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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공부 잘해야 부모도 대접받는 세상
공교육에서 우리 아이가 잘 자라게 하는 방법은?
2014-03-03 18:00:18최종 업데이트 : 2014-03-03 18:00:18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제부터 애 옆에 딱 버티고 앉아서 공부 시켜, 안 그러면 후회한다."
이제 7살이 된 큰 아이를 두고 친한 언니가 해준 조언이다. 아이는 아직 한글을 제대로 떼지 못했고 영어나 수학 등 학업 면에서 특출 나게 잘하는 공부는 아직 없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내년에 초등학교를 어떻게 보낼 셈이냐는 것이 언니의 말이다. 

"너 잘난 엄마, 아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근데 그 잘 난 것도 내 자식이 지지리 못나고 공부 못하면 별 거 아닌 게 되는 세상이야. 애 공부 잘하면 벌써부터 애 엄마들이 어떻게든 친하게 지내려고 옆에 붙어서 난리가 나. 뭐 꼭 그러자고 애 공부 시키는 건 아니지만, 애가 학교 가서 공부 못하면 선생도 학부모들도 사람 취급 안 한다는 말이야. 당장 내 자식이 공부 잘하는 애랑 어울리기 바라지 공부 못하는 애랑 놀기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 안 그래?"

아이가 공부 잘해야 부모도 대접받는 세상_1
지금까지 공부 중에 '엄마공부'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5학년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언니는 아이들을 모두 우등생으로 잘 키워내고 있다. 자신의 일을 모두 버리고 오직 두 딸에게만 정성을 쏟으며 살고 있는 언니는 아이들의 학업성적이 곧 언니의 행복지수라고 여겨질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당장 아이를 붙잡아놓고 특별 훈련에 들어가라는 언니 말이 좀처럼 편하지가 않다. 안 그래도 집에서 애들 공부 시킬 생각 없이 주구장창 책이나 읽어주면 다냐고 핀잔을 주고 있는 남편이 들으면 역시 현실은 자기 말이 맞지 않냐면서 당장 성화를 부릴만한 이야기들이었다. 

"대안적으로 키우는 거 좋지. 그런데 뭐 세상이 그걸 알아주니? 당장 학교 들어가서 맨날 빵점 맞아 오고 주변 엄마들이나 애 친구들이 무시하는 꼴 봐봐라. 바로 눈 뒤집히고 그때서야 발등에 불이 붙는 거야. 너, 지금 당장 정신 안 차리면 진짜 후회해! 언니가 너 친동생처럼 생각하니까, 아껴서 하는 말이야. 얼른 애 붙잡고 시작해. 엄마보다 좋은 선생은 없어."

아이는 때가 되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그냥 방치하기보다는 좀더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찾아보면 될 거라는 나름의 소신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공교육의 굴레에 대해 아무런 대비도 없이 그냥 아이의 호기심에 따라 준비하면 될지에 대한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언니, 나는 억지로 선행학습 시키고 그러는 건 정말 싫은데 그렇다고 초등학교를 안 보낼 것은 아니니까 딜레마는 딜레마다."
"그래, 맞아. 나는 뭐 그런 생각 안 한 줄 알아? 세상이 애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 걸? 그렇게 해서 애 자존감 떨어지고 위축되면 그 걸 어쩔 거야? 그럼 그 때부터 자신감 없어져서 모든 일에 의욕이 상실 되는 거야."

아이들 교육에 대한 경험자의 조언은 참으로 귀하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신이 가진 가치관과 생각, 비전이 달라서 그 조언도 가지각색이다. 아이들을 긴 안목으로 편안하게 키우기 바라는 사람들은 지금 이때는 한 창 놀게 할 때이며 경험과 놀이로 호기심을 발산시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놓은 잣대나 스펙, 학력 등이 그 아이들의 행복을 보증해주지 않는다며 그런 생각부터 탈피하는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을 요구한다. 

어쩌면 그게 더 어려울지 모른다. 언니의 조언처럼 누구나 가는 길대로, 누구나 옳다고 하는 길대로 맞춰서 가는 것은 오히려 쉽다. 그렇지만, 내 아이가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이 무작정 타인에게 무시 당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만 공부를 해야 한다면 그것은 과연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좀더 대안적인 교육을 이야기 하고 있긴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잘해낼 날을 누구보다 더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아이가 공부 잘해야 부모도 대접받는 세상_2
너희들에게 밝은 미래를 줄 수 있다면 어떤 공부든 하지 못하랴

사실은 결국 내가 더 과욕을 부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런 언니의 조언에 갈등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그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공교육에서 아이가 뒤쳐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또 스스로 즐겁게 공부를 해 줄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아이가 7살인 올 한 해동안 내 자신이 먼저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엄마로서 자식이 좀더 현명하게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돕기 위해서는 주변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을 기준과 소신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입학시즌을 맞이하여 내년 이맘때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학부모의 자리를 채우게 될 지 걱정도 되고 또 그만큼 기대가 된다. 부디 누구나 가질법한 아이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그저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미래 공부에 좀더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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