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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장학관의 첫출근기
2014-03-03 23:40:20최종 업데이트 : 2014-03-03 23:40:20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관
설레임, 긴장, 두려움? 첫츨근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다. 교편을 처음 잡았을 때는 설레임이 앞섰다. 그러나 학교를 옮기면서부터는 긴장이 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50대 후반에 들어서면 새로운 직장에 두려움이 생긴다. '내가 새로운 환경을 제대로 이겨낼 수 있을까?'

교장에서 장학관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 동안 학교생활에 익숙했었다. 장학사 경력이 있지만 10년 전 이야기다. 
일요일 아내와 함께 이삿짐을 관사로 날랐다. 수원에서 의정부까지 통근 거리가 너무 멀어 육체적 피로가 누적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수첩에 기록된 의식주 최소 생활필수품 목록을 확인한다.자취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다.

오늘 수원에서 의정부행 첫출근. 새벽5시, 휴대폰 자명종이 울린다. 아내가 먼저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한다. 서둘러 세면을 마치니 아침식사다. 반찬은 콩나물국, 계란 후라이, 김치, 고추멸치볶음이다. 아내와 동승, 수원역앞까지 자가용으로 가서 좌석버스를 타야 한다. 밖은 깜깜하다. 문득 아내가 고맙다. 아내가 마치 엄마 같다.

새내기 장학관의 첫출근기_1
새벽밥을 먹고 수원역앞에서 의정부행 좌석버스를 기다린다.

새내기 장학관의 첫출근기_2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이 곳이 필자의 새로운 근무지다.

불현듯 초등에서 중등으로 전직한 1980년대 중반 남양주 00중학교 출근이 생각난다. 그 당시만 해도 교통편이 발달하지 못했고 마이카 시대도 아니었다. 수원에서 직행버스 첫차를 타고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좌석버스로 환승하여 통근하는 것이다. 총각시절 어머니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바로 그 기분이다. 정류장에서 30분 기다리니 8409번 버스가 온다. 다른 버스는 자주 오는데 이 버스는 시간 간격이 멀다. 승차하니 눈이 저절로 감긴다. 7시40분 의정부역앞 도착이다. 또 걸어서 10분 가니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다. 버스와 도보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이다.

이 곳이 내가 정을 붙이고 근무할 곳이다. 소속은 민주시민교육과. 과장을 제외하고 장학관 세 명이 모두 바뀌었다. 장학사 두 분도 새롭게 전입하였다. 맨 처음 할 일은 나이스 인증서 설치하기. 그래야 결재가 이루어진다. 장학사들이 도와주는데 척척이다.

담당 업무 파악, 장학사가 건네 준 문서 사전 검토, 공문 공람, 쿨메신저 수신, 타과 순회하면서 전입 인사드리기 등을 하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부교육감의 전입자 환영 오찬 소식도 전해 온다. 전문직 11명, 일반행정직 4명 전입자만 15명이다. 점심식사로 황태구이 정식을 대접 받았다. 식후 1분 발언으로 전입소감 발표도 있었다. 

새내기 장학관의 첫출근기_3
월례 직원회의에 남양주시에 있는 조계종 봉선사 합창단이 출연하였다.

새내기 장학관의 첫출근기_4
청사 앞 화분에 팬지가 만개하여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오후엔 월례 직원회의. 교육감이 주관하여야 하나 오늘은 부교육감이 주관한다. 외부 초청행사로 봉선사 합창단이 노래를 선물하고 주지스님이 특강을 한다. 주제는 '수처작주(隨處作主)...내가 주인이다' 지역 종교지도자의 재능기부다. 행복은 밖에서 구하지 말고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원회의 때는 전입직원 소개가 있었다.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차 한잔 하면서 과 식구끼리 대화를 나눈다. 이러면서 가까와지는 것이다. 요즘 화두가 행복이다. 나 자신의 행복 창조는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하는 것. 여기가 도교육청이니까 지역교육지원청, 각급학교까지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오늘 하루, 바삐 보냈다. 학교와는 전혀 다르다. 학생들 상대가 아니라 직원이 대상이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학교에 영향을 미친다. 학교를 행복하게 해 줄 수도 있고 괴로움을 줄 수도 있다. 도교육청도 지원교육청처럼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학교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오후6시 퇴근이지만 일하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6시45분 퇴근. 내일 출장 관계로 수원으로 가야 한다. 가는 방향만 알지 버스 정류장을 모른다. 행인들에게 물어도 상가 주인에게 물어도 수원행 버스 정류장을 잘 모른다. 20대 후반 젊은이가  답을 준다. 처음엔 모른다고 하다가 스마트폰을 꺼낸다. 정류장 위치와 버스 도착시각까지. 스마트폰에 앱이 깔려져 있었던 것.

귀가하니 밤 8시 45분. 저녁 먹고 9시 뉴스를 시청한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출렁이고 있다. 
그와는 상관없이 첫출근일, 정신 없이 바쁘게 지냈다. 이런 생활이 교육청 생활이다. 늘 긴장해야 하고 언제 어떤 업무가 떨어져도 신중하게 신속히 정확히 처리해야 한다. 도교육청의 판단이 일선학교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장학관의 어깨가 무겁다. 
이영관님의 네임카드

이영관,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첫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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