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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zine] 렌터카로 떠나는 일본 중부 ②기후현
2024-03-29 11:23:29최종 업데이트 : 2024-03-29 08:00:09 작성자 :   연합뉴스

해발 2천m 이상에 펼쳐진 설국
(기후현=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렌터카를 타고 나고야에서 출발할 때는 비가 내렸는데 산악지대인 기후현 다카야마시(高山市) 산마치(三町) 거리에 도착했을 때는 함박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일본의 중앙에 있는 기후현의 다카야마시는 해발 570m에 들어선 산악도시다. 동쪽으로는 히다산맥, 서쪽으로는 하쿠산국립공원이 펼쳐져 있는 분지로 1934년 철도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산간 오지였다.
다른 곳에 비해 외부인의 왕래가 뜸했던 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옛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 공기가 맑고 가장 높은 건물이 3층이다. 시야를 가로막는 고층 빌딩 하나 없어 그곳에 서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 다카야마
다카야마시를 동서로 가르는 미야가와강 동쪽 시내 중심에는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거리인 산마치가 있다. 좁다란 골목 양쪽으로 일본 전통 양식의 옛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골목을 따라 전통 음식점과 찻집, 양조장, 기념품 판매점이 있다. 산마치에 도착했을 때 거리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카바시(中橋) 위에서 본, 눈 내리는 미야가와강 풍경은 어두운색의 에도시대 건물과 강가의 버드나무, 맑은 강물에 내려앉는 솜사탕 같은 눈송이로 인해 시간 속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산마치는 1시간 정도이면 매력적인 명소들을 걸어서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옛 풍경이 느껴지는 거리를 따라 발길을 옮기면 그곳이 바로 명승지이다.
차부라고 부르는 인력거꾼이 끄는 관광 인력거를 타고 20여분 동안 구석구석을 돌며 각 명소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인력거에서 내린 뒤 걸어 다니며 거리의 음식도 맛보았다. 그리고 16대째 가업으로 이어온 양조장과 기념품 가게 등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나카바시 건너 강 서쪽에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막부시대 관청 건물인 다카야마진야(高山陣屋)가 있다. 다카야마는 1692년부터 도쿠가와 막부의 직할지로 중앙에서 관리가 파견됐다. 1651년에 지어진 이 건물에 관공서가 들어섰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행정, 재판, 치안, 세무 등이 이루어졌다. 진야 앞에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생산하거나 만든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아침 시장이 열린다. 농산물과 직접 만든 간장과 된장 등 가공품을 볼 수 있었다.
◇설국 속 신호타카 로프웨이
산마치 관광을 마치고 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눈 내리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 일본에서 유일하게 2층 곤돌라가 있는 신호타카 로프웨이에 도착했다.
신호타카 로프웨이는 기후현 다카야마시의 벽지 마을에 있다. 로프웨이를 타고 오르면 일본에서 해발 고도가 3번째로 높은 산인 오쿠호타카다케를 비롯해 호타카 연봉을 감상할 수 있다. 로프웨이는 신호타카온센역(해발 1,117m)과 나베다이라코겐역(1,305m)을 이어주는 제1로프웨이, 시라카바다이라역과 니시호타카구치역(2,156m)을 이어주는 제2로프웨이로 구성되어 있다.
제2로프웨이는 2층으로 설계된 곤돌라다. 환승역인 나베다이라코겐에는 온천욕과 족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해발 2,156m인 니시호타카구치역에 내리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우체통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우편물은 매일 수거돼 행선지로 배달된다. 우체통을 지나 전망대로 나가면 2천m 이상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은 촬영대에서 표고와 그날의 온도를 표기한 푯말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설국으로 변한 전망대 아래 등산로에선 관광객들이 산책 도중 눈싸움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세계문화유산 시라카와고
시라카와고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기후현 시라카와촌(白川村)이며, 면적은 356.55㎢, 인구는 1천400여명으로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촌 면적의 96%가 숲으로 뒤덮여 있고, 마을의 해발고도는 500m 정도로 하쿠산(2,702m) 같은 높은 산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온대 기후지만, 세계적으로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연 강수량은 1991∼2020년 평균 2,458mm에 달하며 연 강설량 평균은 무려 972cm. 적설량에선 2006년 297cm를 기록했다. 이런 기후 때문에 독특한 지붕 형식이 만들어졌다.
산간 오지이지만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매년 200여만 명이 찾아온다. 절반 정도가 일본인이고 나머지는 한국과 중국, 동남아, 유럽 등에서 방문한다. '리틀 교토'로 불리는 다카야마에서 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에도시대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지어진 100여 채의 합장 양식 가옥이 보존돼 있다. 지붕 모양이 양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형상을 닮았다. 합장 양식 가옥은 억새를 두껍게 얹은 지붕이 있는 목조 건물이다. 경사가 매우 가파른데 지붕이 눈의 하중을 이겨내기 위함이다.
합장 양식 가옥의 내부는 다다미가 깔린 방들이 미닫이문으로 구획돼 있다. 거실 중앙에는 사각 형태의 화로가 설치돼 있어 찻물을 끓일 수 있다.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가 창문 밖을 내다보면 마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해발 1,700m 넘는 주변 높은 산들이 은백색의 하얀 눈을 인 채 마을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었다. 마을을 안내한 문화해설사는 "지붕은 10∼20년마다 새로 잇는데, 규모가 큰 가옥의 경우 수십 명이 달라붙어 작업을 벌이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전했다.
마을 입구에는 2개의 석등이 있다. 가옥이 나무와 억새로 만들어진 만큼 화재 발생 때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마을 곳곳에 방수총이 있었다. 마을은 전통 집과 60년대식 건축물이 공존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합장 가옥과 흰 눈이 덮인 하쿠산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마을 입구에서 30분 정도 걸으면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세계문화유산 마을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레트로 구조시와 도키시
시라카와고에서 1시간 30여분을 달려 산마치 거리 정도의 옛 모습은 아니지만 복고풍 옛 거리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지방 소도시 구조시(郡上市)에 도착했다. 구조시는 옛 거리 풍경뿐만 아니라 복고풍의 물건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샘플 체험 공간들이 여럿 있다.
산푸루 샘플 공방에서 종이컵과 약품을 재료로 휴대전화 거치대를 만들어 보았다. 향수를 느끼게 하는 물건들도 전시돼 있었다. 전시품 중에는 전설적인 프로레슬러였던 김일과 아키노에 관한 신문 기사도 포함돼 있었다.
도키시에 도착했을 때 날씨가 좋아 나가노현과 기후현에 걸쳐 있는 일본 중앙알프스의 온타케산(3,067m)을 선명하게 보는 행운도 따랐다. 온타케산은 일본 백대 명산 중 하나로, 현재도 활동하는 활화산이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4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rba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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