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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경주 양동마을과 옥산서원…전통과 현대의 공존
2024-01-24 08:57:15최종 업데이트 : 2024-01-24 08:00:03 작성자 :   연합뉴스

주민들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유산"
(경주=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문화유산의 도시 경주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명소가 많다.
수백 년 전통의 양동마을에선 지금도 후손들이 거주한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이자 문신이었던 회재 이언적(1491∼1553)을 기리는 옥산서원도 자리한다.
각각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이들 공간을 찾아 현지의 풍경을 들여다봤다.
◇ 양동마을의 겨울 풍경…볏짚 이엉
경주 양동마을은 경주 손씨와 여주 이씨 두 가문이 전통을 이으며 대대로 살고 있는 곳이다.
규모 있는 고택이 여러 채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높은 지대와 낮은 지대에 있는 기와집과 초가집들이 보인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실제로는 마을이 더 넓고 가옥도 많은데, 산등성이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이다.
정자, 서당까지 포함하면 건물이 약 165채에 이른다.
마을 입구에서는 인근 산과 하천, 평야가 시야에 함께 들어온다.
취재팀이 방문한 날에는 평지에 꽤 많은 볏짚이 쌓여있었다.
작업자들이 기계를 이용해 이엉을 엮고 있었다.
마을에선 매년 겨울이면 묵은 이엉을 내리고 볏짚으로 만든 새 이엉을 지붕에 얹는 작업을 한다.
마을 곳곳을 다니다 보니 아까 봤던 이엉과 다른 모양의 볏짚이 쌓여있었다.
평지에서 봤던 이엉보다 더 단단해 보였다.
용마루나 담장에 올릴 수 있도록 엮은 용마름이다.
설날 명절 즈음까지 이전 것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이뤄진다고 한다.
◇ 정갈하고 단정한 가옥
양동마을에선 가옥이나 정자 등이 문화재인 경우가 많다.
가옥에는 주민이 거주하는 만큼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
취재팀은 몇몇 개별 가옥에 사전 연락을 통해 취재 협의를 거쳤고 허용되는 범위에서 돌아봤다.
방문 기간에는 주민 해설사, 개별 가옥의 주민, 양동마을 운영위원장 등의 설명을 들었다.
양동마을에선 자체 교육을 거친 주민이 해설사(한국어)로 활동 중이다.
보물로 지정된 관가정(觀稼亭)을 먼저 찾았다.
안내판에는 조선 중종 때 청백리였던 우재 손중돈(1463~1529)의 살림집이었으며, 관가정은 곡식이 자라는 모습을 본다는 뜻이라고 적혀있다.
건물 입구를 지나자 가지런하게 정돈된 마당과 대청마루가 보였다.
그 순간 공간을 흐르는 클래식 음악이 귀에 들어왔다.
음악이 한옥의 정갈한 이미지와 어우러지면서 가옥이 더 웅장하게 느껴졌다.
누마루에 올라가 밖을 내려다보니 인근을 흐르는 하천과 아랫마을 경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관가정은 풍경이나 가옥 곳곳을 음미하고 탐색할 수 있는 문화공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송첨(국가민속문화재)은 경주 손씨 큰 종가로, 이 마을 손씨 입향조인 양민공 손소(1433~1484)가 지은 집이다.
손소는 손중돈의 부친이다.
집에 들어서서 오른쪽을 바라보자 풍성한 가지를 양옆으로 뻗은 향나무가 서 있다.
'양동의 향나무'로 불리는데, 수령이 500년이 넘은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
이미 와 있던 일반 관람객들의 눈길이 향나무에 멈춰 있다.
왼쪽에는 낮고 견고한 석축이 보인다.
좀 더 걸음을 옮기자 뒤편에 가지런한 장독대가 자리하고 있다.
역시 보물인 무첨당을 찾았다. 회재 이언적 종가의 제청(祭廳)이다.
가옥은 회재 이언적의 부친인 이번(1463~1500)이 살던 곳이다.
이번은 손소의 사위로 양동마을에 들어와 뿌리를 내렸다.
대청 벽에는 '左海琴書'(좌해금서·영남에서 선비가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뜻)라고 적힌 편액이 걸려있다.
집권 전 흥선대원군이 썼다고 한다. 단정한 느낌의 무첨당 마루에서 관조하는 자연의 모습은 또 달랐다.
해 질 무렵 까치 떼가 아직 홍시가 남아있는 감나무와 잎을 떨군 참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고 있었다.
또 다른 보물인 '향단'(香壇)으로 향했다.
입구에서는 가옥의 여러 공간이 하나로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주민의 협조를 받아 내부에 들어가 살펴보니 입체감과 개방감이 느껴졌다.
위아래에 있는 사랑채와 행랑채 사이 공간은 꽤 깊이감이 있었고 안채를 떠받치는 석축은 견고해 보였다.
'ㅁ'자 모양의 아담한 마당이 눈길을 끌었다.
정교하고 개성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양동마을 입구에서 향단을 바라보면 중층적이고 화려한 가옥 외관이 눈에 띈다.
◇ 오랜 역사를 지닌 "살아 움직이는 유산"
양동마을을 오가다 보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맞은편 고택을 바라보는 정취가 다양했다.
이러한 가옥들의 공통점은 현대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관가정에서 취재팀을 맞아준 손성훈(손중돈의 19대손) 씨는 "역사가 많은 이 집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음악을 틀어둔다"고 했다.
무첨당에 거주하는 이지락(이언적의 17대 종손) 씨는 "이곳은 600여년간 후손들이 노력하며 살아온 공간으로,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말했다.
마을 곳곳을 안내해 준 이지관 양동마을 운영위원장은 "이 마을은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유산"이라고 했다.
◇ 옥산서원 앞 이색적인 계곡과 나무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양동마을에서 차로 15분가량 걸리는 인근 옥산서원을 찾았다.
이곳은 주차장에서부터 이어지는 길이 인상적이다.
겨울이어서 잎을 떨궜지만, 꽤 수령이 있어 보이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서원 입구의 이색적인 주변 경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서원 옆에는 계곡이 펼쳐져 있는데, 기하학적으로 보이는 검은 너럭바위가 층층이 이어져 있다.
다소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들려 집중하게 되는 순간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 같았다.
겨울인데도 서원 입구 왼쪽 은행나무 아래에 떨어진 노란 잎들이 땅에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은행나무는 둘레를 네 번이나 돌아가며 안아봐야 할 정도로 굵었다.
주변의 향나무, 뒷산의 소나무도 서원의 전체 풍경을 함께 이루고 있었다.
서원은 일반적으로 지역의 자연풍광이 좋은 곳에 있다. 배향하는 인물도 지역과 연관이 깊다.
◇ 성리학자 이언적을 기리는 서원
옥산서원은 양동마을에서 태어난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곳이다.
이언적의 학문은 퇴계 이황에게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산서원 안내판에는 1572년 경주 부윤 이제민이 지방 유림의 뜻에 따라 서원을 세웠다고 설명돼 있다.
이곳은 조선 선조 시절에 사액서원이 됐다.
옥산서원은 2019년 '한국의 서원'으로 묶여 세계유산에 등재된 9개 서원 중 한 곳이다.
서원은 보통 유식 공간, 강학 공간, 제향 공간으로 나뉜다.
옥산서원 정문을 통과하면 2022년 보물로 지정된 무변루(無邊樓)가 나온다.
아래층은 출입문으로 쓰이는데, 위층에는 대청마루가 있다. 위층에선 서원 정문과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변루는 끝이 없는 누각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서원 건축양식에 누마루 형식이 처음 도입된 건물이라고 한다.
무변루를 지나면 기숙사가 양쪽에 있고 다음으로 강학 공간인 구인당이 있다.
뒤쪽에는 제향 공간인 체인묘가 있다.
옥산서원 운영위원회 측이 취재팀에 서원의 역사와 건물을 설명하고 있는데, 때마침 단체 관람객이 방문했다.
관람객들은 이어지는 설명을 주의 깊게 듣는 모습이었다.
이지성 옥산서원 운영위원장은 "현대에도 서원을 지키며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정혜사지 13층 석탑
옥산서원을 나와 다시 한번 건물과 풍경을 뒤돌아본 뒤 국보인 정혜사지 13층 석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바로 근처라 차로 몇분만 이동하면 볼 수 있다.
도착하니 정혜사 터에 석탑만이 홀로 서 있다.
노령의 관람객 2명이 유심히 석탑을 쳐다보고 있다.
정혜사지 13층 석탑은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으로는 드물게 13층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크기가 급격하게 작아지는 탑의 수를 하나하나 세어봤다.
그러다가 시선이 구름이 흘러가는 파란 하늘에 걸렸다.
하늘과 앙상한 나무를 배경으로 한 석탑이 주변의 자연과 꽤 잘 어울렸다.
경주 양동마을과 옥산서원, 정혜사지 13층 석탑까지 방문하고 나니 사람, 자연이 함께하는 문화유산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둘러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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