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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 잡고 첫학교 입학-신풍속도
2014-03-04 09:36:07최종 업데이트 : 2014-03-04 09:36:0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주은

3일 월요일,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입학식이 거행되었다.
엄마의 무릎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본격적인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직 아기티가 남아있는 어린이들은 설레임과 두려움을 담은 얼굴로 엄마 손을 꼭 잡고 배정된 학교의 교문을 들어섰다. 

넓은 운동장. 근엄한 선생님들. 크게만 느껴지는 선배 언니, 형들. 그리고 운동장 뒤에서 웃으며 지켜보던 엄마의 얼굴. 그 모든 것들로 가득찬 운동장 학생들의 파도.
누구에게나 생애 첫 입학식의 이런 풍경이 가슴 깊이 새겨져 남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왼쪽 가슴 위에 이름표와 함께 달고 있던 하얀 손수건도 기억할 것이다. 

엄마 손 잡고 첫학교 입학-신풍속도_1
입학식에도 텅 빈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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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 잡고 첫학교 입학-신풍속도_2
운동장 한켠에 주차된 차들

그러나 모든 것이 과학화 현대화 되면서 이와 같은 풍경들은 이제 빛바랜 옛사진이 되었다.
넓은 운동장에는 세월이 가도 변함없이 3월의 봄햇살이 내리쬐건만 어린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한쪽에 나란히 주차된 자동차들만 보인다.
어디에 가야 호기심으로 초롱초롱 빛나는 어린 학생들의 눈빛을 만날 수 있는지 궁금하여 학교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교실 건물 1층 현관을 들어서자 학교 전체의 안전을 책임지는 도우미 선생님인 듯 한 나이드신 남자분이 먼저 다가서며 "어디서 오셨소?"하고 경계의 눈빛으로 무거운 음성을 건넨다. 
그 위세에 마치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나도 모르게 "저...그게...입학식을 어디서 하나 해서요... 혹시 강당에서 하나요? 강당이 어디예요?"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게 된다. 
"아~ 학부모세요? 아이가 몇 반이예요?"하며 다소 표정이 누그러지며 조금은 친절한 표정으로 물어온다. 
"아....예... 어디서...?"하고 겸연쩍게 웃어 보이는 내게 "2층으로 가면 1학년 교실이 있어요. 각자 교실에서 하고 있으니 올라가 보세요."하고 친절하게 웃으며 알려주신다. 

초등학교내 성폭력 사건이 몇 년 사이 발생하면서 어린이들을 지키기 위한 사투는 CCTV 설치는 물론 외부인들의 학교 건물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방법으로 종결되었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아예 학생들에게 출입증 카드를 주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학교도 있다고 하니 마음껏 운동장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자유로운 교육의 장소라는 말은 옛말이 된 셈이다. 

엄마 손 잡고 첫학교 입학-신풍속도_3
교실 안 풍경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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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 잡고 첫학교 입학-신풍속도_4
교실 안 풍경2

씁쓸한 현실에 웃음으로 대답하며 2층으로 올라가자 한쪽으로 늘어서 있는 교실 입구에 1학년 가반, 나반, 다반, 라반 하는 푯말이 붙어있고 교실 문은 꼭 닫힌채 작은 창문으로 교실 안 풍경이 보인다. 
30여명의 어린이들이 눈을 빛내며 칠판 앞에 선 선생님을 바라보는 것인지, 선생님 옆 천정아래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인지 일제히 앞을 바라보며 책상에 앉아 있다. 학생들을 뺑 둘러 교실 벽면과 모서리에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엄마와 아빠들의 모습이 보인다. 

환영의 박수를 쳐주는 언니, 오빠들도 없고 선생님도 오직 담임 선생님 한분이다.
학교생활에 대한 모든 알림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달된다. 

오늘의 어린이들이 어른이 된 후엔 그들의 첫입학식 풍경에 대해 어떤 모습을 기억하게 될까?
시대가 변하면서 풍속도도 변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썰렁한 운동장을 바라보며, 각자의 교실에서 소박하다면 소박하고 심플하다면 심플한 급우들끼리만의 입학식을 바라보며 텅 빈듯한 기분은 무언지 모르겠다. 

누군가 그랬다. 함께 기억할 추억이 많은 사람은 삶의 거친 시간 속에 늙어가도 마음만은 건강하고 부자로 살아간다고. 어쩌면 나의 씁쓸한 염려와는 다르게 그들은 그들만의 풍경만으로 추억을 만들어가고 서로 공감하며 그리워할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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