와 출출함을 잊게 하는 별미의 먹거리가 돼줬다.
하지만 당시에 찐빵은 다른 지역에서도 고만고만하다 싶을 만큼 흔했다. '안흥찐빵'이라는 독보적 고유명사를 획득하기엔 아직 일렀던 것. 거기다 1970년대에 영동고속도로가 뻥 뚫리면서 길손이 많이 줄어들어 안흥은 한때 침체기를 맞아야 했다. 안흥을 경유하지 않고 서울~강릉을 곧장 오가는 바람에 찐빵을 찾는 발길이 뜸해졌던 것이다.
현존하는 찐빵집의 원조는 안흥면사무소 앞에 있는 '면사무소앞안흥찐
[연합이매진] 횡성 안흥찐빵

[연합이매진] 횡성 안흥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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