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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낯설게 살면 여가가 즐겁다
봄이 하나의 과제물로 다가왔다
2014-03-23 22:50:08최종 업데이트 : 2014-03-23 22:50:08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상황을 맞는다. 나는 매우 많은 새로운 경험들로 채워진 삶을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고 있다. 그리고 불안 불안하게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의 시선과는 무관하게 비교적 무난히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자평이라서 위험스런 평가일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사시사철을 맞이하고 보내고 살아간다. 그런데 시민기자에게 이번 봄은 하나의 과제상황이다. 다름이 아니라 네팔에서 결혼하고 한국에 와서 1년 7개월이 되어가는 아내와 함께 봄을 보내지 못했다. 
첫 봄이었던 작년 봄에 나는 네팔로 홀로 가서 네팔한국문화센타를 당분간 접어야하는 현실에 안타까운 여정을 보내야했다. 아내는 그런 안타까운 시간을 홀로 수원에서 직장에 다니며 보냈다. 다시 1년이 지났다.

일상을 낯설게 살면 여가가 즐겁다_1
옛 서울시청(지금은 도서관)에 표어와 서울역 박물관, 고궁박물관에서 찍은 소중한 메시지들이다.

아내는 스스로를 힘차게 일으켜 세우는 봄을 맞았다. 이번 달 네팔에서는 아내가 보낸 한국 생활의 단상들을 모은 여행 산문이 출간된다. 출판에 대한 모든 절차가 끝나고 국제출판고유번호인 일명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도 발급 받았다. 
이번에 출판되는 책은 네팔한국문화센타 이름으로 출간되는 첫 번째 출판물이기도 하다. 모자라고 버거운 일상이지만 외길처럼 거침없이 한걸음 걸어낸 기분이다. 네팔한국문화센타가 하는 최소한의 일을 해낸 것이다. 물론 그동안 아내의 책 출간과 관련해 숱한 이야기가 있다.

나는 아내와 상의해서 이번에 출간되는 책에 개별 주제들을 번역한 후 e수원뉴스에 연재하자고 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말 번역은 일단 어려운 과제라서 당장 약속하기 어렵다. 

어제는 일상이던 서울을 찾았다. 아내와 색다른 봄날의 여행이다. 사실 작년 겨울 내 여러 차례 촛불집회를 찾았다. 사람들은 알까 싶을 정도로 언론에는 소개조차 되지 않는 허망한 울림 같은 일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봄나들이를 대신해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불발로 끝났다. 

일상을 낯설게 살면 여가가 즐겁다_2
인쇄를 앞둔 아내의 책표지다. 아내의 얼굴 사진이 나온 곳이 뒷표지, 아리랑 춤을 추는 오방색의 그림이 있는 면이 표지 앞면이다.

예고보다 늦게 준비된 행사장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 그래서 서울역 박물관을 찾아 '여가의 기술'이라는 좀 말 안되는 전시를 보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다.  그리고 흔히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 속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한국의 여가에 대해 우리의 꼴이 말이 아님을 한눈에 보여주는 자료도 전시되어 있었다. 어쩌라는 건가?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정신교육을 시켜야할 것 같은데 여가를 제대로 못 보내는 사람들로만 채워진 전시장은 안타깝다. 그래도 나는 다행스럽게 때맞춰 아내에게 여가를 선물했다. 

아내에게 제대로 여가를 선물한 기분이었다. 내가 둘러본 나라들 속에서 여가의 랭킹 권에는 몇 나라가 들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저것도 다 자기들 마음대로 꿰맞추는 순위구나! 내가 둘러본 나라들 중에서 여가의 순위 1위는 단연 네팔이었는데 전시장 여가의 순위는 아예 없었다.

일상을 낯설게 살면 여가가 즐겁다_3
여가 순위가 나와 있다. 한국은 23위다. 서울여행과 네팔레스토랑에서 막걸리를 주문한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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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리 그리고 수원역 앞 수엠부에서 만난 아주대학교 네팔 유학생들과 함께한 아내

아내와 나는 곧 경복궁역 인근에 한 커피숍에 가서 김이하 시인을 만나 안부를 묻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곧 고궁박물관으로 갔다. 아내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 매우 의미를 두고 찾아 공부하고자 한다. 그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함께 역사공부를 한다.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 그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참 고마운 일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기 관심의 영역을 찾아 사는가보다. 아내는 고궁박물관에서도수원과 관련된 정조대왕에 더 깊은 관심을 보인다. 

다시 수원역에서 네팔레스토랑을 찾았다. 그곳에는 아주대학교에 입학한 지 일주일 된 2명의 네팔여학생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리고 네팔이주노동자 지인들이 여럿 있었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도 막걸리를 주문했고 함께 어우러져 한 잔 마셨다. 
아내와 보낸 일상 모처럼 서울구경도 하고 이 봄날에 꽃구경 갈 기대를 한다. 이 봄이 한국에서 아내와 맞이하는 첫 봄이다. 함께 꽃구경도 하고 다시 봄날의 거리에서 하나하나 함께 배워갈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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