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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삶을 바꾸게 되는 크나큰 요소 중에 하나 '집'
2014-03-27 13:33:00최종 업데이트 : 2014-03-27 13:33:00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새댁, 이번 추석 전후로 해서 이사를 가는 게 어떨까?"
얼마 전 설 명절 직후에 주인집 아저씨에게 걸려온 전화다. 지금 살고 있는 빌라는 5층 건물에 2층이고 실평수는 20평쯤으로 방이 3개에 화장실이 2개다.
우리 아이들의 움직임으로 인한 층간 소음으로 아랫집 이웃과 가끔 미간을 찌푸리는 일이 있긴 하지만 우리 네 식구가 살기에 넉넉하고 편안한 곳이다. 하지만 이제 집을 팔아야겠다는 집주인의 의사에 따라 곧 이사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조금만 재고를 해주시면 저희도 이 집을 사는 방향으로 검토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작년 말에 주인에게 미리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살고 있으니 우리에게 좀더 좋은 가격에 집을 파시는 건 어떠냐는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주인도 넉넉한 형편으로 지금의 아파트를 사서 들어간 게 아니라면서 그냥 리모델링 조금 해서 제 가격에 집을 팔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 도시를 계속 고집하면서 사는 게 맞는 것일까? 결국에는 이렇게 2년에 한번씩 이사는 다닐 수 없으니 집을 사야 할 텐데 그럼 우리는 또 집을 사기 위해 빚을 져야 하고 빚을 지게 되면 또 그 빚 때문에 나는 계속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하고, 이렇게 일에 치여 살다 보면 우리 가족끼리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을 텐데 계속 이런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냐는 것이지. 당신 생각은 어때?" 

집, 주거문제는 삶의 환경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문제이다 보니 남편과 나는 사뭇 심각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가게 된다. 좀처럼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입을 뗄 수 없어서 서로 생각으로 침묵으로 일관되는 경우가 사실은 더 많다. 이제 아이는 내년이면 초등학교를 입학해야 하는 시기라서 더욱 머리가 아파오고 정답을 찾기 힘든 시점이 온 것이다.

"당신이 한 달에 고정적으로 150만원을 벌 수 있고 내가 지금처럼 일을 한다면, 도시에서의 삶을 지속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린 여전히 일에 치여 살 것이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의 여유는 좀처럼 찾기 힘들 거야."

 

서민들에게 집이란 무엇인가_1
도시가 아닌 곳에서 살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남편은 이런 도시를 좀 떠나서 일을 잠시 멈출 수 있는 여유와 생각의 공백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 대한 고민이 없어야 할 것이며, 집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 굴레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현재의 내 삶을 돌아본다. 내 주변의 관계망, 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벌려놓은 모임들, 이미 내가 마음을 두고 왕래한 도서관, 시장, 산책로 등등……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많은 정을 뿌리고 그 정을 기반으로 사람을 모아 품앗이 육아며, 독서모임이며 이것저것 벌려놓았다. 집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은 그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끊고 하던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과 같다. 

과연 어디서 살아야 만족할 수 있을까? 과연 어떤 집이어야 내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 과연 무엇을 하면서 살기를 바라며 집을 정할 것인가? 언제쯤까지 살 집을 택해야 우리가 아이가 탁월하게 현지에 적응하고 새로운 초등학교 생활을 해낼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얼마나 많은 낯설음을 경험한 후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까? 등등 수많은 고민과 생각의 고리들이 요즘의 일상을 물들이고 있다. 
 
막상 살아보면, 살다 보면 분명히 적응을 하게 될 것이고 그 나름의 삶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도시에 잦은 왕래를 하면서 나름의 삶의 패턴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데는 의심이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들어갈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 곳으로 어디를 정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것이다.

이 모든 걱정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에 대해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바로 '내려놓음'이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이미 해놓은 일, 관계, 장소, 길 등등에 대한 '내려놓음'이 쉽지 않아서,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모든 일에 대한 생각정리가 되지 않으면 새로운 곳에 대한 발굴이나 사전조사 따위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우선 이 모든 것들이 내 삶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지에 대한 생각정리가 필요한 시간이다.

서민에게 '집'이란 참……여러 가지 삶의 문제를 다시 돌이키게 한다. '돈이 많았다면 괜찮았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함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난국을 겪어나가면서 더 많이 성장하며 새로운 인생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을 것을 알기에 긍정의 마음을 다시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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