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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봉녕사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
2014-03-04 12:03:51최종 업데이트 : 2014-03-04 12:03:51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베란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이미 완연한 봄이다. 
거추장스러운 겨울코트는 벗어버리고 가벼운 봄 코트 차림으로 따스한 봄 햇살을 느끼고 싶어 친구와 약속을 잡는다. 새롭게 바뀐 수원근대 박물관도 둘러보고 북 카페에서 따뜻하면서도 향긋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어보자는 약속이다. 

역시 3월의 날씨는 2월과는 다르다며 기분대로 얇은 봄 코트를 입고 버스정류장을 향한다. 
그런데 집안에서 유리창너머로 느끼던 계절과 집 밖으로 나와서 느끼는 계절에는 차이가 있다. 싸늘한 바람에 머리끝이 시리며 아직은 겨울이란 녀석이 한 자락 버티고 있음을 실감한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겨울이 가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때 이른 봄옷차림으로 박물관행 버스에 오른다. 차창으로 스며드는 햇빛이 참 따사롭다. 버스 안은 또 봄이다. 
공간에 따라 두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며 가는 동안 친구에게서 문자가 온다. 박물관이 쉬는 날이란다. 매주 월요일이면 박물관은 휴관을 한다. 박물관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시장이나 공연장은 월요일이 휴관일이다.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임에도 가끔은 이렇게 깜박하고 헛걸음을 할 때가 있다. 

아쉽지만 박물관 탐방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 수원박물관 근처에 있는 봉녕사를 가보기로 한다. 
박물관 근처를 지나 갈 때면 버스정류장 이름으로 나오던 봉녕사, 근처에 그런 절이 있나보다 라고만 알고 있던 곳인데 이번 기회에 친구와 함께 가보기로 하고 경기도 경찰청 앞에서 버스를 내린다. 

수원박물관 쪽에서 걸어오는 친구를 기다리며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버스정류장을 채우고 있는 한 편의 시다. 
유안진 시인의 '계란을 생각하며'다. '밤중에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다 남이 나를 헤아리면 비판이 되지만 내가 나를 헤아리면 성찰이 되지 남이 터뜨려 주면 프라이감이 되지만 나 스스로 터뜨리면 병아리가 되지 환골탈태는 그런 거겠지' 

처음 제목을 보고는 우습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시인은 생각의 깊이도 다르다. 비판과 성찰의 사이에서 반성을 해본다. 나에 대한 성찰에는 인색하고 남에 대한 비판에만 열심이었을 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 
부끄러운 나의 모습을 씻어내고 맑은 산사의 향기를 느끼고자 절을 향해 길을 오른다. 봉녕사 들어가는 입구의 도로는 길을 넓히면서 시멘트로 포장을 하고 있어 절에 오르는 고즈넉한 맛은 없어 아쉬움을 느낀다. 

광교산자락에 위치한 봉녕사는 용주사의 말사로 비구니들의 수행도량이며 사찰음식의 연구와 교육에 앞장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산속에 자리한 다른 절과는 달리 일주문을 지나 조금 걸어가자 바로 봉녕사 경내다. 수원시내에 있는 절이라 아주 작은 규모의 절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규모가 큰 절이다. 

봄, 봉녕사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_1
봄, 봉녕사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_1
 
봄, 봉녕사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_2
봄, 봉녕사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_2
 
절을 구성하고 있는 건물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봄 햇살 가득한 곳에 각자 위치하고 있는 건물들은 넓은 절터와 어우러지며 여유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봉녕사 경내를 비추는 햇살도 부처님의 자비로움만큼이나 따사롭다. 이곳은 이미 봄이 와 있다. 

다른 절에 비해 화려하다고 생각되어지는 대적광전을 한참 둘러본다. 내부의 모습도 화려하고 건물벽면에 그려진 벽화들도 화려하다. 비구니스님들이 계신 곳이라 그런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대적광전 앞마당에는 800년 된 향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향나무를 보던 중, 그 앞에 새겨진 말씀이 나를 사로잡는다. '사람이 기쁨과 행복을 얻고자 한다면 모든 생명을 아프게 하거나 해치지 말라. 살아있는 것들의 아픔을 없애주고 죽음에서 살려 주는 일을 즐겨하면 뒷날 반드시 행복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느니라' 
'법구경'에 나오는 말씀중의 한 구절이다. 

봄, 봉녕사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_3
봄, 봉녕사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_3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일까. 내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을 아프게 할 때가 있다. 유안진 시인의 비판과 성찰, 그리고 법구경의 말씀이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울림이 된다. 봄 햇살에 취해 나선 봉녕사 나들이 길에서 봄 햇살만큼 따사로운 깨달음을 얻고 돌아 나오는 길, 몇 분의 신도들과 스님이 한 곳에 모여 있어 들여다보니 따뜻한 봄볕에 할미꽃이 올라오고 있다. 

봄, 봉녕사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_4
봄, 봉녕사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_4
 
추운겨울을 잘 참아 넘기고 땅밖으로 고개를 내민 할미꽃이 기특하고 신비롭다. 할미꽃의 꽃말은 슬픈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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