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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모두가 피해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저자 은유 강연
2019-10-18 00:51:29최종 업데이트 : 2019-10-18 12:23:12 작성자 : 시민기자   박순옥
16일 저녁 7시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쓴 은유 작가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장인 고고장에는 7시가 되기 전에 EBS 다큐 '시선'이 몇 장면 상영되었다. 산재피해가족들의 다큐멘터리로 '다시는'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서로가 같은 상처를 입고 있어서 더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는 그들은 다시는 이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몇 달 전 TV에서 봤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먹먹하고 울컥한 마음이 힘들다. 시청이 끝나고 은유 작가가 짧은 강연을 했다.

이 책은 2014년 육가공 공장에 입사한 지 두 달 만에 선배의 폭력과 협박에 괴로워하다가 기숙사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한 현장실습생 김동준 군의 죽음과 또 다른 김동준 군들의 인터뷰 이야기이다. 이 책을 쓰는 데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아픔을 이야기로 엮는데 평소 글을 쓰는 시간보다 두 배는 더 걸렸다고 한다.

작가는 고고장 벽 쪽에 인쇄하여 붙여둔 책표지를 보면서 "동준군 어머님이 글 쓰면서 참고하라고 동준군이 생전에 쓰던 노트를 주셨어요. 성실한 아이였어요. 친구관계, 공부계획, 담임선생님이 써 준 글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노트표지 이미지가 'be happy' 인 거예요. 아이의 죽음을 다룬 책인데 표지 디자인을 'be happy' 로 하니 아이러니하지요. 근데 그래서 더 울림이 있는 것 같아요. 행복 하고자 했던 한 아이가 어떻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 말이죠"라며 짧은 강연을 시작했다.
책표지가 인쇄되어 있는 벽면

책표지가 인쇄되어 있는 벽면

동준군은 높은 작업량과 원치 않는 회식문화, 단 한 번의 직장 선배의 폭력과 협박에 괴로워하다가 사망했다. 어떤 사람들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폭력에도 맷집 있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유난히 예민하거나 약하거나 혹은 강하거나 무뚝뚝하거나. 그것은 개인의 기질이다. 그런 개인적 기질을 무시하고 모두가 똑같은 한 가지 모양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면 그 모양에 맞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모양에 맞게 다듬어야 할까? 다듬어도 같은 모양이 안 되는 사람은 결국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해야 할까? 그렇다면 매우 괴로운 삶이 될 것이다. 그 괴로운 삶을 사는 사람이 내 자녀, 내 부모, 내 친구라면 혹은 나라면 어떨까? 우리는 그 절대적 모양만이 옳은 것이라고 순응하고 살아야 할까? 그런 사회가 안전하고 아름다울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 폭력이 만연해서 집단적으로 무감각해져 있는데 무감각하지 않고 상처받을 수 있는 한 아이가 있었던 거예요. 동준군 사건이 상징하는 것이 단순한 폭력사건이 아니라 한국사회에 만연한 폭력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이야기 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이 모티브가 됐지만 그 아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가는 사회적으로 이야기 되지 않았어요. 잘못된 시스템에 의한 사회적 타살을 당한 아이의 이야기도 해 보고 싶었어요"라는 작가의 말이다.

잘못된 시스템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사람에게로 향한다. 제주도 생수공장에서 사망한 이민호 군이 죽은 뒤 1년이 되지 않아 똑같은 원인으로 3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생수공장사장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기 때문에 사고는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강력한 처벌을 해야 관리 단속을 신경 써서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강연장 모습

강연장 모습

또한 노동 인권 교육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힘 있는 자들은 노동과는 거리가 멀어서 교육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힘없는 사람은 노동 인권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것이 부당한지 알아야 사용자에게 요구할 수 있고 나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학교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교과서도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경기도에는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 안에 노동 인권 교육이 들어있다고 한다. 있는 것을 잘 활용하여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밑받침이 되면 좋겠다.

쌀쌀해진 날씨지만 강연장은 열기로 가득 차서 에어컨을 켤 정도였다. 짧은 강연 후 질문이 이어졌다. 문지영 씨는 "책을 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런데 관심이 관심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작가님께서는 글을 쓰는 것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계시는데 독자들은 관심만으로 끝나지 않게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을 하였다.
질문을 보는 은유 강사

질문을 보는 은유 강사

작가는 "일단 아는 것, 인식하는 것도 대단한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알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두 사람이 알게 되는 거예요.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막연하게 생각하는데, 내가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고 생각해요. 나도 세상의 구성원이잖아요.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친구에게 이야기하거나 알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시민 단체 같은 곳에 후원하는 것이에요. 그러면 관련 행사도 참여할 수 있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도 있고 어떤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 되는지를 알 수 있어요.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 시민단체가 많을수록 건강한 사회라고 합니다."

후끈한 열기와 팬심 가득한 시민들의 질문에 명료한 답변을 해준 은유작가의 강연에는 항상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일까? 늦은 시간까지 뜻깊은 강연을 해준 작가님께 감사한다. 다음 주에는 '대리사회'의 김민섭 작가가 일자리들의 변화와 대리하는 일자리에 대해 강연을 한다. 신청은 수원시평생학습관 홈페이지나 전화(031-248-9700)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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